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빠져들 듯 아름다운 꽃. 그 향기로운 꽃차를 입안 한가득 머금고 있으면 향에 취해 온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 정서에 맞는 은은한 향의 꽃차를 경험해 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진다. 부지런히 꽃차와 한방차를 만들고 마시며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힐링도 하고 이웃들에게 재능기부하며 삶의 멋을 누리는 이웃을 만났다.
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꽃 따라 여행 다니며 마음과 건강 회복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이순덕(58)씨의 집에 들어가면 집안 곳곳에 정성스레 만든 꽃차, 한방차들이 가득하다. 장미꽃, 돼지감자꽃, 국화꽃, 도라지꽃, 황기꽃을 비롯해 우엉, 연근, 돼지감자, 오미자, 여주, 구절초, 연잎까지 종류도 다 못 셀 만큼 다양한 차 재료가 예쁜 병에 담겨 있다. 유자 알을 전부 빼고 그 안에 발효된 녹차를 넣고 찌고 말린, 오래 둘수록 좋다는 유자병과도 인상 깊었다.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아홉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요. 시골에서 살며 감초가 든 한약도 자주 먹었고 아버지 따라 산에 다니며 식물 공부도 많이 했지요. 외삼촌 두 분이 한의원을 하고 계셔서 약초랑 탕약은 늘 제 가까이에 있어 친근했어요. 그러다 갱년기를 힘들게 보내며 위축된 마음과 몸을 더 추스르기 위해 꽃차와 한방차에 집중했어요.”
청정지역의 꽃과 식물 뿌리 등을 얻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산을 오르내리고 여행을 다니다 보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여기에 더해 여자들끼리 나누는 수다삼매경이 큰 특효약이 되었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의 몸에 맞는 다양한 차를 만들어 먹기를 5년 정도 하고 나니 체력도 많이 회복되고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식용으로 검증된 청정지역의 식물은 적당하게 잘 조절하면 꽃, 줄기, 잎, 뿌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어요. 그 효과도 처음에는 미미한 듯 느껴지지만 쌓이고 쌓이면 어떤 약보다 효과가 좋아요. 요즘은 주부들이 조금만 부지런하면 직접 재료를 구해서 차로 만들어 마시며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답니다.”
구증구포 반복하며 만든 나만의 명품수제차
꽃차와 한방차에 관심이 깊어지며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2년 정도 약초 이론 수업과 약초 처방전 학습을 했다. 또 길동생태공원에서 하는 허브 심화과정을 들으며 허브차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10년이 넘게 강원도 평창, 인제, 양구를 비롯해 전라도 지리산, 충청도 제천 등을 많이 다녔다. 이렇게 다니며 알게 된 현지의 지인들을 통해 좋은 재료를 공급 받기도 한다.
좋은 재료를 구하면 씻어서 썰고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기법으로 건조를 한다. 건조된 재료는 프라이팬에 넣고 열을 가해서 ‘덖는다’는 과정을 취한다. ‘덖다’라는 말은 차를 제조하는 방법에서 쓰는 용어로 ‘약재에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것’을 말한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재료가 우엉과 연근이죠. 흙이 많아 손질도 어렵고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식히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구증구포 방식을 취하는 거죠. 꽃도 그런 것이 있고요.
가끔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아무나 못하는 일이구나, 보통 인내심과 끈기 아니면 하기 힘들다하면서도 꽃과 재료의 변신을 보면 희열을 느껴요. 제다한 꽃차를 우려냈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아져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차를 마신답니다.”
차 재능기부하며 이웃들과 함께 힐링
차를 만들고 제대로 마시는 것은 차분한 수행과도 비슷하다. 다양한 꽃차나 한방차를 잘 어울리게 블렌딩하여 좋은 사람들과 조곤조곤 함께 나누다 보면 묵향 같은 향기로움이 퍼진다. 그래서 상일동에 있는 ‘함께 크는 우리’라는 작은 도서관에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꽃차와 한방차 수업을 진행하였다. 좋은 뜻을 펼치는 우리 지역 카페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차를 공급하기도 했다. 또 5명 이내의 회원들은 집에서 직접 교육을 하기도 한다.
“감로는 꽃차에서 쓴 맛이 날 때 조금만 섞어도 환상적이고 깔끔한 맛이 나도록 도와줍니다. 우리 인생이 힘들고 지칠 때 꽃차나 한방차를 마시는 것이 감로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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