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보다 진로, 소신파 청소년 - 김만기(한솔고등학교 3학년)

포크레인에 꿈을 싣고 행복을 퍼올리다

국영수 대신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과 씨름하며 자신만의 진로 개척

지역내일 2016-01-22

2015년 기준 청년 실업률이 9.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이른바 취준생으로 또 기약없는 몇 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3년을 바치지만 그 대학이 직장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일찌감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그 해답이 아닐까? 고등학교 3년, 진학보다는 진로에 초점을 두고 야무지게 미래를 준비한 청소년 김만기 군을 만나보았다.

김만기


건설현장서 일하며 독학으로 건설기계(굴삭기)조종사 면허 취득 
건설기계(굴삭기)조종사 면허증을 취득한 후 방과후에 건설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중장비 개발연구원을 거쳐 중장비정비업체 CEO를 꿈꾸는 김만기 군. 현재 분당 한솔고등학교 3학년인 김 군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건설기계과가 개설된 구미대학교에 합격증을 받아놓은 예비 대학생이다.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이 어려서 포크레인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 가면 다른 장난감으로 갈아탄다는데, 포크레인에 대한 저의 호기심은 갈수록 커졌고 고등학교까지 이어졌습니다.”
각종 중장비에 대해 공부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 군.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친구들이 국영수 학원에 다닐 때 김 군은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과 씨름하며 몇 번이고 도전한 끝에 포크레인조종사 면허증도 취득했다.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않았다고 김 군은 말한다.


"어리니까 고생해도 되" 은행원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
“중학교 3학년때 기계 관련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일반고에 진학한 직후부터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찾은 길이 바로 중장비 분야입니다.처음에는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께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답니다.”
김 군이 중장비 분야의 전문가로서 꿈을 키우는데 은행원인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고. 포크레인에 빠져 있는 아들을 위해 주변 인맥을 동원해 건설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준 사람도 바로 김 군의 아버지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기를 원하셨지만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야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건설경기의 흐름도 민감하게 체크하셨다가 들려주시기도 하고, 포크레인조종사 면허증에 도전해보겠다고 하자 실기 연습을 할 수 있게 섭외해주셨어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라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얘기하신다고 김 군은 말한다. 이런 생각을 마음에 품으면 지금 하고 있는 노고가 즐겁게만 느껴진다고.


20대도 3개월 못버틴다는 건설현장에서 1년 근무
김 군은 방과후와 주말 시간을 이용해 중장비회사에서 1년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포크레인 부기사로 일하면서 아버지뻘인 40대 아저씨들과 친구처럼 지낸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김 군은 회상한다. 포크레인 건설현장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일이 고되다보니 못버티고 나가버리기 일쑤라고.
“젊은 청년들도 3개월이면 많이 버틴 건데 고등학생인 제가 1년도 넘게 일하는게 신기하고 대견하다고 아저씨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해주세요. 사실 포크레인 작업이 땅을 파다가 배관을 건드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거든요. 제가 실수도 많이 해서 일에 방해가 된 적도 많은데도 그저 예쁘게만 봐주십니다. 덕분에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그 어렵다는 면허증을 취득했으니 저에게는 정말 스승같은 분들이죠.”
이제 또래보다 아버지뻘 40대 아저씨들이 더 편하다는 김 군이다. 한번 이야기 꽃을 피우면 몇 시간이고 수다가 끝날 줄을 모른다.


이론과 실무 겸비한 최고의 중장비 전문가 되고파
김 군은 건설기계산업기사 자격증, 건설기계정비사 자격증에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실기뿐만 아니라 이론도 공부하기 위해 대학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대학 졸업 후 두산 연구개발부에서 취업해 체계적인 이론과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김 군의 바람이다.
“저는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을 운전할 때 가슴이 뛰어요. 정말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이 다음에 돈을 많이 벌어 중장비를 하나씩 사모을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중장비를 다루면서 알게 된 건데 중장비를 정비하는 공장이 많지 않아요. 제가 40살 쯤 되었을 때 아마도 우리 지역 인근에 중장비 정비업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하하하.”
이제 3월이면 대학생이 되는 김만기군. 그동안 실전 경험들에 전문적인 지식을 더 배운다고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김 군이다. 청년 실업이 걱정이라지만 적어도 남다른 꿈이 있고 그 길을 야무지게 개척해 나가는 김 군에게는 남의 일처럼 보인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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