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목4동 ‘텃밭 가꾸기’
고구마 수확으로 사랑 나눔 실천… 나눌 때마다 감동이 곱절
양천구 목4동에 텃밭을 가꿔 사랑을 나눠주는 이들이 있다. 목4동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 앞장선 이들은 목4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로 이웃 간에 정을 나누고 텃밭을 가꿔 수확물도 나누는 노력의 결실로 주민들의 입가에 웃음꽃이 하나둘 피어나게 했다.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던 마을 사람들이 텃밭으로 하나 되고 나니 어느 동네 부럽지 않은 정말로 살고 싶은 목4동이 됐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화합과 나눔의 텃밭 가꾸기
목4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조남한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조 위원장은 “일산 구산동에 700평의 텃밭을 기꺼이 내어주신 주민이 있어 농사를 짓게 됐다”며 “지난 4월에 고구마, 옥수수, 가지, 토마토, 깻잎, 호박, 콩 등을 심고 수확해 이웃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20명의 회원들 대부분이 도시인들이라 농사짓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농사를 짓는 노하우는 임재완(71) 고문이 주로 알려주고 일산 구산동 주민들이 어설프게 농사를 짓는 회원들을 안타깝게 여겨 많은 도움을 줬다. 특히 올해는 가뭄이 심해 초보 농사꾼들은 더 애가 탔다. 많이 수확해 많은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 물도 더 자주 주러갔고 농작물보다 더 잘 크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부지런히 텃밭을 오갔다.
생업을 뒤로한 채 봉사에 나서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 농사를 처음 지어보는 회원들이 농작물이 잘 자라는지 궁금해 텃밭이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자주 찾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채소들을 발견하고는 다음 날 새벽 회원들을 비상소집해 텃밭으로 향한 적도 부지기수.
생업에 종사하기도 바쁜데 비상소집으로 텃밭을 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럼에도 농작물도 생명인지라 자라지 않고 기다려주기 않기에 목4동 전통시장 회장이자 즉석두부집을 운영하는 김동선씨는 새벽같이 일어나 그날 팔아야 할 두부를 빨리 만들어놓고 아내에게 나머지 일을 맡긴 뒤 텃밭으로 향했다.
“이런 남편이 반가울 리 없지만 말없이 감당해주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경로당 어르신들께 가져다 드리면 기뻐하는 모습이 좋아 이런 노고가 모두 잊힙니다.”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이영호 회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지만 기다리는 어른신들을 생각하면 다른 강사들과 시간을 급하게 맞춰서라도 봉사하는 기쁨이 더 크다.
이런 노력이 하나하나 합쳐져 목4동 주민들은 하나가 됐다. 거의 매일 땀을 같이 흘리고 수확하는 기쁨을 나누면서 감동은 곱절이 됐다. 시장에서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양의 채소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은 진심으로 기쁨을 표현해주었고 환대해 줘 오히려 가져간 손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회원들은 내년에는 오이도 호박도 가지도 더 많이 심어 어르신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고 한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이웃사랑 실천
처음으로 고구마 줄기 수확을 하던 날,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은 물론 이웃주민, 주부환경연합, 부녀회, 통장협의회, 육성단체 등 회원들이 적극 나서 수확하는 것을 함께 도왔다. 목4동에는 구립 경로당이 3곳, 아파트 경로당이 5곳 있다. 또한 독거어르신도 서른 분이나 계신다. 이들 모두에게 풍성하게 농작물을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 구립 경로당 3곳에만 고구마 줄기를 기증했다. 하지만 올 가을에는 심어놓은 배추와 무를 수확해 목4동 주민들과 함께 김장을 해서 모두에게 나눠드릴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조남한 주민자치위원장은 “텃밭은 목4동 주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수확의 기쁨과 나누는 기쁨을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목4동 텃밭 가꾸기에 참여를 원하는 주민은 목4동 주민 센터나 조남한 주민자치위원장(☎010-5231-9162)로 연락하면 된다.
미니 인터뷰
조남한 목4동 주민자치위원장
“주민 중 한 분이 일산 구산동에 700평의 텃밭을 무상으로 제공해주어 그곳에 텃밭을 가꿔 수확물을 이웃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습니다. 농사짓는 어려움도 많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에 감동이 곱절이 됩니다.”
김동선 회원
“식물은 자라는 때가 있고 수확을 해줘야 하는 때가 있잖아요. 내가 바쁘다고 자라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니까 생업을 뒤로한 채 텃밭을 향하기도 합니다. 자식같이 잘 돌봐야 식물이 더 잘 자라서 정성을 쏟아냅니다.”
이영호 회원
“시골에서 초등학교 때까지 자랐어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것을 봐서 그런지 농사는 귀찮고 싫은 것이란 생각이 많았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는 기쁨이 더 크더라고요. 요즘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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