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마지막 여우, 눈빛을 똑바로 보지 못해
“아이들을 자연으로 내보내라. 언덕 위와 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라. 그곳에서 아이들은 더욱 좋은 소리를 들을 것이고 그때 가진 자유의 느낌은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줄 것이다.”
생태교육을 미리 예견한 교육자 페스탈로찌의 격언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예보를 무시하고 자연을 놀이터 삼아 맘껏 놀기는 쉽지 않다. 실내니면서 자연이 가득한 곳이 어디 없을까?
인천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이라면 자연으로 쑥~ 빠져들어 실내라는 것을 잊을 만하다.
안산역에서 출발해서 약 50분 후 도착한 국립생물자원관. 소풍 나온 가족이 넓은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보였다.
식물도감과 곤충도감 속으로
전시관에 들어설 때 까지도, 보고 체험할 것이 많을 것이라 짐작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반도 고유생물과 자생식물의 표본을 전시하는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하루 종일을 보고 체험을 해도 부족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것이다.
전시된 우리나라 고유생물과 자생표본이 985종, 4600여점. 한반도에 서식하는 원핵생물부터 원생생물, 진균, 식물 동물 대형포유류까지, 마치 살아있는 식물도감과 곤충도감 속으로 들어온 것과 같다. 표본이기 때문에 숨을 쉬지 않을 뿐 실제와 거의 같다. 물론 살아있는 동물도 있다. 전시물마다 안내와 설명을 하던 해설사는 1919년 일본 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미선나무 앞에서 잠시 멈췄다. 해설사는 “한반도에서만 자생하는 금강초롱이나 미선나무의 학명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쓸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여러 동물들의 표본 앞에서 “목 부분에 올무에 걸린 표시가 있는 여우표본을 찾아보라”며 “그 여우를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작고 예쁜 여우의 눈빛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오직 한반도에서만 살겠다
한반도의 주요 생태계를 재현해 놓은 제2전시실에서는 이런저런 새소리를 들으며 아이들과 놀면 참 좋을 곳이다. 나무모형과 동물표본이 어울려 사실적인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흙속의 생물들, 호수와 갯벌, 바다의 생태계를 디오라마 기법을 사용해 축소 모형으로 실내에 재현해 정말 생생한 느낌이 전달된다. 설명을 듣던 7살 어린이는 숲속에 있는 멧돼지를 보며 무섭다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난대림 생태계를 재현한 곳이 ‘곶자왈 생태관’이다. 열대식물의 최북단과 한대식물의 최남단이 만난 세계유일의 독특한 숲! 들어서자마자 코끝이 상큼한 나무냄새 시원해졌다.
독도의 특별한 생태계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특히 독도에서만 자라는 섬기린초는 미백작용이 탁월해 유명 화장품회사와 공동연구를 해 특허를 출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2층 제3전시실은 생물 다양성에 대해 공부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만 자생하는 고유생물이 의약품과 화장품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야외식물정원과 영화 관람도 보너스로 즐겨보길 권한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전시해설사의 설명이 없이 획 둘러보면 자칫 겉만 훑는 경우가 될 수 있으니, 전시해설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10인 이상의 단의 경우, 전시관람 예약 후 전시해설사의 예약해설을 신청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화~일요일이고 하루에 총 네 번의 해설이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달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봄나물은 천연비타민’, 고학년을 중심으로 ‘너는 고향이 어디니?’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생물자원학교와 꿈꾸는 생물학자, 자유학기제 연계 진로체험도 마련되어 있다.
한반도라는 곳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곳, 봄나들이로 여기만한 곳은 드물다. 검안역에서 수시로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모든 관람과 체험은 무료이다.
문의: 032-590-7000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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