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 두런두런(DO LEARN! DO LEARN!) 봉사단은 25년째 한 자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학원장이 학원을 동네 사랑방처럼 만들면 좋겠다는 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업이 없는 주말에 학원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사랑방에서 무얼 할까 고민하다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봉사활동 장소로 내주기로 했다. 영어를 가르칠 멘토를 모으고 영어를 배울 멘티도 추천받았다. 양천 두런두런 봉사단이 창단된 배경이다. 이곳에서 멘토로 활동 중인 송세희(강신중 2), 김도윤(양천중 2), 김민지(금옥여고 2), 안상훈(양천고 1) 학생을 만났다.
25년 된 동네학원에서 장소 제공
양천 두런두런(DO LEARN! DO LEARN!) 봉사단은 신월 4동에서 25년간 한 자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양화영 원장과 그 제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양화영 봉사단장은 “25년째 이곳에서 학원을 운영했습니다. 그때 학원에 다녔던 친구들이 어느새 학부모가 됐죠. 어느 날 제자들이 동네 사랑방을 만들면 좋겠는데 학원을 내줄 수 있겠느냐고 묻더군요. 그리고 사랑방을 중심으로 봉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두런두런(DO LEARN! DO LEARN!)은 ‘배우고 행한다’는 의미로 학원의 장점을 살려 영어학습봉사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멘토 자원봉사자를 모으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멘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하므로 검증된 영어실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봉사자들은 학교 성적 상위 10%로 제한하고 발음과 문법, 읽기 실력도 테스트를 통해 검증과정을 거쳤다. 많은 멘토의 문의가 이어졌고 40여 명이 선발됐다. 이들 중에는 성인 11명도 포함됐다.
멘티 학생도 모았다. 지역사회에 있는 그룹 홈이나 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세대에서 공부를 하고 싶으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던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러 왔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교재구입에 대한 부담은 양천구자원봉사센터의 프로그램 공모 지원 사업으로 덜 수 있었다.
현수막 내걸고 멘토 학생 모아
작년에 이어 이곳에서 영어를 배운 멘티 아이들도 40명에 이르렀다. 교재는 파닉스 위주로 1~2달씩 진행하되 학생의 실력에 따라 1:1로 영어 읽기와 대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양 원장은 “학원에서 봉사가 이뤄지다 보니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지만 가르치는 멘토 학생은 재원생이 아닌 선발과정을 거쳐 영어실력이 검증된 학생들”이라며 “아이들에게 영어공부뿐만 아니라 멘토 학생들이 모델이 돼 꿈을 심어주어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천 두런두런 봉사단은 올해부터 마을공동체 학교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멘토들을 초등학교로 파견해 다문화, 탈북자, 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학습 멘토 봉사를 할 예정이다. 또한 영어 한 과목을 가르치던 것에서 수학까지 확대해 아이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봉사는 서로 배우는 것
실력은 검증받았으나 가르치는 것은 멘토 봉사자들의 몫이다. 멘토들은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 아이들이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나름의 교수안을 준비했다. 송세희(강신중 2학년) 학생은 “멘티 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 아이에게 정확한 파닉스를 가르쳐주기 위해 글씨는 가리고 그림만 보며 읽게 하고 반복해서 읽히고 테스트도 하면서 아이의 영어실력을 향상시켰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교사가 되고 싶은 꿈 또한 확실해졌다. 김도윤(양천중 2학년) 학생은 “선생님이 꿈인데 멘티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도움이 됐다”고 덧붙인다. 유치원 교사가 꿈인 김민지(금옥여고 2학년) 학생은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현수막이 붙어 있어 신청하게 됐다”며 “7살부터 9살까지 4명의 아이에게 2시간 동안 단어, 파닉스, 읽기 등을 직접 가르쳐보니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는 다양한 수업 방법도 생각하게 되고 유치원 교사의 꿈을 이룬 것 같다”고 전한다.
안상훈(양천고 1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제 수업을 들은 친구들이 설명이 이해가 잘 된다고 할 때 뿌듯했고 희열을 느껴 영어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며 “멘토 아이들은 영어를 배우고 저는 가르칠 영어 교수안을 만들면서 교사의 길을 준비하는 것 같아 서로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때로는 도움을 받았던 가족이 감동을 받아 오히려 도와주는 계기가 됐다. 멘티로 자녀가 봉사단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에 감동해 아버지가 오히려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봉사에 합류하기도 했다.
“봉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고 베풀면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온다”고 입을 모으는 양천 두런두런 봉사단 회원들. 호기심에서 시작한 작은 봉사가 지역 사회에 희망이 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그들만의 교수안을 준비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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