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서울대 수시전형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예고생은 물론 재수, 삼수를 해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서울대 음대.
용인 신촌중학교를 졸업한 신경식 군은 선화예고 1학년 1학기에 학교를 자퇴하고 1년 후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했다.
아직은 합격의 기쁨에 취해있어도 될 법한데 자신이 졸업한 보정 초등학교 연주회에서 동생들과의 합주를 위해 모교를 찾은 신경식군.
그의 특별한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경화 리포터 22khlee@hanmail.net
용재 오닐의 비올라 선율에 빠진 초3,
음악에 발 들이다
풋풋한 십대인 신경식군(17세·용인 보정동)의 초년 음악 이야기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얼마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합격에 이어 서울대에 합격한 신군의 이력만 듣고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어린 나이부터 악기를 시작한 일반적인 모습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비올라와의 만남은 초등학교 3학년, 조금은 늦은 나이에 시작되었다. 처음엔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 악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인생을 걸고 사랑하는 친구가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개발활동이 활성화되며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저도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데 바이올린은 이미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체구도 작아 첼로는 너무 컸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그때 어머니가 용재 오닐의 연주를 들려주셨어요.”
남성적인 소리를 내는 첼로와 여성적인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과 다른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는 어린 그의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특히, 중성적인 소리를 내는 비올라는 현악기들 사이에서 서로의 소리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듯한 그 매력에 빠져 비올라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초3,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기였지만 무작정 용재 오닐이 연주하는 비올라 선율에 빠져 작은 체구에 맞춰 바이올린에 비올라 줄을 매 비올라를 시작했다.
두 번의 예중 편입 시험 불합격,
그리고 예고 자퇴까지
보정초 오케스트라에서 취미로 비올라를 연주한 그는 신촌중에 진학, 중1 후반이 되어서야 음악으로 진로를 결정하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음악은 잘못 익힌 자세와 기초에 대한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악바리처럼 이런 단점을 연습으로 극복해 나갔지만 각종 콩쿠르 오디션 불합격은 물론 두 번의 예중 편입시험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부족했던 실력은 매번 불합격을 하는 실패를 경험하게 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연습에 매달렸답니다.” 이렇게 많은 노력으로 실력을 끌어올린 신 군은 마침내 예고에 합격했다.
음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춘 예고 생활은 말 그대로 행복했다. 실기연습은 물론 시창과 청음 등 다양한 이론을 배우는 시간과 비올라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시간은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1학기를 마친 생일날, 경제적인 문제와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끝내 그는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지만 현실적 상황 앞에 선택한 자퇴는 그에게 음악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획을 세우게 만들었다.
학교 밖 1년,
대입을 위해 온 힘을 쏟다
겁 없이 선택한 자퇴였지만 지난 1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 특히, 서울대에 지원하며 추천서를 부탁할 곳이 없어 안절부절 했던 기억은 아직도 아찔하다. “다른 수험생들은 악기만 연습하면 되는데 저는 대학별 전형부터 시작해서 검정고시 준비 그리고 각종 콩쿠르까지…. 너무 많은 일을 챙겨야하는 것이 부담스럽더라고요. 특히, 원서를 접수할 때는 강박감으로 너무 힘들어 자소서 등 제 서류를 누군가가 한 번만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그는 어린 나이지만 당차게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마쳤다. 검정고시 준비는 물론 입시곡만 연주해도 모자란 시간에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세계일보 콩쿠르와 해외 파견 콩쿠르 등 수준 높은 콩쿠르에 끊임없이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천서를 받기위해 혼자 중3때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부탁을 하고 자기소개서 내용을 스스로 적어나가는 등 학교의 도움을 받고도 어렵다는 입시의 전 과정을 혼자서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학교라는 소속 없이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버려지는 시간이었어요. 얼마나 의자에 앉아 있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연습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빨리 알아채고 계획에 맞춰 시간을 알차게 보낸 것이 입시에 성공하게 된 가장 중요한 점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음악을 하는 학생들에게도 시간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하면 다양한 경험으로 연주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그에게서 못 말리는 음악 사랑이 전해진다. 너무도 당찬 그의 모습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너무 가두어 키운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스스로 그 어렵다는 입시를 치러낸 그가 연주하는 비올라 연주는 오는 12월 19일 남한산성 아트홀(광주)에서 열리는 보정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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