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5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공연이 있었다. 대중에게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20년을 통기타 하나와 독특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 있는 가수로 꼽히던 안소연(44)씨가 바로 무대 위의 주인공. 주로 일산을 활동무대로 하는 포크가수 안소연씨는 2014년 두 번째 음반 발표를 계기로 2015년부터 ‘SY밴드’를 결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3월에 있었던 단독공연에 이어 12월에 두 번째 단독공연을 개최하며 이제 한 사람의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으로 대중 앞에 선 그녀를 만나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어릴 적 아빠가 준 기타로 가수의 꿈 키워
앨범사진 속 그는 생김새는 다르지만 언뜻 카리스마 넘치는 가수 한영애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실제 만난 그녀는 무대에서 끼와 아우라를 뿜어내던 모습과는 달랐다. 말수 적고 조신해서 어떻게 무대 위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올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는 무대에 서면 평소에 한 아이의 엄마, 아내라는 이름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가수 안소연’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웃는다.
안소연씨는 통기타 하나를 친구삼아 노래를 부르는 포크가수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노래에 소질도 있었지만 11살 무렵 아빠가 선물로 준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백마역 부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부르곤 했단다.
“고양시 집에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통학을 하던 시절이었지요. 그때 백마역에서 기차를 타고 통학을 했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돼 백마 카페촌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그 후로 자기의 노래 없이 남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노래를 시작했고 2008년 앨범 ‘맘에 없는 말’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2014년 자작곡 ‘엄마의 목소리’ ‘잊혀지겠다’ ‘사랑합니다’ 등을 담은 싱글 앨범이 발표되기 전까지 그는 20년 동안 남의 노래만 불러오던 가수였다.
엄마와의 추억담은 자작곡 발표
“내 노래 없이 남의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슬프거나 뭐 그런 감정은 없었어요. 노래는 같아도 가수에 따라 느낌과 표현이 다르니까 제가 그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는 온전히 저만의 노래라고 생각해요. 그냥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를 불러왔으니까 노래를 부르지 않는 저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그런 그가 직접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는 엄마와의 이별이었다. 막내딸이었던 그는 갑작스럽게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사무치는 그리움이 저절로 노랫말로 터져 나오게 되더라고 한다. 2007년 결혼을 하고 유치원생 딸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그는 아이를 기르면서 몇 해 전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고.
아이를 재우면서, 또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와의 평범한 기억들이 특별해지고 사무치던 순간에 자기의 노래들이 속에서 눈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특별한 멜로디를 짜내려 애쓴 것도 아니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포장한 것도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익숙하고 친숙한 멜로디로 엮은 노래들. 엄마가 남겨준 선물처럼 가수 안소연은 싱어송라이터로 대중 앞에 섰다.
통기타 솔로 가수에서 ‘SY밴드’ 결성
그런 그녀의 노래를 눈여겨 본 이가 있다. 기타리스트이자 작·편곡자,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구자명씨. 구씨는 그룹 ‘자유인’, ‘아티잔’ 등으로 록그룹 활동을 했었고 현재 일산에서 방송음악, 음반 프로듀싱, 뮤지컬 편곡자, 기타 세션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소연씨가 들고 온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 속에 있는 말을 담담한 듯 잔잔하게 부르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와 닿고 소연씨의 필이 딱 느껴지더라고요. 소연씨 노래 편곡을 하다가 제가 밴드활동을 부추겼지요.(웃음)”
그렇게 결성된 것이 ‘SY밴드’, ‘SY’는 안소연씨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SY 밴드’의 멤버는 기타리스트 구자명씨와 교통방송 초대 악단장을 지내고 ‘라나에로스포’로 가수 활동을 했던 키보디스트 맹희재씨, 현재 사단법인 아프리칸 타악 그룹 ‘쿰바야’ 대표이자 국내 유일 예술의전당 및 세종문화회관 양 극장에서 드러머 솔로잉 연주발표를 했던 드러머 곽연근씨,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음악을 작곡한 편곡자이자 기타리스트 김민우씨, 베이시스트 김인도씨가 함께 하고 있다.
기타를 늘 가슴에 안고 노래를 부르던 안소연씨는 처음 무대 위에서 기타 없이 밴드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익숙지 않고 손을 어디에 둘지 어색해 난감했다고 털어놓는다.
“기타 하나로 노래를 부를 때는 제가 박자를 빠르게 느리게 할 수도 있고 애드리브로 할 수 있었지만 밴드 세션에 맞춰야 하니까 정신이 분산이 되는 거예요. 손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고…”
그런 어색함도 잠시 지난 해 12월 새라새극장에서 ‘SY밴드’와 함께 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대극장은 아니었지만 빈자리 없이 객석을 메워 준 관객들에게 ‘안소연’이란 가수의 존재를 알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그녀. 요즘 보기 드문 9남매의 맏며느리, 아내, 엄마라는 이름에서 아직 온전히 자유롭게 가수활동에 전념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리라는 그녀의 꿈, 마음을 다해 격려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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