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넘치면
엄마들이 읽고 감동한 책 한줄 평 따로 모아 놓은 박스 기사 원고를 빼시면 됩니다^^
3년간 책 100권 읽기를 실천 중인 주인공들이 있다. 고전, 역사, 사회과학, 미래학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독서로 ‘읽고 요약하고 토론하고’를 반복하자 삶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광진정보도서관의 ‘책 읽는 엄마학교’를 찾아 그들이 경험한 ‘변화’를 들었다.
“고수들은 한 번에 자기 수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는 글귀가 가슴에 콕 박히더군요. 요즘 책 좀 읽는다고 동네 친구들 만날 때마다 자꾸 얄팍한 지식 뽐내려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늘 말조심 해야죠.” 책 속 교훈을 일상 경험과 엮어 유쾌하게 풀어내는 독서회 풍경은 활기차다.
한문학자 정민교수의 <조심>이 이 날의 주제 도서. 좋은 문장에 촘촘히 밑줄 긋고 포스트잇 수북이 붙인 책과 좋은 글귀, 단상을 빼곡히 적은 노트를 펴 들고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낸다.
2012년 늦가을 엄마학교에 입학한 6개 반 72명의 학생들. 매주 한 권씩 읽고 반 별로 모여 발제하고 토론했다. <오래된 미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30 기회의 대이동>, <약탈적 금융사회>... 소설, 경제, 사회, 예술, 그림책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사회를 보는 눈, 미래를 읽는 촉’ 책 속에 있다
“책을 매개로 단단한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식, 남편이란 좁은 울타리 속에 사는 엄마들에게 ‘사회를 읽고 미래를 보는 눈’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늘 관심 1순위인 자녀 교육도 현명한 엄마라면 본인의 과거 경험치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맞춰 아이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들어 줄 알아야 합니다. 허나 엄마들이 사고의 전환을 맛보고 지식이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오랜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3년 프로젝트에 도전했습니다”라고 광진정보도서관 오지은 관장이 설명한다.
광진정보도서관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 도서관. 유아, 어린이부터 주부, 직장인까지 연령대별 독서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책 100권 읽기 엄마학교가 시작됐다.
책 선정 단계부터 정성을 쏟았다. 전문가 자문위원들이 추천한 200권을 사서들이 꼼꼼히 읽었다. ‘세상을 읽는 힘을 키워주고 엄마들의 자가 성장을 독려할 수 있는 양서’란 잣대로 토론을 거쳐 최종 100권을 추렸다. “깐깐하고 까다롭게 독서 리스트를 정했지요” 황은혜 사서가 귀띔한다.
매주 독서모임에는 사서도 늘 참여해 발제, 토론을 가이드한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장자, 데미안, 푸코 강연회, 작가 특강, 헤세전 관람 등의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책에서 얻은 지식을 확장시켜 나갔다.
3년간 100권 ‘함께 독서’가 준 선물은?
밀도 있게 진행된 엄마학교는 오는 5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가족 뒷바라지에 치여 잊고 지냈던 ‘나’를 찾고 ‘우리’란 지역 공동체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실제 지역사회에서 책 읽기 모임을 이끄는 분도 있고요” 황 사서가 설명한다.
3년 졸업제 독서모임의 롤모델을 제시한 책 읽는 엄마학교는 오는 8월 2기생을 모집해 9월 개강 예정이다.
·문의 : 02-3437-5092 (내선 4126)
엄마 학생들의 심중 토크
Q. 100권 읽기, 왜 도전하고 무엇을 얻었나?
김진명_책과 멀리하며 살다가 뒤늦게 책이 알고 싶어져 입학했다. 삶이 왜 힘든 지 책 속에 다 있더라. 신기했다. 책에서 만난 좋은 글귀들이 일상어로 술술 나오니까 주위의 시선이 바뀌더라. 엄마학교를 적극 추천한다.
김윤정_ 소설 위주로 편독했는데 다양한 장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관점이 폭넓어졌다. 매주 한 권씩 마감에 쫓기듯 읽을 때도 있지만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책과 만나게 된 것도 깨달음이다.
장지해_ 소감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책 1권을 10권처럼 읽는 효과를 얻었다. 독서회 회원들 모두가 내게는 선생님이다. 밑줄 그으며 노트에 옮겨 적은 글귀를 모아보니 ‘바르게 살려면?’이란 답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것 역시 소득이다.
Q. 책 읽기가 가져다 준 일상의 변화는?
정혜선_ 세상을 보는 시선이 폭넓어 지니까 글쓰기 체계가 잡히고 글이 매끄러워졌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9살 아들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Q. 자녀 독서 지도 원칙은?
안효정_ 동일한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점점 7,9살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훈육하던 방식을 버리게 되더라. 독서토론회가 중요하다는 걸 절감하지만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청해서 참여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대신 집에서 책을 다양하게 읽히려 애쓴다.
정희주_ 예전에는 책을 텍스트로 읽었다면 지금은 마음으로 읽는다. 느낀 게 많으니 할 말이 많아지고 덕분에 7살 쌍둥이 남매와도 대화가 풍성해졌다.
정경숙_ 2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니 소속이 없어져 허전했는데 독서모임이 돌파구가 됐다.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기 보다는 내 아이에 집중하게 되었고 대화를 많이 한다. ‘숙제 다 했니?’같은 잔소리도 줄었다. 엄마가 책 읽으니 아이도 알아서 책을 펴더라.
엄마학교 학생들이 뽑은 ‘한 권의 책’ 한 줄 추천 평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진화와 발전은 무엇을 위한 구분인가?
▶전태일 평전(조영래)
전태일의 생에 무임승차하여 사는 우리의 삶, 우리는 정의로운가요?
▶1984(조지 오엘)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김융희)
신화를 통한 위로와 공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더욱 비참한 것은 배고픔의 저주가 세대에서 대물림되다는 사실
▶소년이 온다(한강)
부끄러운 역사가 아닌 존엄한 양심에 대한 접근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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