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 ‘금손’ - 정발산동 이철영씨

“가구 만드는 아빠, 가족관계가 더 돈독해졌어요”

지역내일 2016-05-06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내 몸을 움직여서 정직하게 땀을 내고, 잡념 없이 몰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기쁨이다.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참 건강해 보인다. 정발산동의 이철영씨도 그렇다. 버려진 가구로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고, 거실 테이블을 만들면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삶의 만족감이 커졌다. 가족을 위한 가구를 만드니 가족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 온 가족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가구를 만드는 아빠, 이철영씨를 만났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우연히 시작된 취목


건축가인 이철영(48)씨는 취미가 목공이다. 나무로 소품을 만들고, 가구도 만든다. 마니아들은 이를 취목이라고 부른다. 그가 취목에 빠진 건 6년 전. 가족과 떠난 캠핑에서 캠핑장비 아이지티 테이블이 필요해서 직접 만들게 됐다.


아이지티 테이블이 필요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어요. 그래서 이걸 만들어 봐야겠다생각했죠. 처음부터 큰 도전이었어요.”


캠핑에서 돌아오자마자 스케치를 하고, 규격별로 설계 도면을 그렸다. 재료를 주문하고 순서대로 테이블을 만들었다. 평소에도 집안일이라면 전기, 목재 가리지 않고 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다. 꼭 영화에 나오는 맥가이버처럼 말이다.


아버지의 손재주와 세심함을 물려받았어요. 아버님께서도 늘 뭔가를 만드시고, 수리하고 살피셨거든요. 지금도 그러세요.”(웃음)


첫 작품인 아이지티 테이블은 생각보다 근사했다. 기성품보다는 조금 거칠고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완성했을 때의 만족감이란 그 무엇에도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가족들 반응도 뜨거웠다. “‘아빠 최고라고 난리가 났어요. 가족이 함께 쓸 수 있어서 그런지 더 좋아하는 거 같았죠. 가족 이니셜 ‘L, J, SOSI’를 새겨 넣은 것도 너무 좋아했어요.”


   


가족을 위한, 가족에 의한 취목


아이지티 테이블을 만들고 만족감이 컸던 그는 본격적으로 취목을 시작했다. 두 번째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아일랜드 식탁’. 기존 가구를 재활용하고, 가장자리는 조명과 와인 병으로 장식했다. 식탁에서 부대찌개나 라면 같은 캠핑 요리도 만들 수 있도록 화로를 넣어서 그들만의 아일랜드 식탁을 완성했다. 주말을 이용해서 만들다 보니 제작기간만 3주가 걸렸다.


사실 소음 때문에 주말에 2시간 정도 밖에 작업을 못해요. ‘나 좋자고 이웃들을 불편하게 할 수 없어서요. 그래도 집안에서는 늘 응원을 받고 있어요. 덩치 큰 자재가 불편할 텐데도 묵묵히 지원해주는 아내와 간식 챙겨주는 딸들에게 감사해요.”


늘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가구를 만들다 보니 아내와 딸의 지원도 남다르다.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 때는 간식을 챙겨주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온 가족이 나서서 함께 만들었다.


식탁 위 타일을 붙이는 작업은 딸들(시현, 소현)이 했어요. 옆에서 보고 자라서 그런지 잘 하더라고요. 특히 첫째 소현이가 아일랜드 제작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아빠의 존재감, 자신감이 생겼고, 가족관계가 더 돈독해졌어요.”


화물용 수입박스 두 개를 붙여서 만든 거실용 테이블도 가족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다.


 


두 딸의 혼수가구 직접 만들어주고파


얼마 전부터는 스크롤 쏘작업에 빠져있다. 미국에서 전동공구 스크롤 쏘를 사서 컵 받침이나 냄비 받침, 펜던트를 만들고 있다. 나무는 목공소에서 얻어온 자투리를 이용한다.


나무로 도일리처럼 정교한 무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작품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참 매력적인 작업 같아요.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에요.”


그리고 짬짬이 시간을 내서 아내를 위한 파이프 테이블을 만들고 있다. ‘쥬얼리 & 소품매장을 운영하는 아내가 매장을 옮기면서 새 매장에 넣을 가구를 직접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 소파 옆 미니 테이블도 만들 계획이다.


소음 때문에 작업을 하는 데는 늘 한계가 있어요. 소음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는 나만의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싶고요. 꾸준히 실력을 연마해서 두 딸이 시집갈 때쯤에는 멋진 식탁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어요.”


더 먼 미래에는 한적한 곳에 작은 집을 짓는 게 꿈이란다. 마당과 뒤뜰이 있는 2층 집을 지어서 아내와 함께 공방카페를 꾸리고 싶다고 한다.


 


이철영씨 대표작품


1. 아이지티 테이블 : 캠핑 테이블
   




2.
아일랜드 식탁 : 기존 가구와 화로 넣어 만든 식탁


3. 거실 테이블 : 화물용 수입박스 2개 붙여서 만든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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