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증명능력과 수학실력의 척도

지역내일 2015-11-25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까요?
수학을 가르치면서 수천 번 들었던 질문이고 저 역시 수없이 자문했던 질문입니다. 과연 ‘수학유전자’란 게 있어서 수학실력은 그저 로또나 운명 같은 것일까요?
어떤 분야에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학이 특목고입시와 대학입시를 결정짓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수학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낯선 문제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지고 무너지는 수학공부 방식에는 뭔가 크게 잘못 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학이 다른 과목과 확연히 다른 점은 바로 ‘증명’입니다. 국어나 영어나 탐구과목에는 ‘증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증명은 수학의 고유성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원별 공식들을 외우고 그 공식을 대입해서 풀 수 있는 기본유형의 문제들에만 천착합니다. 수학 공포증은 바로 이런 잘못된 공부습관에서 시작됩니다. 교과서나 기본서에도 친절하게 소개되어있는 증명들을 유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식을 증명하지 않아도 공식만 외우면 되지 않느냐는 얄팍한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증명중심의 공부를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수학적  뇌근육은 그 ‘두께’부터 다릅니다. 출제자가 문제를 아무리 비틀고 꼬아도 그 출제원리는 그 문제를 해결해줄 공식들의 증명 속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리논술이나 심층면접에서도 증명능력은 필수입니다.


영재성의 기준이 선행학습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했느냐로 판단하려고 하면 증명위주의 수학공부는 더욱 요원해집니다. 중등기하의 기본인 ‘원주각정리’도 적용하지 못하는 고등학생들이 태반인 상황은 수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공부방식이 현재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수학은 배우고 익혀야할 하나의 교과목이라기보다는 수학을 ‘논리게임’ 혹은 ‘논리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수학의 ‘트레이닝’적 성격 때문입니다. 트레이닝에는 완결이란 없습니다. 그저 꾸준히 ‘뇌근육’을 단련시켜야 그 근육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학은 재능의 문제보다는 능동성과 꾸준함이라는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적으로 ‘수학 유전자’는 없습니다. 잘못된 공부 방식과 수동적인 태도만 존재할 뿐입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노력의 방향이 올바를 때에 한해서 성립하는 진리입니다. 수학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노력은 언제든 배신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남기 궁극의 사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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