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일터로 학교로 달아난 오전, 김아영(선부동·42) 주부는 집근처에 있는 사랑방으로 향한다. 수다 떨고 놀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이 있다. 오늘은 어제 마름질 한 가족들 이불호청을 완성할 계획이다.
김 씨가 찾은 곳은 집 가까이에 있는 ‘풀잎문화센터’이다. 벌써 부지런한 주부들이 모여 앉아 수를 놓기도 하고 자녀에게 입힐 아동복을 만들고 있다. 김 씨와 회원들은 “살림솜씨가 늘어나는데 여기만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내가 만들고 내가 반했다
선부동에 있는 풀잎문화센터는 20평이 조금 넘는 작은 공간이다. 겉에서 보기엔 소박한 주부모임으로 보이는데, 실상 들어가 보니 아기자기한 수제품들이 어찌나 고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양자수로 만든 브로치와 인형, 목공예 작품과 그림, 주부들의 손끝에서 나온 제품들은 어느 백화점에서 만나는 제품보다 개성이 있고, 작품마다 품격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67 가지. 네일아트, 천연비누, 켈리그라피 등 다양하다. 자수 수업은 프랑스자수, 야생화자수, 입체자수 등이 있는데, 손수건 한 쪽에 수놓은 꽃 한 송이가 손수건 전체를 달라 보이게 했다. 수를 놓던 주부도 “내 작품에 내가 반했다”며 웃었다.
출산용품반과 신생아용품반은 저렴한 가격으로 신생아이불부터 수유쿠션까지, 아가와 엄마를 위한 여러 가지 용품을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들 수 있다.
김은하 안산선부지부장은 “여기 오는 주부들은 대부분 아는 지인의 권유로 온 경우가 많다”며 “한 가지를 배우면 다른 것과 연결이 되기 때문인지, 다른 강좌를 더 배우기 때문에 오래 다니는 주부들이 많다”고 전했다.
내 맘대로 가서 개인지도 받고
올해 24주년을 맞는 사단법인 풀잎문화센터는 전국에 220여 개의 센터가 있다, 연회비 5만원을 내고 회원이 되면 전국 어디서라도 이동식 수업이 가능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지역마다 유동적이지만 90여개의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데 살림에 관한 모든 강좌가 거의 다 있는 셈이다. 웨딩드레스반이나 애견옷반도 있고 최근에 퍼즐프레이아트반도 신설되었다.
이곳은 수강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롭다. 혹시 증간에 바빠 결석을 해도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개인지도를 해 준다. 따라서 빨리 따라가는 주부는 한 달에 두 세 과정을 마무리 할 수도 있다. 과목에 따라 일주일에 두 번에서 네 번 정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지도 강사가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개인지도를 하기 때문에 하루 중 시간이 날 때 지부에 가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과정은 보통 입문, 전문, 심화, 연구반으로 나뉘는데, 과정이 올라갈수록 수강료는 조금씩 올라간다.
전문가가 되어보자
김 지부장은 “배우는 즐거움으로 시작하지만, 하다보면 자격증반이나 연구반까지 욕심을 내는 주부들이 많다” 며 “홈클래스나 공방을 운영하는 주부, 또 방과후지도교사로 일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즐겁게 배우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경제활동의 밑거름으로 이용하는 주부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국가고시 자격증이 있는 과목은 한복만들기, 패션양재, 아트플라워, 헤어미용, 화훼장식기능사가 있고, 민간단체에서 주최하는 자격증은 초급, 중급, 고급, 사범까지 마치시면 풀잎문화연합회에서 주최하는 강사자격 시험을 볼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하면 강사로 활동 할 수 있다.
김 지부장은 “전국에 있는 문화센터 중 가장 많은 지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문화센터에서도 인정을 하는 자격증이다. 이곳에서 자격증을 따면 국내에서 활동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곳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김효재 강사는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며 “사동에 작은 공방을 열어 수강생을 지도하고, 주문한 상품을 제작에 산본지부 강사까지 바쁘지만 즐겁다”고 전했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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