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밥상- 파주시 탄현면 하경미 씨

함께 밥을 나눠 먹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

지역내일 2015-06-19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김지하 시인의 ‘밥은 하늘이다’ 중에서)








새벽에 깨워줄 수도 없었고, 밤늦게 오는 딸을 깨어 맞이할 수도 없으셨던 엄마의 고단했던 삶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그 사랑과 미안한 마음을 담아 생일이면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해 이른 새벽에 이렇게 상을 차려주셨어요. 도마 소리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 엄마의 마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엄마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엄마가 생일날 차려주셨던 밥상을 그대로 차려봤습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밥상
그에게도 밥은 나눠 먹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특별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고마운 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밥상을 차려놓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이 그의 소소한 행복이다. ‘아들 셋 맘’이라고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시 쳐다본다는 그 사람은 바로 파주시 탄현면의 하경미씨다. 그는 진욱, 진호, 진서 세 아들의 엄마다. 남편까지 네 명의 남자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것이 일상이며 틈틈이 소중한 이들을 불러 모아 밥상을 차려낸다.
대안학교 학부모 10년차로 일 년에 두 번 방학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선생님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대안학교는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 공동체의 틀이 무너질 만큼 학교에 큰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 사람간의 일로 유독 마음이 힘들어 함께 밥을 먹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때 경미씨는 “그래! 밥이라도 좀 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콩나물밥과 어묵 국, 도토리묵을 급하게 차려내 선생님들과 말없이 식사를 하며 서로 힘겨운 시간을 위로했다. 선생님을 대접하기엔 너무 초라한 밥상이었지만 선생님들은 지금도 그때 먹었던 밥상이 제일 따뜻하고 맛있었다는 칭찬을 해준단다. 위로의 마음을 담은 든든한 밥상이었기 때문이다. 밥 한 끼 나눠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임을 초대한 이나 초대받은 이나 함께 배운 시간이었다.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의 추억
지금은 손님상을 뚝딱 차려내는 실력자지만 경미씨가 처음부터 요리를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신혼 초 빨간 게를 사러 재래시장을 돌아다녔던 일화는 지금도 우스운 이야기란다. 그가 보던 요리 책에 나온 게들은 모두 먹음직스러운 붉은 색이라 시장에서 파는 게들도 모두 붉은 색인 줄 알았던 것. 본래 짙은 갈색의 게가 열을 가하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생선가게 아저씨가 그 사실을 알려줬고, 그 후부터 생선가게 아저씨는 경미씨가 갈 때마다 생선을 잘 손질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점심을 먹고 나면 두세 시부터 저녁상 준비에 나섰다.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어 형님에게, 친정엄마에게 물어보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살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쌓이다보니 조금씩 응용이 가능해졌다. 특히 어릴 적 엄마가 해준 음식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어 요리 실력을 키워갈 수 있었다.
경미씨의 엄마는 종갓집 맏며느리였다. 집엔 언제나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엄마는 부지런히 밥상을 차려냈다. 그리고 집에 사람 발길 끊기면 안 된다고, 또 내 집에 온 사람 맨입으로 보내는 것 아니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때 엄마의 삶이 참 고달파 보였는데 지금 저도 엄마의 모습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음식을 하고 손님을 초대해 밥상을 차려주고… 가족과 소중한 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것은 힘들어도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랍니다. 이제야 제가 고단했지만 소박한 행복을 누리던 엄마의 삶을 이해했듯이 그 나이가 돼봐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지요. 특히 음식의 맛을 느끼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서 ‘급해지지 말고 느긋해지자’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의 추억은 유독 냄새와 소리까지 여전히 생생하다. 새벽녘 참기름에 미역을 달달 볶는 고소한 냄새와 소리에 잠을 깨곤 했다. 갓 지은 쌀밥과 미역국, 나물 세 가지와 고기 등을 작은 소반에 담아 엄마가 생일상을 차려준 것이다. 평소엔 4남매가 뒤섞여 함께 밥을 먹었지만 생일날만큼은 개인 밥상을 받으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눔 도시락에 귀히 여기는 마음 담아
그는 올해 초부터 지인들과 함께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 싸는 일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50인분 정도의 도시락을 싸는데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가 돼야 일이 마무리된다. 먹을 것이 풍족한 시절이라 평소에 먹어보기 쉽지 않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메뉴로 선정해 도시락을 싼다.
메인 음식과 국, 반찬과 후식 등을 부지런히 만들어 도시락에 담아 배달까지 하고 다시 돌아와 설거지를 하는 것으로 일과가 끝난다. 서너 명이 함께하는데 일을 마치고 서로의 모습을 보면 얼굴에서 피로가 뚝뚝 떨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도시락을 쌀 수 있어 행복하단다. 누군가를 돕고 싶어도 금전적인 것 말고, 내 손과 시간을 들여 할 만한 일을 찾기가 쉽진 않다. 이런 기회를 통해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경미씨는 감사하다. 
사람은 먹어봤던 음식을 기억하고, 먹어봤던 음식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아이들이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고 새로운 맛을 경험하며 어른이 돼서 그 음식을 기억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도시락을 먹으며 ‘누군가 우리를 귀하게 여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힘이지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의 도시락을 만들려고 합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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