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영여자중학교(교장 안영훈)가 지난 1월 23일 낮 12시 교내 도서관에서 ‘제2회 봉영여중 소논문 발표회’를 열었다. 이번 소논문 발표회는 봉영여중 재학생 10명과 봉영여중을 졸업한 선배(목동고) 1명 등 11개 팀이 지난 1년 동안 탐구한 내용을 소논문 형식으로 작성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65쪽의 논문집도 발간, 학생들이 탐구한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수록됐다. 도서관에서 이뤄진 여중생들의 소논문 발표, 그 뜨거운 현장을 찾았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165쪽 논문집 발간에 이은 논문 발표
지난 1월 23일 오전 10시, 봉영여중 도서관에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컴퓨터를 켜고 빔 프로젝터를 준비한 다음 순서대로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소논문발표회 리허설을 시작했다.
『독서치료가 여중생들의 정서·행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발표를 시작한 정의진 학생, PPT에 나오는 그래프를 설명하다 주춤거리자 “독서치료를 한 학생과 하지 않은 학생 2가지를 먼저 설명하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주면 될 거 같다”라며 전윤경 사서의 피드백이 바로 이어진다.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을 향해 “그래프를 설명할 때 논문에 나온 대로 읽어주면 논문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사전·사후 결과를 알려줘.” 그러자 앞에 앉은 학생 중 한 명이 “선생님처럼 저희는 그런 내공이 아직 쌓이지 않았어요”라고 답하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2시간 동안 이어진 리허설을 끝으로 약속한 정오가 되자 ‘제2회 봉영여중 소논문 발표회’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논문 쓰면서 성장하는 계기 돼
이날 소논문 발표회에는 안영훈 교장을 비롯해 학부모와 학생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안영훈 교장은 인사말에서 “작년 소논문을 쓴다고 했을 때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는데 벌써 2회가 됐다”며 “올해 발간된 논문집을 읽어보니 의미 있는 내용의 논문에 놀랐고 참여한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소논문쓰기를 지도한 전윤경 사서는 “스마트폰 시대, 네이버 지식인에서 답을 찾고 결과만 중요한 세대에 살다 보니 깊이 있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중학생들에게 논문 쓰기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논문을 쓰면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칭찬 많이 해주고 응원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논문 발표가 시작됐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이해』를 논문으로 발표한 김혜민양은 “성경을 읽다가 의문이 생겨서 창조론과 진화론을 연구해 보고 싶었다”며 “연구를 진행하면서 창조론과 진화론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어느 쪽이 과학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세계관과 균형 잡힌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 교과서에 진화론과 창조론을 함께 싣는 것이 좋겠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 당당히 이겨내
연구주제는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중에서 자유롭게 선정했다. 소논문을 지도한 교사가 도서관 사서이다 보니 논문 주제가 ‘책’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고 3월 초부터 시작한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많았다. 『청소년 성장소설이 여중생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논문을 쓴 1학년 김서현 학생은 “1학년이고 처음 써보는 논문이라 쉽지가 않았다”며 “모르는 것도 많고 힘들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의 격려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독서량이 어휘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쓴 2학년 김민지 학생은 “논문이 마지막으로 완성되는 기간이 기말고사와 겹쳐 병행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독서가 어휘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독서를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한다.
논문 발표를 마치고 다과회를 겸한 질의·응답 시간으로 제2회 봉영여중 소논문발표회는 막을 내렸다.
미니 인터뷰
이인영 학생(2학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공감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못 한다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공감능력’에 관심을 갖고 공감능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다 청소년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독서’와 연관해 『청소년의 독서가 공감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논문제목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황성하 학생(3학년)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아침 독서’에 대해 친구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침 독서의 효과’를 검증하면 아이들도 즐겁게 아침 독서에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제를 『아침 독서운동에 대한 중학생의 인식 연구와 개선 방안』으로 정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아침독서는 필요하되 조금만 개선하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개선방안까지 제시하게 됐습니다.”
오예솔 학생(3학년)
“『독서활동이 여중생의 자아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쓰면서 참고 문헌을 찾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친구들을 대상으로 자아존중감 테스트 설문조사도 했는데 독서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논문은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방법으로 하면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할 수 있다는 뿌듯한 경험을 했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논문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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