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산 송호 초등학교 ‘좋은 아버지회’를 만나다

“우리에겐 ‘아버지’라는 공감대와 ‘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요”

지역내일 2016-05-20
‘학교’라는 문턱을 즐겁게 넘은 아버지들 이야기
 
송호 초등학교 소운동회가 있던 얼마 전, 이례적인 광경이 눈에 띄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노란 조끼를 입은 아버지들이 운동장 중앙 조회대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학생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운동장을 정리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던 것. 보통은 엄마들이 해왔던 일들을 하고 있는 아버지들 모습에 절로 눈이 갔다. 아버지들 등판에는 ‘좋은 아버지회’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이들이 바로 엄마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학부모회 일을 아버지란 이름으로 톡톡히 해내고 있는 송호 초등학교 학부모회 일원 ‘좋은 아버지회’회원들이었다. 사실 이들은 운동회를 위해 월차까지 낸 열혈 아버지들. 훈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옮겨봤다.

아버지회
 
아이 학교생활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에 보람
이날 만난 사람은 이정주·이준경·장경용·남궁충·허욱·오성재·이창석 씨다. 소운동회가 끝나고 익숙한 듯 뒷정리를 마친 아버지들과 마주앉았다. 좋은 아버지회 가장 맡 형이자 3학년 딸아이 아버지인 이준경 씨에게 좋은 아버지회 소개를 부탁했다. 그는 “우리는 오직 ‘아버지’란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서로 자녀를 키우는 방법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물론 오늘처럼 학교에 도울 일이 있으면 형편 되는 사람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것이 아버지회다”라고 답했다. 아버지들에게 물었다. ‘학교’라는 문턱을 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2년 째 봉사하고 있다는 이정주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아빠들이 학교에 올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학교에 아버지회란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아이학교에 올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모두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봉사를 시작했다.” 옆에 있던 ‘쌍둥이 아빠’ 장경용 씨도 말을 이었다. “물론 처음엔 학교오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 스스로 어릴 때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버지회 활동을 통해서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시작하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세 아이아빠 이청석 씨도 같은 마음, 그는 “아이들 때문에 시작했는데 요즘은 아빠인 내가 더 좋은 에너지를 더 많이 받는다”면서 “학교에서 아빠를 보고는 너무 기뻐하는 아이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구동성, 그들의 보람의 중심엔 ‘아이’가 있었다.

학교
 
아이 교실, 등굣길 직접 돌며 아이에 대한 애정도 새록새록

좋은 아버지회는 지난 해 정종복 담당교사에 의해 만들어져서 주면식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고 아버지들은 자랑했다. 아버지들은 그간 어떤 활동들을 해왔을까? 학교행사지원, 가족 캠핑, 등산, 저녁 순찰, 빵 만들어 기부 등 다양한 활동들이 있었다. 이중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해 물었다. 2년 동안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심재윤 씨는 “작년에 아이와 단둘이 다녀온 캠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조는 모두 엄마 없이 아빠와 캠핑을 했다. 딸아이가 너무 행복해 했고 둘만의 추억이 생겨서 즐거웠다. 올해 캠핑도 기대된다.” 그런가하면 학교에서는 아이와 빵을 만들어서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행사도 진행했었는데 올해 9월에도 같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4학년과 1학년 아버지 허욱 씨는 “빵을 만들어서 기부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교육인 것 같다. 지금처럼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빠로써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아버지들은 조를 짜서 동네 저녁 순찰도 돌고 있었다. 오성재 씨는 말했다. “저녁 순찰을 하면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 등굣길을 직접 돌아보았다. 내 아이의 발자취를 직접 따라가 보는 것 같아서 남다른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아이를 위해 활동하고 싶다.” 함께 순찰을 돌아서 일까? 아버지들 간에 돈독한 마음들도 쌓였단다. 남궁충 씨 말이다. “모두 사심이 없다보니까 돈돈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한 달에 한번 아버지들끼리 만나는데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다. 주된 이야기는 물론 아이들 이야기다. 모임을 통해서 좋은 분들을 만났고, 아빠가 봉사하는 모습에 아이가 행복해하니까 보람도 더 커진다.” 
 
아버지들은 앞으로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본인들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아버지들의 이런 관심이 분명 자녀와 자녀 학교생활에 좋은 영향으로 전해질 것을 믿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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