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가 대법원의 판결과 행자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기준을 무시하고 퇴직공무원과 전직 지방의원의 친목단체에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 2013년 5월 퇴직공무원 모임인 ‘행정동우회’와 지방의원 친목단체인 ‘의정회’등을 육성 및 지원하는 조례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에도 유권해석을 달리해 사업비 명목으로 특혜성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
당시 대법원은 “서울시 퇴직공무원으로 구성된 서울시 시우회와 서울시의회 전·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의정회는 친목을 위한 단체이고, 추진사업이 추정적이어서 이들 단체에 대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보조금 지급을 규정한 ''서울시 시우회 육성 및 지원 조례''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당시 행정안전부도 ''2014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서 의정회와 퇴직공무원 단체에 보조금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를 일부 개정하거나 대법원 판결의 유권해석을 달리해 2014년과 2015년에도 여전히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사회단체에 수백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도 인색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식구와 ‘상전’과 같은 지방의원 친목단체에는 수천만원의 예산을 퍼주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재정사정이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히고 있는 인천시는 2013년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각각의 육정지원조례에 근거해 운영비를 지원하다 2014년에는 조례를 개정해 사회단체보조금으로 지원했고, 2015년에는 또 조례를 개정해 민간단체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인천시는 행정동우회에 2012년 5400만원, 2013년 5130만원을 지원하다 재정운영이 빨간불이 켜진 2014년에도 4380만원, 2015년에는 1730만원을 각각 집행했다. 사업명목도 추상적이고 친목단체 성격과도 맞지 않은 시정홍보참여사업, 원도심거리청소 및 자연정화캠페인, 인천아시안게임 환영분위기 조성 및 서포터즈 운영 명목 등이었다.
또 의정회에도 2014년 지방자치제도개선 발전을 위한 의정포럼과 아시안게임 홍보 명목으로, 2015년에는 지방자치연구소(의정지, 포럼) 명목으로 각각 4000만원과 2000만원을 지원했다.
대구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구시는 2014년 대구시의정회에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운동''이라는 사업명목으로 4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대구광역시의정회 설립 및 육성지원조례''에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된 지방자치제도 개선과제 및 시의회 발전방안 조사연구 등의 사업과도 동떨어져 예산지원을 위한 형식갖추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13년 의정회 관련 조례를 개정해 지원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조례 제3조 2항 ''대구광역시장은 의정회가 제1호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에 ''단 대구광역시 사회단체보조금 지원 조례에 따른 심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시는 선배 공무원들을 위한 친목단체인 행정동우회에도 2014년과 2015년 각각 5000만원과 4500만원의 혈세를 퍼줬다.
경북도는 경북도의정회에 장례문화개선운동과 독도지키기 정책 등의 명목으로 2012년과 2013년 각각 7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다 2014년과 올해에는 장례문화개선과 도민의식 함양, 도청이전 홍보 등으로 4800만원씩을 지급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 “의정회 등의 사업내용이 추정적이지 않고 다른 민간단체와 마찬가지로 사업내용이나 금액을 특정해 보조금 지원을 신청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예산지원이 가능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근본 취지는 친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와 달리 부산시는 의정회에 지난해까지 지원했던 5000만원의 예산을 올해부터 지원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 노동욱 사무국장은 “행정동우회와 지방의회 의정회는 근본적으로 특정 사업의 수행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구성원 간 친목을 위해 회비로 운영돼야 하는 단체로 공공성의 사업성격을 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친목단체 육성과 지원 조례를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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