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 중고서점 ‘해피북’

‘응답하라, 손때 묻은 중고 단행본!’

단행본 매장 확장, 전집류와 함께 중고거래 활발

지역내일 2015-12-16

해피북은 중구 보문산로 31 한밭가든아파트 상가에 있는 중고서점이다. 전집 400여질과 2만5000여 권의 단행본들이 시간을 멈추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다. 정지한 시간을 소유한 해피북의 시간은 그래서 언제나 여유롭고 넉넉하다.


책 상태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어
해피북은 2015년 초반 중고 전집 거래를 위주로 산성동 매장 문을 열었다. 중고서점의 특성상 이사철 전후로 책을 사고 새학기나 방학을 전후해 책을 팔며 매장을 운영한다. 이제 방학을 코앞에 두고 있어 지난 가을 이사철에 사 놓았던 중고 전집들 정리가 한창이다. 그때그때 정리하기는 해도 판매되기 직전에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중고거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책 좀 읽힌다 싶은 엄마들에게 인정받는 다양한 책들을 갖춰 매장에서 책 상태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중고서점의 장점이다. 해피북은 유아 권장도서부터 중고생들의 논술필독서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전집들을 구비했다.
집에 있는 중고책을 정리할 때 일반적으로 직거래가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따르기 때문에 같은 지역이 아니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거래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돈을 입금하고 책을 못 받는 경우, 책의 상태가 인터넷 상에서 확인했던 것보다 좋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 혹은 상대편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거래를 번복하는 경우 등이 종종 생겨 온통 신경을 빼앗겨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거래만큼은 아니어도 제값에 가깝게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신뢰를 기반으로 수월하게 책을 사고파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각종 짐을 정리해주는 업체에 연락할 것인지 중고서점에 연락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전자는 책을 종이로 취급하여 무게로 값을 매기고, 후자는 책이 거래되는 시세에 따라 값을 매긴다.
중고서점에 팔려고 하는 경우, 책은 책꽂이에 번호 순서대로 꽂아놔서 책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팔 책을 정리도 안한 상태에서 끈으로 미리 묶어놓는 것은 책을 종이로 만드는 행동이다. 그리고 책과 함께 보증서, 부록, CD 등을 잘 챙겨두면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고시세는 새학기 전이나 방학 전에 가장 좋고 6월이 가장 좋지 않다. 이를 이용하는 것도 제값을 받는 좋은 방법이다.
 
로지의 산책, 미국초등교과서, 유행 지난 강의서 등 갖춰
해피북에는 ''피카소 동화나라'' 시리즈 중 팻 허친스의 『로지의 산책』이라는 그림책이 여러 권 있다. 이 책은 지금은 절판된 책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각광받고 있는 책이다. 원래는 전집 안에 들어가 있는 구성이지만 특별히 단행본의 형식으로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어서 지난해 부지런히 모았다.
지난 6월부터 오픈한 단행본 매장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꼭 있어야 할 책인 ‘삐뽀삐뽀 119’부터 미국초등학교 교과서 등의 영어책, 각종 사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스테디셀러, 시대와 함께 추억을 남긴 베스트셀러 등 2만5000여 권의 헌책들이 진열돼 있다. 헌책이라지만 책은 워낙 깨끗하게 보관하는 것이 미덕인 문화가 일반적이라 사용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보관상태가 좋은 책이 많다.
나에게는 필요 없거나 가치를 다한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할 수 있다는 사실, 중고서점의 매력은 그런 가치를 찾아주는 일이어서 의미 있게 느껴진다.


책 찾고 추억 찾는, 어린 시절 골목문화처럼 정겨운 곳
얼마 전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의 인기몰이가 뜨겁다. 아파트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 막상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골목문화의 기운이 새삼 따뜻하다. 그것은 시대의 온도일 수도, 추억의 온도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제는 흔한 아파트 한 귀퉁이에서 그리 세련될 것 없는 골목문화의 투박함과 우직함을 뿌리내리고 있는 중고서점 해피북.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온도로 기억되는 곳이 되길 바란다.
문의 070-8757-1379(해피북)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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