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관련 단체 봉사현장을 찾아서

“저기요! 이 아이 그냥 털 뭉치 아니에요”

지역내일 2016-05-26 (수정 2016-05-26 오전 12:53:03)

거리입양캠페인-입양독려 자원봉사
동물보호단체 ‘생명공감’-대형견 보호시설 주말봉사

해마다 봄이 되면 겨울을 지내고 나온 새싹들이 참 신비롭다. 마른 가지에서 마법처럼 화사한 빛깔의 꽃잎과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가 나올지 사람들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이 생명의 신비이지 않을까. 하물며 주인의 기분까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하는 반려견의 생명은 어떠한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버림받는 반려견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들을 우리는 ‘유기견’이라고 부른다. 예쁘고 덜 예쁘고, 크고 작고, 무슨 색깔의 털을 가졌건 그것과 상관없이 생명은 보호되어야 한다. 여기 그런 책임감을 갖고 봉사하는 이들이 있다.


 
유혜정 리포터 zzibeyou@hanmail.net



고양시유기동물거리입양캠페인 ‘고유거’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토요일 오전 10시.
라페스타 미관광장에 개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진다. 보호소에 있다가 야외로 나오는 유기견들의 흥분된 기분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늘 운이 좋으면 자신의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셈이니 흥분할 만하다.
총 15마리가 입양을 준비하러 나왔다. 매주 캠페인에 나오는 유기견 중 3마리에서 10마리 정도가 입양이 결정된다. 그리고 남아있는 개들은 다시 보호소로 돌아가게 된다. 보호소에서 잘 보호를 받으면 될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사료와 지원금은 10일분. 그 전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그들은 보호받을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안락사 명단에 오르게 된다.
그런 이유로 이 캠페인을 하기 위해 나온 봉사자들에게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어떻게든 살려야한다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서로의 인연이 되는 만남의 순간
오전 11시. 
천막이 만들어지고, 테이블 위에 유기견들을 올려놓은 뒤 입양을 독려하는 게시판을 여기저기 설치한다. 이후 입양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사람들과 유기견들은 대면할 준비가 된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을 유기견들은 유기된 장소와 시간 등이 적힌 목걸이를 하나씩 차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집에서 사랑받고 보호받았을 반려견이었을 게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문의하고, 유기견과 눈과 눈을 맞춰본 후 인연이 닿는 주인과 유기견이 맺어진다.
한 시간 동안 세 마리의 유기견 입양이 결정됐다. 한 마리는 서울에 사는 한 여대생의 품으로, 한 마리는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하며 자신의 반려견을 찾던 한 중년 여성에게, 한 마리는 시골에 계신 할머니에게 보내드릴 반려견을 찾는 커플에게.

미니인터뷰 박정희(4년 봉사)

서울에 살고 있는 그는 4년 전부터 일산까지 매주 빠짐없이 봉사를 왔다고. 그동안 이 캠페인을 통해 1500마리를 입양시킬 수 있었다는 그는 매주 토요일 하루 전부를 투자하는 것이 힘이 들긴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천막을 치지 못할 정도로 비나 눈이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캠페인을 쉬지 않을 생각이란다.
유기견 봉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그는 “몇 년 전 송파구에서 개 연쇄사상범이 유기견을 흉측하게 죽이는 사건이 있었어요. 뉴스에 나왔었죠. 전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내가 나서서 할 수 있을 만큼 유기견들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입양 을 권하는 캠페인 활동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유영현(1년 6개월 봉사)

자원봉사자 중 유일한 홍일점 유영현(36세)씨는 ‘그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역할이 크다. 천막을 치는 일부터 각종 부자재들을 운반하고 진열하고 정돈하는 일을 능숙하고 빠르게 한다.
“매주 하고 있는 이 캠페인에 대해 ‘하지 말라’는 민원이 들어왔대요.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시끄럽고 더럽다는 거죠. 개들이 있는 것 자체가 싫은 거예요”라며 한숨을 쉰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만 그가 이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그 품에 안겨있는 유기견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란다. “제 조그만 수고가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 힘들다고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고유거’에 필요한 자원봉사>
캠페인 위치: 미관광장, 라페스타 A동과 B동 사이, 그랜드백화점 앞 광장.
자원봉사 시간: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준비작업과 봉사 내용을 숙지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캠페인 시간 한 시간 전에 오는 것이 좋다) 
자원봉사 내용 : 캠페인 천막 설치와 준비작업, 입양 독려하는 홍보, 입양절차에 대한 설명
입양 확정됐을 때 예방접종을 위해 동물병원까지 동행 등.
자원봉사 자격 : 나이, 학력, 성별 상관없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 특히 개를 좋아하고, 개의 성향을 잘 아는 분이라면 입양 독려 홍보할 때 도움이 많이 될 듯.
자원봉사 신청 :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동물보호단체 ‘생명공감’
몸집이 커서 더 어려운 입양
  

장항동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생명공감’에서는 대형 유기견 6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대형견의 특성상 공간과 활동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보호기관에서는 대형견을 꺼리는 형편이다. 또 입양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형견은 안락사 되는 비중도 많이 차지한다. 한 마리라도 안락사 위기에서 건져야 하겠다는 생각에 이 보호시설을 시작하게 됐다는 강경미 대표. 그러나 대형견은 먹는 양도 산책시간도 더 신경이 쓰인다. 특히 대형견은 치료비용도 소형견에 비해 많이 들어,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늘 어려움이 있다.
                
똥 치우고 놀아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사랑 봉사’
일요일 오전 11시.

‘생명공감’ 보호시설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금세 보호소 안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그러나 할 일들을 찾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필요한 일들을 척척해내는 이들이다.
대부분 개장 안을 청소하고, 자는 공간과 머무는 공간을 분리해 정리해 두고 사료를 주는 일이다. 이날은 온라인 동호회 ‘같이 걸을까’ 회원 15명이 온 날. 삽으로 흙을 파내 바닥에 물길을 만들고 돌을 골라내는 일들을 질서정연하게 해 나간다.
한쪽에서는 일산 애견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치워야할 똥들을 치우고 쓰레기를 버리고 개장 안에 새 신문지를 까는 일들을 한다. 개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개들과 함께 있는 것이 즐거운 것 같다. 모두 개들과 대화하고 웃으며 일을 한다. 정리가 거의 끝나면 개들이 뛰어노는 시간이 허락된다. 여기저기 볼일들을 보며 뛰어다니는 개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자칫 실수해 문이 열렸을 경우, 밖으로 빠져나가는 유기견이 있을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일주일 전 문이 열려 나간 대형견이 사고가 생겨 많이 다친 일이 있었다며 강경미 대표는 문단속에 더욱 신경을 쓴다.








미니인터뷰  김동영(31세)

‘같이 걸을까’동아리 회원인 그는 이날 15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아 오기도 했고, 이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나누어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저희는 되도록 손이 많이 가는 일을 찾아서 해요. 그래서 남자 봉사자들만 모아서 와요. 마치 우리 집을 꾸미는 마음으로 오죠. 이렇게 하면 개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겠다 저렇게 하면 개들이 좋아하겠다 하고요. 저희 동호회에서 후원금이 모이면 이곳에 잔디를 깔 계획이에요. 그러면 개들이 엄청 좋아하겠죠?”

여다빈(17세, 대화동)

‘생명공감’은 힘이 센 대형견이 많은 터라 미성년 봉사자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곳이다. 위험한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견동호회 회원인 엄마와 함께 온 그는 수의사가 꿈인 서울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버려지는 반려견이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학교에 돌아가면 친구들과 클럽을 만들 생각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요”라고 말했다.
모든 동물을 좋아한다는 그는 청소를 할 때도, 청소를 하고나서도 개장 안에서 새끼 강아지들과 함께 있다. 깨끗한 공간을 만드는 봉사도 필요하지만, 그녀처럼 사랑의 눈빛을 주는 봉사는 더더욱 필요한 일이다.








<생명공감에서 필요한 자원봉사>
위치 : 일산동구 장항동 524-6 장항IC 근처
사이트 //cafe.naver.com/forewl
자원봉사 시간: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자원봉사 자격 : 미성년자는 불가능, 개를 좋아하는 성인남녀
자원봉사 내용 : 개장 안 청소, 주변 정리, 사료주기, 대형견 사랑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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