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제2의 도약 꿈꾸는 ‘KT먹자골목 상가 번영회’

“깨끗한 골목 만들며 지역사랑 실천합니다”

지역내일 2016-02-12

정자동 KT사옥 맞은편 ‘KT먹자골목’의 상가번영회 회원들은 정자동 주민센터 직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골목을 깨끗이 청소한다. 점심 장사와 저녁 장사 중간, 꿀맛 같은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알아주지도 않음에도 스스로 팔을 걷어붙인 KT상가번영회(이하 번영회) 회원들을 만나보았다.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번영회


화려했던 그 시절 ‘KT먹자골목’을 아시나요
2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요식업계에서 정자동 KT사옥 맞은편 먹자골목에는 1기 신도시 분당의 역사와 함께한 ‘터줏대감’ 맛집들이 유독 많다. 분당에서 감자탕, 추어탕, 칼국수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집들이 여전히 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거의 분당 입주 초기부터 같은 자리를 듬직하게 지켜온 일식집, 손바닥만 한 북경식 찹쌀 탕수육을 가장 먼저 선보였고 아직까지 먼 곳에서도 찾아오는 중식집, KT 여성 신입사원을 사로잡아버린 직접 만든 도자기에 음식을 내오는 정갈한 샌드위치 집, 크고 작은 취미 공방들과 수준급의 개인 커피숍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는 곳이 또한 ‘KT먹자골목’이다.
번영회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0년, IMF를 겪으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생각으로 몇몇 뜻 있는 ‘사장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회원으로 가입했으나 2000년 중후반, 본격적으로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이 맞물리면서 항상 북적거리던 ‘KT먹자골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침체된 경기와 함께 이미 1990년대에 지어진 상가주택들이라 주차장이 턱 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번영회 운영도 흐지부지 됐다.


대화와 소통으로 회원들 간 결속력 다져
“번영회가 거의 활동을 못하다가 한 2년 되었나, 임원들을 중심으로 골목상권을 활성화시켜보자는 마음으로 회원들의 경조사도 꼼꼼하게 챙기고, 함께 족구도 하면서 공동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라며 모임의 홍일점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하는 임종숙(정자동·57) ‘전원미소’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덧붙여 “4년 전에 다른 지역에서 정자동으로 와 고깃집을 열었는데 번영회 활동을 하며 절세하는 방법이라던가,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 등 여러 가지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어요”라며 번영회가 잠시 주춤했지만 요즘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임 대표와 같은 업종을 하고 있다는 번영회의 신입회원이자 막내회원인 ‘돌판하나’의 이상묵 대표(광주시·34)는 “작년 8월에 가게를 오픈하고 번영회에 들어왔으니 아직 활동한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같은 업종에 계신 회원들이 저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험담을 나눠 주시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라며 가족 같은 인생 선배, 사업 선배들을 모시고 있으니 든든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자동 주민센터와 손잡고 깨끗한 골목 만들어?
2014년부터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이면 번영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도구를 들고 거리로 나온다. 정자동 주민센터 김학봉 동장 이하 직원들도 함께 팔을 걷어붙인다. 그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청소에 동참했다는 김 동장은 “먼저 지역 상인들이 스스로 거리 청소 봉사를 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라며 “요즘 지역상권이 침체되고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 번영회 분들처럼 결속력을 다지면서 패기 넘치는 상인분들이 함께 연대한다면 좋아지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앞으로 맛집 거리 조성을 위해 주민센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라며 번영회에 대한 고마움과 주민센터의 협조 의지를 전했다. ?
10년 넘게 운영하던 참치횟집을 접고 ‘고향집 삼계탕’을 운영한지 6년차에 접어든 유영길(정자동·50) 대표는 번영회의 창단 멤버로 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경기가 안 좋다 하는데 실제 상인들이 체감하는 것은 그 이상입니다”라고 힘들게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그래도 번영회에서 함께하니 ‘으쌰으쌰’ 하면서 힘을 낼 수 있고, 고단한 몸이지만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모여서 우리들 삶의 터전을 직접 청소하며 가꾼다 생각하면 보람되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올해는 더 끈끈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이 곳에 공동주차장이 생기면 참 좋겠습니다”라며 올 한해의 소망을 전했다.


미니인터뷰 - KT먹자골목 상가번영회 이정성 회장
“상인과 주민, 동네가 함께 행복해야지요”


‘KT먹자골목’에서 돌솥에 정성스레 지어낸 밥과 함께 정갈한 반찬과 노릇하게 구워내는 생선, 구수하게 끓여내는 된장으로 마치 ‘집밥’을 연상시키는 돌솥밥정식 ‘밥상머리’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이정성(정자동·56) 회장이 번영회의 회장을 맡은 지는 2년이 되었다. 그동안 침체되어있던 번영회에 생기를 불어 넣고자 회장을 맡고 나서 적극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초창기 때보다 회원업소가 많이 줄어 지금은 80여개 업소가 번영회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능동적인 번영회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다행히 회원들이 함께 움직여 주니······.”라며 번영회와 회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아울러 “회원 간 결속력을 다지고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지역 내에서 번영회가 공생하는 것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해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주민들과 척사대회 개최, 정자동 체육대회 참가, 지자체 유관단체가 주관하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합니다”라고 전했다. 매월 거리를 청소하는 것도 지역 안에서 경제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나눔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점심 장사와 저녁 장사 중간에 휴식이 꿀맛이지만, 그래도 몸을 일으켜 거리 구석구석 청소하고 나서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그것도 기막힌 맛이더라고요”라며 이 회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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