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스며든 평생학습을 즐겨라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길거리 학습관’

지역내일 2016-01-14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의미 없는 수다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집 앞 카페에 모여 역사공부부터 수납정리, 캘리그라피, 밥상머리교육, 중국어까지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길거리 학습관이 요즘 인기다. 안산시 평생학습관이 진행하는 ‘삼삼오오 학습마실’ 프로젝트.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 멀리 있는 교육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으로 교육프로그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평생학습이 가능한 우리 동네 길거리 학습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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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함께 배우는 취미생활 ‘행복’
지난 9일 상록구 일동의 카페 마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색색깔 고운 수실과 반짇고리를 꺼내고 작업 중인 사람들. 길거리 학습관으로 지정 된 일동 ‘카페 마실’의 토요 프로그램 프랑스자수 반 수업이 진행 중이다. 강의를 듣는 사람은 3명과 강사인 프랑수자수 디자이너 황주란씨로 단출하다. 카페 마실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 프랑스 자수 수업이 진행되는 데 토요일 수업은 바쁜 직장인으로 구성됐다.
수강생 김두리 씨는 “직장에 나가느라 뭘 배운다는 건 생각해 보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아이 어린이집에서 알게 된 동네 분이 이런 강의가 있다고 해서 참가했는데 집에서 가깝고 평소 관심있었던 자수를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라고 말한다.
프랑스 자수를 가르치는 황주란 씨는 “딱딱한 강의실이 아니라 카페에서 소규모로 모여서 배우는 수업은 수강생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두 시간 수업을 하고 돌아가는 분을 얼굴이 정말 환하게 변해 있는 걸 보면 저도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한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배우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이 묻어난다.


찾아가는 평생학습 ‘길거리 학습관’
일동 ‘카페 마실’에서는 어떻게 이런 강의를 마련하게 됐을까? 일동 마을카페인 ‘카페 마실’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협동조합 카페다. 카페가 평생학습관에 ‘길거리 학습관’으로 공간을 제공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원하는 강의를 정해 평생학습관에 요청하면 평생학습관에서 강사를 파견해주는 시스템이다.
일동 ‘카페 마실’은 안산에서 8번째로 만들어진 길거리 학습관이다. 수암동 ‘카페 드 코코’를 시작으로 지난해 안산에서 10개의 길거리 학습관이 만들어졌다. 동네 주민들의 접근이 쉬운 카페와 학원에 ‘길거리 학습관’이라는 작은 이름표가 하나 더 붙은 것이다.
길거리 학습관에서 진행한 수업도 다양하다. 상록구 수암동 ‘카페드코코’에서는 안산동역사와 수납정리 수업을 진행했고 수암동 카페제밀로에서는 수납정리와 캘리그라피 수업, 부곡동 영美 미술학원은 밥상머리 교육, 월피동 반디카페는 밥상머리교육과 캘리그라피, 풀앤풀학원은 밥상머리교육과 중국어회화초급, 월피동 카페 나무바느질은 수납정리, 고잔동 카페모네는 미술심리, 고잔동 카페 피움은 비폭력 대화, 사동 동그라미카페는 뇌를 깨우다를 교육했다. 학습자들의 요구에 따라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상자와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안산동 역사교육에 참가했던 정쌍지씨는 “안산역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이 정말 역사가 깊은 마을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때 공부한 분들 중에는 학교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해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올해도 기회가 닿으면 길거리 학습관에 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6년 20개 길거리 학습관 개관 예정
길거리 학습관을 동네 곳곳에 만들고 있는 평생학습관은 올해 20개의 ‘길거리 학습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평생학습에서 소외된 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다. 이웃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상가 주인과 공간을 이용하는 학습자 3명 이상만 있다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길거리 학습관을 기획한 평생학습관 강성희 팀장은 “학습이라는 것이 배움을 통해 결국 개인과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배움은 필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기존의 학습에서 이루어지는 정형화된 학습공간이나 학습개념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길거리학습관 ‘삼삼오오 학습마실’은 바로 이런 기존의 학습공간과 시간을 벗어나서 개인의 일상학습을 지역의 학습문화로 만들고 지역의 학습문화를 통해 창조적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우리 동네 길거리학습관에서 배움이 있는 일상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의 성적표로 채워지지 않는 만족감과 행복이 내 삶에 깃들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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