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선생님과 새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설레기도 하지만 그만큼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3월은 새 학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한 시기. 반면 내 아이가 늘 잘하기를 바라는 엄마들은 새 각오(?)를 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 학년 또 다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엄마의 바람. 아이들이 그런 엄마들에게 바라는 가슴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리포터 공동 취재
엄마, 여자 친구를 끊으라는 말만큼은 제발…
엄마,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지만 고등학생이 됐다고 하니까 제일 먼저 대학입시에 대한 압박감이 먼저 와 닿아. 아마 엄마하고 나 사이의 대화 대부분이 성적 얘기라서 그럴까.
작년에 엄마하고 참 많이 다투고 반항도 많이 했던 것 같네. 엄마의 기대에 못 미친 아들이 돼서 그런 거라는 것 잘 알면서도 엄마에게 많이 대들었던 것 죄송해요. 하지만 엄마,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엄마에게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어요.
내가 여자 친구 사귀는 것을 모두 성적과 연관 지어서 꾸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친구를 끊고 공부에 전념해라, 전체 등수 얼마 올리면 사귀는 것 허락해주겠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공부와 이성 친구는 별개예요. 저도 이제 정신 차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실한 아들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김진현(17)군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작년 학교생활이 힘들기는 했어요. 초등학교 때랑 달리 아이들도 많아지고 공부할 것도 너무 늘어났으니까요.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아 시끄러운 애들도 많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친구들을 따돌리는 애들도 있어서 괴로웠어요. 엄마는 혹시라도 제가 학교에서 힘들어할까봐 걱정하고 계시죠? 걱정 마세요. 벌써 2년째니까 중학교에도 적응이 많이 됐어요.
중학교에서 잘 지내려면 약간의 눈치도 있어야 해요. 선배들 앞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아야 하고 화장은 안 하는 편이 좋아요. 또 친구들을 많이 만들면 든든해요. 새 학기가 된지 며칠 안 지났지만 저도 벌써 친한 친구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친구를 사귀려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면 돼요. 혹시라도 제가 힘들어 한다고 생각될 때는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둘이 앉아서 수다 떨듯이 편하게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주미(가명,15)양
엄마, 올해는 그냥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요?
올해 엄마께 바라는 한 가지 간절한 소망은 그냥 절 가만히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내년이면 고3이 되기에 저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또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요. 엄마가 원하시는 만큼 못할 때가 있어도 올 한해는 그냥 절 내버려두셨으면 합니다. 저도 제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잘 알고 있고 제 미래에 대해 고민도 하고 있어요. 솔직히 엄마가 하시는 말씀 틀린 것은 없지만, 요즘은 제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늘 철없이 먹고 놀 생각만 하고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하실는지 모르지만, 저도 철들고 있고 뭐가 중요한지 알아요. 제발 엄마의 시선으로만 보지 마시고 저로서 한번 생각해봐 주시고 엄마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믿어주세요!
-김현수(가명, 18)군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게 허락해주세요
엄마,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게 허락해주세요. 엄마는 털 날리고 키우기 힘들다며 반대하시는데, 저는 애교부리는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꼭 키우고 싶어요. 친구들 중에는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많은데 너무 부러워요. 저도 강아지랑 재미있게 놀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 싶어요. 만약 강아지를 사주시면 강아지한테 맛있는 간식도 사주고 공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산책도 잘 시킬게요. 응가도 아무데나 누지 않게 잘 길들일게요. 꼬리 흔들며 주인을 활기차게 따라다니는 강아지를 보면 너무 귀여워요. 저도 그런 강아지를 꼭 키우고 싶어요.
-박현재(11)군
엄마, 같이 식사합시다!
엄마랑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눈 게 언젠가 싶어요. 기대가 크셨는데, 공부안하고 힘들게 해서 ‘차라리 안 부딪히는 게 낫겠다’며 창업을 하셨지요. 그 날 이후 반성 많이 했어요. 감사한지도 모르고 투정만 부리던 제가 얼마나 한심 하던지. 그리고 매일 바쁘게 일하면서 마음을 비우시는 엄마 보고 많이 죄송했어요.
이제 군대도 가야하고, 취직하고, 결혼하면 엄마랑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아요. 올해는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면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라고, 항상 쿨 하게, 독립적으로 대해주시는 엄마, 고맙습니다!
-박성민(가명, 21)군
엄마, 우리도 미국 좀 가요!
올해는 해외여행 좀 갔으면 좋겠어요. 다른 친구들은 시험 끝나면 중국도 가고, 일본도 가고, 미국도 가는데, 저만 아직 해외여행을 못 가봤어요. 어떤 친구들은 저를 놀리느라 ‘중국 갔다가 오는 길에 미국에 살짝 들러서 햄버거 먹고 왔다’고 ‘뻥’을 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진짜 기분 별로예요.
이제까지 친구들에게 ‘우리나라 좋은 곳들 다 가본 다음에 외국에 갈 거’라고 둘러댔지만 더 이상 변명할 말이 없어요. 내년에 중학생 되면 시간도 부족할 텐데,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해외여행 보내주세요. 엄마, 제발요!
-이준서(가명, 13)군
엄마, 2학년 때는 말썽은 조금 줄일게요.
엄마, 저 때문에 많이 속상하셨죠? 제가 동생이랑 집에서도 자주 싸우고, 학교에서도 장난을 많이 쳐서... 제가 친구랑 싸웠을 때 엄마가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했을 때 저도 많이 미안하고, 다신 그러지 말자 생각했어요. 근데, 솔직히 놀다보면 그게 잘 안 돼요.
그래도 엄마, 이제 2학년도 됐으니까 동생한테 잘 해주는 형이 될게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친구들 안 놀리고 사이좋게 놀게요. 그러니까 엄마도 많이 걱정마셔요. 가게 일도 하시느라 바쁘신데 제 숙제도 봐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지성(9)군
엄마 수행평가 좀 도와주세요~
엄마 새 학기를 맞아 엄마에게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수행평가예요. 제가 1학년 때 수행평가를 잘 준비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수행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자꾸 준비를 잊어버려서 급하게 해결하다보니 성적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 거 같아요. 수행평가를 잘 못 봐서 등수가 떨어진 성적표를 보고 좀 속상했어요. 물론 스스로 자기 일을 해결하고 잘 챙겨야겠지만 아직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기에 제가 부족한 것 같아요. 준비물도 꼼꼼히 챙기지 못할 때가 많구요. 엄마가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 언젠가 제가 혼자 잘해낼 때가 오겠지만 그 때까지 수행평가랑 준비물 챙기는 것 좀 꼭 도와주세요~
-대송중 2학년 이재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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