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사람들 | 집수리 자원봉사, 목욕 봉사 등 이어가는 최병철 씨
“집수리 봉사로 공부방 만들어줬던 아이,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돼 봉사하고 싶대요“
집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 사는 이웃, 혼자선 몸을 씻을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이웃, 전기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집에서 사는 독거노인 등 우리 주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십 수 년 간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최병철 씨를 만나봤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십 수 년 간 이어온 집수리·목욕 봉사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연로한 할머니와 사는 고등학교 남학생에게 뭘 도와줬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공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살며 부엌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파주시 교하지역에 살고 있는 최병철 씨의 말이다.
“집수리 봉사단체, 큰길회 회원들이 모여 그 집 외부, 빈 공간에 보일러가 들어간 방 하나를 만들어줬어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 학생은 지금 어엿한 대학생이 됐어요. 가끔 연락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최병철 씨는 15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집수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001년, 파주지역에 사는 친구와 후배들이 함께 모여 집수리 자원봉사단체인 ‘큰길회’를 만들면서부터다. 이후 지금까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수많은 이들의 집수리 봉사에 나섰다. 도배, 장판을 새로 해주고 노후화된 보일러와 전기시설을 교체해주고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최씨는 집수리 봉사뿐만 아니라 장애인 목욕 봉사도 십 수 년 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99년, 대한적십자회의 단위 봉사회인 파주자유로봉사회에 몸담으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거동이 어려워 목욕탕 한 번 가기 어려운 이들에게 2.5톤의 이동목욕차량 안에서 이발이나 면도, 목욕 등을 돕는 것이다.
“우리도 목욕하면 개운하잖아요. 몸을 움직이지 못해 목욕 한 번 하기도 힘든 분들의 목욕을 도와드리는 건데 저희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저희가 오히려 그분들께 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곤 하죠. 그분들 덕분에 인생도 배우고 제 삶도 돌아보게 되거든요.”
이렇게 타의 모범이 되는 봉사활동으로 최 씨는 지난해 연말, 파주시로부터 모범자원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봉사, 누군가에게는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계기 돼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예상 외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많아요.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힘든 장애인, 조손가정 등 집안 환경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도움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곳들이 많아요. 어떤 집은 신발을 신고 집 안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집안 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적지 않아요.”
최병철 씨는 작은 도움의 손길이 어떤 이들에게는 새롭게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집수리 봉사가 무슨 큰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적십자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집수리나 리모델링을 해주고 나중에 다시 그 집을 찾아가보면 깨끗한 상태가 유지가 되고 있더라고요. 관리가 되고 있는 거죠. 집수리 봉사가 겉으로 보기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어려운 이웃들이 작게나마 나름의 삶을 꾸려가며 새로운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봉사를 하면서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도 있다. 장애를 지닌 분에게 목욕 봉사를 했는데 그 다음날 갈비뼈가 나갔다는 민원이 들어왔던 적이 있다. 분명히 편안히 목욕 마치고 집에 들어가신 걸 봤는데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모시고 병원에 가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십 년 감수한 순간이었다. ‘병원에 한 번 가기도 힘들어, 병원에 한 번 가보고 싶으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자신은 물론 복지관 관계자들 모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최병철 씨는 앞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어려운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일구고픈 꿈이 있다. 아직은 생업에 바쁜 그이지만 우리 사회 곳곳,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를 펼치며 마음 속 고이 간직한 꿈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그의 꿈을 응원하며 우리 지역사회 곳곳, 이러한 봉사의 손길들이 더욱 늘어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희망의 불씨로 피어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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