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보경영고등학교 졸업하고 동국대분당한방병원 간호조무사 된 차지윤 양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 “환자들을 돕고 응대하는 제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역내일 2016-05-20

아직 볼 살이 발그레한 소녀였다. 얼마 전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 때 투표권 행사도 못한 만 19살의 자타공인 병원 막내, 동국대분당한방병원 침구 2과 차지윤 간호조무사를 진료시간이 끝난 뒤 만나보았다.
차지윤 간호조무사는 특성화고를 졸업하자마자 직업 전선에 뛰어든 사회초년생이다. 올해가 졸업년도인데 지난해 10월초 성보경영고등학교(이하 성보경영고) 3학년 재학 중에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획득했고 10월말에 현재의 병원에 입사했다. 졸업 전 직장을 확정했기에 3학년 마지막 수업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요즘 같은 청년 실업시대에 열여덟의 나이에 첫 직장을, 그것도 어엿한 자격증 갖추고 병원에 근무하는 직장을 얻은 차 양은 부모님의 자랑이자 모교의 훌륭한 선배가 된 것이다. 차 양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성보경영고 오명호 교사의 자랑 덕분이었다.
“저희 학교 학생들이 정말 열심입니다. 각종 자격증을 따면 바로 구직활동에 들어가는데 인성들이 좋고 준비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취직들도 잘 하고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요.” 그 많은 성공한 졸업생 중에서도 오 교사가 차 양을 꼭 집어서 소개한 것은 성실한 학교생활 때문이기도 하다. 

차지윤


특성화고라고 만만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난 차지윤 양은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 일찌감치 특성화고에 진학하기로 맘먹었다. 그러다가 SNS에서 우연한 기회에 신생아를 학대하고 조롱하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너무 화가 나 간호조무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내가 그 직업 어떻게 제대로 하는지 보여 주겠다’는 포부로 보건간호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물론 간호사가 되면 더 좋았겠지만 간호대학에 진학할 형편도 실력도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이루자고 생각했죠.”
마침 보건간호학과가 있는 성보경영고를 알게 되었고 집인 광주에서 학교가 있는 성남시 단대동까지 결코 가깝지 않은 통학 거리에도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다.
“특성화고 다닌다고 하면 ‘공부 안 해서 좋겠다’, ‘많이 놀아 좋겠다’ 이런 말들을 하는데 저는 특성화고의 고교 생활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3년 내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실습을 하고 또 국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하는 과정들이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일관되게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준비를 한다는 것은 확실한 목표가 없다면 나름 힘든 여정입니다.”


더 확실한 미래를 위해 견디고 즐기자
차 양은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방학 때마다 계속되는 실습수업을 꼽았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보건간호 실습을 위해 지역 내 의원과 병원에서 실제 조무사의 근무 시간과 똑같은 시간을 일하며 실습 시수를 쌓아야 했다.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견뎌냈다고 한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차 양처럼 완주를 해낸 것은 아니었다. 보건간호학과 90명 학생 중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것은 35명 정도였고 합격의 영광을 차지한 학생은 25명 정도였다.
“학교에 멘토링을 오는 선배들이 있었어요. 저처럼 취직을 한 선배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도 있었지요. 만약에 제가 모교를 방문해 멘토링할 기회가 생긴다면 후배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방학 실습을 포기하지 말라고. 또 학교생활을 열심히 즐기고 참여하라고. 사회인이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학교생활의 추억은 정말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환경반장, 또래상담사, 학교홍보대사 등 학창시절 했던 활발한 활동들이 적극적이고 웃음 많은 병원의 귀염둥이로 사랑받고 있는 지금 자신의 성격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웃음으로 환자 대하는
진정한 의료인 될 터

환자 응대, 발침, 보조, 안내. 어떻게 보면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루 종일 했으니 힘들 법도 한데 차지윤 간호조무사는 인터뷰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이렇게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 저는 좋아요. 다들 저를 보고 많이 웃어주셔요. 제가 먼저 웃어서 그렇다구요? 아니 막내라고 많이 봐주시고 예뻐해 주세요. 저희 학교 선배님도 엄청 챙겨주시고요.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하고 배워야죠. 힘들어도 서로 챙기고 웃을 수 있고, 저는 앞으로도 계속 사람을 많이 만나고 도와드리는 그런 직업인이 되고 싶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사람이 남으니까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로 환자를 대하는 진정한 의료인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제 곧 만 스무 살이 될 여린 소녀지만, 어엿한 사회인의 긍지가 느껴졌다.
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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