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을 가다 - 용인 신촌중학교 ‘화상영어 자율동아리’

미국 현지인과 함께하는 소그룹 화상대화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로 참여도와 집중도 매우 높아

지역내일 2016-04-28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영어교육이 갈 길을 잃고 있다. 영어몰입교육으로 학교마다 원어민 강사가 배치됐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최근에는 영어학원에서조차 원어민 강사를 구경하기 힘들다. 대입까지는 수학이 중요하다지만 대입 이후 취업과 인생에서는 여전히 영어가 중요하다. 우리 아이 영어실력,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걸까?

화상


헤드셋 착용하고 마음껏 영어대화
월요일 방과 후, 용인신촌중 컴퓨터실에는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이미 익숙한 듯 자신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헤드셋을 쓰며 수업준비를 했다. 30명의 학생이 한 명도 빠짐없이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에서 웅얼웅얼 영어로 말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화면 속의 원어민 선생님과 “Hi~"하며 인사를 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얘기하며 이미 대화로 빠져든 학생도 보였다. 어떤 학생은 원어민 강사가 한국의 드라마에 대해서 물어보았는지 ‘태양의 후예’를 언급하며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영어화상동아리 회장인 박지인(3학년 1반) 학생은 “중학생이 되니 원어민 수업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학교 화상영어동아리에 신청해 제비뽑기로 뽑혀서 기뻤어요. 작년에 영어토론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영어로 더 유창하게 말하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용인시 원어민 화상영어사업 시범학교 지정
용인시에서는 지난 3월 화상영어 시범학교를 모집해 관내 초등학교 5개교, 중학교 5개교를 선정했고 학교 자율선택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하게 했다. 한때 영어몰입교육 흐름으로 각 학교마다 배정됐던 원어민 강사 철수 후 각 지자체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영어교육 지원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성남시에서는 온라인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용인시에서는 사교육 혜택이 힘든 오지를 중심으로 원어민 강사 수업을 지원하고, 도심학교에는 화상영어수업을 시범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다.
2016년 원어민 화상영어사업 시범학교로 지정된 용인신촌중은 자율동아리 형태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매주 월, 수요일 방과 후 45분간 컴퓨터실에서 1학년 14명, 2~3학년 16명으로 구성된 2개의 자율동아리가 동시간대에 수준별로 화상영어수업을 받는다. 신촌중 화상영어동아리 수업을 위해 현재 총 8명의 미국현지 거주 강사가 동원되고 있다.
원어민 교사 대 학생비율은 1:4. 월비용으로 계산하자면 1인당 6만 원의 수업인데, 신촌중학교에서는 전액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화상영어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소나 교사는 “수업이 레벨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의 영어실력 선발 기준이 따로 없었어요. 대신 무료혜택이기 때문에 절대 중단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까지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 수업이 의미 있어
신촌중학교 권선재 교감은 “화상영어수업을 학생들의 자율동아리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용인시에서 신촌중이 최초입니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동아리가 구성됐기 때문에 참석율과 수업 참여도, 집중도가 매우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동아리 지도교사 2명(김소나, 황효)은 수업 진행의 기술적인 면과 관리, 문제점 해결을 위한 조력자일 뿐,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예민한 사춘기 중학생들의 경우 오픈된 수업에서는 서로를 의식하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기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화상영어 수업은 헤드셋을 쓰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4명의 소수 그룹 영어대화 방식은 사교육에서도 현실화되기 힘든 클래스 형식이다. 웹상에서 교재보기가 다 가능하고 수업이 자동 녹화되기 때문에 집에서 다운로드 받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 Mini Interview - 용인 신촌중학교 화상영어동아리 김소나 담당교사 > (별도 박스)
제목 : 말하기, 쓰기 중심의 영어 기능 되살아날 기회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영어시험 부담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입시영어 공부에 치중하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 또 다른 영어를 다시 공부하는 이분화 된 교육 상황이었거든요. 영어 점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대신 말하기, 쓰기 중심의 생활 기능적 언어의 기능에 다시 관심 갖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학년의 경우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시도할 수 있어서 수업시간에 교과서나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영어 문학책 수업을 하는 등 유의미한 수업활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화상영어도 말하기 위주의 좋은 수업형태가 되겠죠? 하지만 일부 학생만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정식 교육과정 내에 유입해 좀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고 시청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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