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BOSHU(보슈) 서한나 편집장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청춘입니다”
대전지역 청춘잡지 BOSHU 편집장 … 에세이집 ‘매그진’ 펴내
서한나(25)씨는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지난해부터 대전 청년들이 발간하는 비정기간행물 BOSHU(보슈·대표 김소현)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친구 김현정(25)씨와 함께 ‘매그진’ 1호를 발행했다. 대전 지역 문화잡지 ‘토마토’의 외부 필진이기도하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그를 만나 그가 만드는 종이책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펙 쌓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한나씨는 대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어려서부터 읽고, 보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 종이책의 어두운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는 종이책의 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종이책 만들기에 몰두하는 이유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여러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 호프집, 카페, 횟집, 식당 서빙을 비롯해서 길거리캐스팅, 옷매장, 화장품판매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충당했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가끔씩 부모님이 주기도 했다. 동아리 활동에, 아르바이트에, 학과공부에, 책 만들기까지 부지런히 살고 있는 청춘이다. 시간소비도 많고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아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를 쉬고 있다.
그도 다른 젊은이들처럼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다른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 공무원시험이나 각종 스펙 쌓기에 바쁜데 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에 매달리는 자신을 보면서 때론 흔들리기도 한다. ‘내가 살 궁리에 무책임 한가? 이기적인가?’라고 자문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수능중심의 무의미한 공부를 무한 반복해야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에서 조차 취업만을 위해 젊음을 바쳐야 한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정적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속에서 길을 찾아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톡톡 튀는 청년들이 만드는 종이책
보슈는 2013년 3월 창간한 비정기 간행물로 현재 통권 4호를 발행했다. 대전지역 청년들이 청춘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그리고 지금을 더 많이 나누고 즐기기 위해 만든 종이 잡지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는 요즘의 청년들에게 ‘종이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생각거리를 던져주자’는 취지다. 지역 청년잡지를 표방하는 보슈의 문제의식은 2호 주제를 ‘지잡대’로 정하고 1000명이 넘는 대전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만든 ‘대전 청년 인포그래픽’에서 잘 드러난다.
대부분 이십대인 편집, 디자인, 사진, 마케팅 각 분야별 구성원들은 ‘코워킹 스페이스 벌집’(본지 1057호 플레이스 참조)을 자주 드나들던 대전을 사랑하는 청년들이다. 대전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로부터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잡지발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수익창출보다는 책 만들기가 목표였고 이제 유료판매를 준비 중이다.
한나씨는 “보슈는 학점, 자격증 등 스펙을 쌓기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청년들이 잠깐 멈추어 서서 속도가 아닌 방향에 관해 생각해 보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든 잡지다. 나아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슈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소식을 알 수 있고 구글 ‘보슈맵’을 통해 배포처를 확인할 수 있다.
‘매그진’은 같은 학과 친구 현정씨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해 1월 창간호를 발행했다. 들국화의 노래 ‘매일 그대와’를 듣다 만들기 시작해서 책이름을 ‘매그진’으로 정했다. 노랫말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걸 같이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실었다. 매그진 발행을 위해 현정씨는 공모전에 입상해서 받은 상금을 선뜻 내놓았다.
개인적 고백에 가까운 일기와 수필, 그리고 사진이 실려 있다. 120쪽으로 이루어진 책은 앞, 뒤가 없이 낮과 밤으로 표시된 어느 쪽부터 시작해도 좋은 독특한 구성으로 여백이 주는 편안함이 돋보인다. 한나씨는 “알몸 같이 솔직한 글들이다. 내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매그진을 설명했다.
전국의 독립서점에서 판매중이다. 가격은 1만원, 지인들에겐 지인할증으로 1만2000원에 판매한다.
한나씨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 때 가슴이 뛴다. 기쁘고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 책을 만들면서 주제 선정부터 기사작성, 사진, 디자인 등 모든 과정을 직접 해보면서 배운 것이 참 많다. 다행히 부모님도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지지한다.
그는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계속 길을 찾아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문의 대전시 유성구 대학로 195-1 벌집, 042-349-1020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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