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반려동물 입양가족 이야기
“소중한 우리가족을 소개합니다”
연간 10만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버려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데도 책임감과 사랑이 필요하다. 한 번 버림받은 동물을 키우는 일은 더욱 그렇다. 유기동물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가족으로 삼은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정선숙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박언영씨와 뽀삐 (신정동)
내 삶의 일부를 기꺼이 내놓는 일
‘뽀삐’와의 첫 만남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는 박언영씨. 뽀삐는 공설보호소에 맡겨진지 하루 만에 파보장염에 걸려 심각한 상태였다. 뽀삐를 구조하고 치료시킨 ‘팅커벨 입양센터’측으로부터 몸이 약한 뽀삐를 잠시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언영씨는 처음부터 딱 잘라 거절했단다.
당시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를 두 달 만에 잃어버린 터라 전혀 받아들일 마음이 아니었다고. “남편과 함께 전단지와 명함을 만들어 뿌리고 미친 듯이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마음을 추슬러 유기견 입양센터에서 봉사를 하게 된 거구요.”
이후 재요청을 받고 뽀삐의 건강이 회복되는 5주 동안만 임시보호를 맡기로 했다. 마음의 준비 없이 데려왔지만 책임감 하나로 시간을 지켰다. “남편은 만성신부전환자라 투석 중이었고 당시 저도 몸이 좋지 않았어요. 첫날부터 후회도 되고 당장 돌려보낼까 고민이 많았지요.”
센터의 사정으로 약속한 날짜보다 한 달을 더 데리고 있다가 돌려보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뽀삐가 다른 곳으로 입양될 것 같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란다. 자신도 모르게 정이 들어버린 것. 남편과 상의한 끝에 뽀삐를 키우기로 결심했고 이제는 뽀삐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자녀를 키우는 것은 내 삶의 일부를 내놓는 것이죠.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랍니다. 가족으로 받아들인 이상 기꺼이 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게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남영인씨와 몽실이&산이(당산동)
아들의 장래희망은 수의사
‘몽실이’는 영등포시장에서 떠돌아다니던 유기견. 시장의 한 점포 주인이 쓰다듬어줬더니 하루 종일 곁을 떠나지 않더란다. 그 모습을 본 남영인씨가 주인을 찾아주려고 데려와 한 달 동안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 시간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이미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남영인씨는 몽실이를 다른 집으로 입양 보냈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는 쉽게 적응하던 녀석이 여러 번 파양을 당하고 돌아왔어요. 병원에서 많이 불안해한다는 말을 듣고 제가 키우기로 결심했지요.”
그렇게 몽실이는 남영인씨의 식구가 됐고 2~3년이 지난 후 처음으로 짖기 시작했다. “원래 짖지 못하는 강아지인줄 알고 있다가 깜짝 놀랐어요. 사람을 핥지도 않았는데 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렇게 된다더군요.”
당시 한 살이 채 되지 않았던 몽실이는 현재 14살이 됐다. 몽실이보다 어린 열 살 아들 의현이의 장래 꿈은 수의사다. 아들과 몽실이는 형제처럼 같이 자라 서로 정이 많이 들었다. 몽실이는 의현이가 어렸을 때 꼬집거나 털을 잡고 늘어져도 눈 꼭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던 순한 강아지였다고. 그런 몽실이가 나이 들면서 자주 아프다보니 아들은 앞으로 몽실이를 잘 치료해 오래 살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거래처 지인이 창고에서 키우다 포기한 고양이 ‘산’이는 5년 전에 데려와 함께 지내고 있다. “몽실이는 다른 강아지보다 영리하진 않지만 순하고 착하지요. 산이와도 사이가 좋고요. 오랫동안 키워서인지 이제는 가족과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경숙씨와 톨이(내발산동)
극적으로 만난 톨이와의 인연
정경숙씨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출근길에 ‘톨이’를 만났다. 누군가에게 얻어맞았는지 골목 구석 나무판자 뒤에 머리만 처박고 숨어있었던 톨이. 자세히 보니 털이 푸석푸석하고 마른 강아지였는데 병에 걸린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지나갔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발길을 되돌려 우산으로 바닥을 탁탁 쳤더니 뒷걸음치며 나오더라고요. 눈물로 범벅된 얼굴이었지만 배는 깨끗했어요. 버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죠. 조심스레 입을 벌려보니 보라색 치아였는데 나이가 제법 많은 듯 했어요.”
결국 개를 데리고 출근을 했고 중성화수술과 기본 치료를 한 후 주인을 찾기 위해 한 달여 정도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 이미 ‘별나디 별난’ 닥스훈트 종 ‘하늘이’를 키우고 있던 터라 새 주인을 구해주려고도 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단다. “나이 많은 개니 한 1~2년만 힘들더라도 내가 키워야겠구나 생각했지요. 심하게 으르렁대던 하늘이가 시간이 지나니 식구로 받아들이더군요.”
톨이는 심장비대와 기관지협착 치료로 오랜 기간 약을 먹었다. 치아가 흔들려 발치를 하고 스케일링 치료도 했다. 얼마 살지 못할 개한테 정성이라며 식구들에게 타박을 듣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곧 죽을 줄 알았던 톨이는 7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요즘은 톨이가 살이 쪄서 고민이랍니다. 뒷모습만 보면 돼지로 착각할 정도예요. 열심히 다이어트 시켜서 더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어요.”
김동현씨와 림보(목동)
슬픈 눈 ‘유기견’에서 당당한 ‘집 개’로
‘림보’는 전 주인이 이사를 하면서 가재도구와 함께 버려진 개다. 1년이 넘도록 길거리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살던 림보를 ‘팅커벨 입양센터’가 구조해 1년 가까이 보호하고 있던 중이었다. ‘쭌’이라는 강아지를 키우던 김동현씨는 쭌이의 친구를 만들어 줄 요량으로 유기동물 보호단체인 ‘팅커벨 프로젝트’에 가입했다.
“막 활동을 시작하려던 즈음 유난히 슬픈 눈빛을 가진 림보가 눈에 들어와 데려왔지요. 그런데 센터에서는 ‘림선비’로 불리던 순한 개가 쭌에게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쭌이가 도망 다닐 정도로 괴롭히더군요.” 김동현씨는 쉬는 날이면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거나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림보와 쭌이가 어느 순간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3개월의 임시보호 기간이 끝난 후 정식 입양절차를 밟아 한 가족이 됐다.
그가 림보를 키우면서 마음이 아팠던 점은 림보가 전형적인 유기견의 모습을 보일 때였다. 경계가 심하고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몸을 움츠리고 겁을 낸 것. 림보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먼저 자신이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몸에 밴 나쁜 습관이 있었어요.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강압적으로 이야기하곤 했는데 림보를 키우면서 조심하게 됐지요. 주위에서도 제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해주더군요.”
김동현씨가 변하니 림보도 조금씩 변해갔다. 미용실에 데려가면 겁을 먹고 얌전히 있던 녀석이 이제는 하기 싫다는 표현도 확실히 한단다.
“이제는 눈이 예쁜 강아지가 됐어요. 숨넘어갈 정도로 꼬리치며 반겨주는 녀석을 보면 기쁘고 행복하답니다.”
유기반려동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부러 버려진 동물들이 있는가하면 주인이 잃어버려 애타게 찾고 있는 반려동물도 있다. 일반인이 유기동물들을 만난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신고하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게 된다. 먼저 해당 시ㆍ군ㆍ구청에 신고를 하고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내는 방법이 있다.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하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은 소유자가 동물보호조치 사실을 알 수 있도록 7일 동안 유기동물공고를 한다. 공고 후 10일이 지나도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해당 시ㆍ군ㆍ구등이 동물의 소유권을 갖게 되어 개인에게 기증하거나 분양할 수 있다.
우리 지역 동물보호센터는 동물병원 및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등으로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주소: www.animal.go.kr
대표번호: 1577-0954
우리지역 유기동물입양기관 ‘팅커벨 입양센터’
주요활동: 유기동물 구조, 보호, 입양, 홍보
위치: 강서구 곰달래로 255, 2층
문의: 02-2647-8255
홈페이지 주소: http://cafe.daum.net/T-PJ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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