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금비식품영농조합법인 김종현 대표
3대째 이어온 달달한 외고집, “한번 드셔보세요”
할아버지 엿 공장, 전통 방식 살려 마을 기업으로 우뚝 성장
곡식으로 만든 천연 감미료 조청. 엿기름과 곡물, 오랜 시간과 은근한 화력이 조화를 이뤄야만 만날 수 있는 기다림의 단맛이다. 꿀이나 설탕의 단맛과는 또 다른 세계다. 발효를 거쳐 단맛은 유연해지고, 긴 시간을 달이니 풍미가 깊다.
맛과 건강을 위해 전통 조청을 찾는 수요는 늘었지만 제대로 만든 조청을 맛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넘쳐나는 중국산 조청 덕분에 토종 조청은 그마저 설 자리를 위협 받는 현실. 그래서 3대째 전통 방식대로 조청을 만들며 가업을 잇고 있는 김종현(충북 마을기업협의회장) 대표의 고집이 더 반가울지 모른다.
전통방식 고수로 단맛의 품위 지키다
“금비식품영농조합법인(이하 금비식품) 모태는 할아버지의 엿 공장이었어요. 만주에 살던 친척에게 배워온 비법으로 시작했는데 아버지가 뒤를 이었죠. 그러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IMF 금융 위기에 부도를 맞아 폐업하고 객지 생활도 했죠. 결국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란 각오로 2012년 고향인 충북 영동으로 돌아와 조청 공장을 열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엿 공장을 엿보며 조청이 엿으로 굳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또렷이 기억하는 김종현 대표에게 엿을 만들고 조청을 만드는 것만큼 잘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거기다 지역 특산품과 향토 자원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신청한 ‘마을 기업’ 공모에 합격하며 금비식품은 영동을 대표하는 마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갔다. 특히 영동 대표 특산품인 포도와 배를 넣은 조청은 금비식품의 효자 품목으로 영동과 금비식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민은 농사를 지어 김 대표에게 판매하고 농번기가 끝나면 금비식품의 일꾼으로 쏠쏠한 부수입을 올렸다. 주문량이 많아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지만 전통 방식 그대로 한 단계도 거르지 않고 조청을 만들었다. 직접 보리를 발아해 엿기름을 만들고 생강 한 톨마저 국내산을 고집한다. 그렇게 만든 금비식품의 조청은 오랜 시간, 맛과 향이 변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쌀 수입국, 조청 수출국을 꿈꾸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조청은 감미료라기보다 약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배와 생강을 넣으면 몸을 따뜻하게 덥히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와 황사, 잦은 감기가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봄철에 주문량이 더 증가하는 편이죠.”
단맛은 배를 만나 은은해 지고 생강 향은 조청 속에 향기롭게 녹아 있다. 자극적인 단맛에 길든 아이들조차 수저를 들고 모일 정도. 김 대표는 금비식품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을 ‘아이들이 조청을 맛나게 먹었던 때’라고 소회를 밝힌다.
“3년 전 지역 어린이집에서 전통 과자 체험을 했을 때, ‘정말 내가 이 일을 잘했구나!’ 뿌듯했어요. 넘쳐나는 수입쌀로 조청을 만들어 다시 역수출하는 것이 제 꿈인데 그러려면 우리 다음 세대부터 조청에 대한 지식과 맛을 잊지 않고 있는 게 중요하죠. 우리 아이들부터 우리 조청을 아끼고 자랑스러워한다면 전 세계인에게 ‘엿 먹일’ 날도 멀지 않을 겁니다. 하하”
문의 금비식품영농조합법인 043-745-3868, www.금비식품.com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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