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중학교(교장 오인수) 인문독서반 60여 명의 학생은 매일 아침 8시부터 45분 동안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는다. 신기석 수석교사가 제안한 모임이며 목표는 졸업할 때까지 인문학 책 100권을 읽는 것이다. 학생들은 날마다 책을 읽고 한 줄로 느낌을 쓰고 완독 후에는 서평을 쓴다. 2주에 한 번 네 명씩 모둠을 지어 서평을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달달 훈훈 심심한 인문학독서
신기석 수석교사가 작성한 문학과 역사, 철학 추천도서 50권에 학생들이 개별 선택한 책 50권을 합해 100권. 인문독서반 학생들이 3년 동안 읽을 책이다. 읽기만 하는 것으로는 인정이 안 된다. 반드시 한줄 느낌 쓰기와 서평을 작성해야 읽은 것으로 간주된다.
모든 학생이 같은 책을 읽지는 않는다. 신기석 수석교사는 독서 수준에 따라 3단계로 추천 도서를 나눴다. 먼저 독서에 흥미를 붙이기 위한 독서 목록이다. 이름도 달달(達達)한 독서라고 붙였다. 책을 읽으면 달콤하다는 뜻과 읽다 보면 막힘없이 트인다는 뜻으로 통달할 달(達)이다.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강신주의 <노자 장자 도에 딴지 걸기> 등이 있다.
다음 중급 수준은 깨달음과 재미를 동시에 누리는 독서로 가르칠 훈(訓훈)자를 써서 훈훈(訓訓)한 독서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사마천의 <사기열전> 등이 중급 추천 도서다. 고급 수준은 깊을 심(深)자 심심(深深)한 독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등이 있다.
9시 등교 전에 45분 책 읽기
아침 8시까지 학교에 나오려면 적어도 7시 30분에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 경기도 초중고 학생들의 아침 등교 시간이 9시로 늦춰진 게 지난 해 9월인데, 학생들은 힘들지 않을까.
신기석 수석교사는 “9시 등교가 시작되면서 이 모임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9시로 등교 시간이 늦춰져도 더 일찍 학교에 나와야 하는 학생이 있을 텐데 그 시간에 모여서 책을 읽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빠질 사람은 빠지고 현재 60여 명의 학생들이 남아 있다. 리포터가 찾은 날처럼 아침에 축구를 하느라 우르르 빠질 때도 있지만 대개 40여 명은 꾸준히 아침독서를 하고 있다.
신기석 수석교사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아이들이 왔다가 진짜로 책을 좋아하게 되더라”며 책 읽기가 습관이 되면서 제대로 된 즐거움을 배우는 것이리라.
신기석 수석교사는 “청소년기에는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부분이 발달하는데 전혀 훈련되지 않거나 자극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정신적으로 성장이 더디다. 독서를 하면 이해심도 깊어지고 학교나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 세계관까지 열리게 된다”면서 “부모님들도 바쁜 삶을 살겠지만 집에 오면 TV 켜는 걸 줄이고 책을 잡으셨으면 좋겠다. 그게 청소년 자녀들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신기석 수석교사
굳이 인문학이라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인문학 책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에요. 책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을 넓히는 거죠. 요즘은 형제가 한두 명 뿐이라 다들 귀한 아이들로 성장해 나누는 게 부족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어요. 청소년기에 인문학 책을 읽힘으로써 주변을 돌아보고 배려하고 협동하는 인격을 형성하는 게 좋아요.
이다경(16)양
전에는 책을 1년에 한 권도 읽을까말까 했는데 이 모임 하고 나서 읽는 습관이 생겼어요. 작년 9월에 시작해서 50권을 읽었고 40권의 서평을 썼어요.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빅픽처>가 기억에 남고 지금 읽는 <두 도시 이야기>도 재밌어서 틈틈이 읽고 있어요.
순소영(16)양
안산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난 후 인권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 모임에 와서 인권 관련 책을 읽으면서 전문 지식도 늘어나고 국제기구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됐어요. 지금 읽는 책은 <별별차별>인데 인권에 관련된 영화에 관한 이야기예요.
권태진(14)군
사람들에게 조지오웰의 <1984>를 권하고 싶어요. 블랙박스, CC-TV로 지나가는 것도 마음대로 찍히고 핸드폰으로 위치도 알 수 있는 시대잖아요. 이 책은 지금 시대를 과거에서 예측해 비판하는 내용이에요. 우리가 사는 삶이 자세히 보면 어떤 상황인지 알면 좋겠어요.
이현중(14)군
아침독서를 하니까 독서량도 더 많아졌어요. 아침 일찍 와서 도서관에서 편하게 책을 읽다가 교실에 가니까 마음이 급하지도 않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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