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언어적 뇌사(腦死)!

지역내일 2016-03-16

봄이 오면 우리의 마음에도 꽃이 핀다. 수선화, 진달래, 개나리, 매화, 복숭아꽃, 배꽃 꽃봉오리들이 물이 올라 터질듯하다. 꽃은 그 모양이 가진 이미지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말소리와 글자도 아름답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피워낸 꽃이 언어이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언어로 기억하고 저장하기에 오늘날의 찬란한 문명과 역사를 이루어냈다. 따라서 현대인은 언어를 통해 고스란히 문명을 전수받을 수 있으며, 또 언어를 통해서만이 정신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는 우리 정신을 반영하고 매개하는 자웅동체의 나무라고도 볼 수 있다. 모든 식물이 그러하듯 성장기에는 고른 영양 공급과 비, 바람, 물 등 성장에 알맞은 환경이 갖추어져야 제대로 자랄 수 있다. 그렇게 한 번 성장기를 거치고 나면 한 번 자란 나무는 더 이상의 부피생장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언어학습 시기를 보면 성장과정이 나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감각적 경험들을 통해 언어적 뿌리를 틔우고 줄기를 형성한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시기까지는 그 줄기에 최대한 많은 영양을 공급하여 부피생장을 하게 된다. 이때 다양한 독서는 우리 정신에 가장 좋은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고전들을 중심으로 한자 어휘를 순화하고 문장을 정리하여 바르게 새겨 읽도록 정독(精讀)능력을 길러줘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을 보면 언어적으로 메말라 고사 직전의 학생들이 보인다. 단순기호를 사용하여 어떤 규칙을 발견하고 유사한 상황에 적용하는 표상적 언어와 외계언어를 이식하기 이전에 우리의 아이들이 바른 독서 방법으로 우리말을 읽고 쓰고 말하는지 내면으로부터 관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3월 10일에도 고교생들은 전국 모의고사를 보았다. 그런데 허구한 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습에만 매진해온 아이들이 갑자기 시간 안배가 안 되고, 일부지문은 읽기조차 못하고 답안지를 제출했다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특히 지난 수능 때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 걸맞게 국어영역 시험은 고1,2,3 모두 예년 시험보다 등급별 평균성적이 5~10점 가량 떨어졌다. 앞으로도 국어영역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조금 더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A,B형이 통합되어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지는 부분도 문제의 변별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이 시기에 고3들에게 기본적인 어휘력과 독해력부터 다시 잡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언어적으로는 뇌사(腦死) 진단을 받는 것과 다름없는 큰 충격을 받는 것이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문의 : 042-477-7788 www.sindlin.com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지사장
  (주)메가넥스트 NCS 직업기초능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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