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화로 인한 어려움은 청소년들과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되듯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청소년의 분노조절 장애는 청소년기의 충동적인 성향과 만나 자신과 타인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치명적인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해 과잉행동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고민해 봐야 할 요즘입니다.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한국인성소통협회 양성희 교육개발 국장을 만나 상세한 조언을 들어보았습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Q1> 갈수록 분노조절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당연히 사회문화의 영향이 큽니다. 주변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생각과 마음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는 무언가 판단하고 감정을 결정하게 되지요.
예를 들면, 아이가 집과 학교에서 ‘경쟁만이 살길이다’, ‘옆 친구도 너의 경쟁자다’, ‘조금 더 노력해서 1등 해라’ 같은 이런 이야기를 늘 접한다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이것이 자신의 가치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삶의 기준이기 때문에 아이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부모 역시 사회 문화 속에 영향을 받고 그 안에서 삶의 기준을 갖게 된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아이를 오로지 ‘공부’라는 한 길로 몰고 가며 ‘성공해야만 한다’, ‘공부 안하면 노숙자 된다’고 강요하는 사회와 가정이 아이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고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닌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밥을 못 먹는 시기에도 따스한 부모의 역할을 하고 지냈는데 지금은 밥이 문제가 아닌 시대면서도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몸의 밥보다 마음의 밥이 더 중요합니다. 몸의 밥을 제때 못 먹으면 발육이 제대로 안되듯이 마음의 밥도 제때 못 먹으면 마음이 기형으로 자랍니다. 그리고 때를 놓치면 바로잡는데 더 많은 수고와 고생을 하게 됩니다. 원상복구를 장담할 수도 없지요.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디선가 보고 느낀 것을 고스란히 배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행하기 때문입니다.
Q2> ‘분노’라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순간적인 화를 제어하지 못해 나타나는 사건들은 일상적인 감정폭발로 봐야할지 아니면 장애로 봐야할지,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감정폭발은 화가 나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화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분노조절장애는 자신이 어느 정도 화를 내고 있는지 잘 모르거나 내가 화를 심하게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도 멈추지 못하고 화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화가 나는 시점과 화를 내는 시점이 같아야 하는데 전에 화난 것을 가지고 지금 화를 내거나 화가 나는 대상과 화풀이 대상이 같아야 하는데 강한 자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고 나보다 약한 대상에게 화를 풀어버리는 등의 왜곡된 감정 표현을 조절장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감정폭발은 자신이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고 분노조절장애는 화에 마음을 빼앗겨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Q3> 요즘은 일상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이를 방치할 경우 이런 것들이 분노조절장애로 이어지기도 하나요?
-이를 방치한다고 모두 분노조절장애로 간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 확률은 높아지겠지요. 왜냐하면 화의 내면에는 나의 풀리지 않은 욕구가 있는데 이 욕구에 대한 배려와 교육, 위로가 없으면 아이는 점점 더 강한 결핍 욕구가 생길 것이며 그것이 주체할 수 없이 커지면 어느 날 이것들이 여러 가지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되어 나오겠지요.
아이가 어릴 때는 힘이 없으니 내면에만 결핍의 분노를 쌓아놓고 있지만 성장하면서 본인도 어느 정도 힘이 생겼다고 느끼는 시기에 실제 생활에서 나타납니다. 착하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 날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 다양하게 표출되지요. 화나 짜증을 많이 내는 아이가 있으면 그냥 방치해선 안 됩니다. 그 아이는 자기 스스로 그것을 풀 힘이 없어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라서 어른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치료보다 예방입니다. 아무리 좋은 치료방법도 예방보다는 못합니다.
Q4> 그렇다면 자녀의 일상적인 화와 짜증 같은 행동에 부모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일반적으로 화를 많이 내는 부모 밑에 화를 많이 내는 아이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화를 많이 내고 감정 표현이 강하고 격하면 아이도 그대로 보고 배워서 그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사춘기 전까지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듣고 배울까요? 아니면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울까요? 저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지요. 각자의 부모님을 떠올려보면 부모님이 무엇을 해라 어떻게 해라 이렇게 이야기 한 것보다 부모님의 평상시 생활행동이 더 기억나지요. 이처럼 부모의 모습은 말보다 더 깊이 새겨집니다. 아이들은 말로 배운다기보다는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니 부모들이 각성하고 좋은 본을 보여야 합니다.
부모 스스로 자신을 보고, 상대를 조절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조절하면 됩니다. 하나하나의 사건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아이의 성장 단계마다 큰 기준을 부모가 가지고 있어야 일관된 행동과 표현으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한국인성소통협회 양성희 교육개발 국장은
분노조절과 인성근력을 키워가는 교육 프로그램 전문 강사로 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일산에서는 행복한미래교육포럼(사)에서 3년째 분노조절 지도사 과정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분노에 대한 적극적인 학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특징과 여러 스트레스가 맞물려 폭발하듯 나타나는 청소년의 분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기회가 다음호에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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