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고덕동에 위치한 서울컨벤션고등학교. 지하1층에 들어서자 커피향이 온몸을 감싼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갓 볶아낸 신선한 커피 내음을 맡는 새로운 기분이라니. 바리스타 실습실 안에는 교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학생들이 한창 커피 내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에게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 바로 정경우 바리스타다.
바리스타, 실력과 인간관계 갖춰야
2015년 월드라떼아트 챔피언십 3위, 2013년 월드라떼아트 챔피언십 2위, 2014년과 2013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 라떼아트부문 1위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정경우(34) 바리스타.
그가 커피에 입문하게 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었어요. 그러다 꿈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다양한 일에 뛰어들었죠. 많은 일을 하던 도중 ‘커피’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에스프레소 문화가 그리 깊지 않았고 정보 또한 많이 부족했어요. 알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가며, 또 많은 걸 경험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커피의 매력은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고, 또 즐길 수 있다는 점.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늘 그가 즐겨 하는 대답이다. 여기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해진다.
“자신이 만드는 커피와 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함께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훌륭한 바리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 가르치는 선생님
정 바리스타의 또 다른 호칭은 ‘선생님’이다. 그는 현재 서울컨벤션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바리스타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또 서울컨벤션고등학교의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 운영학교과정으로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바리스타 과정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서울컨벤션고 학생들은 1주일 2시간 수업을 진행하고,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 운영학교 학생들의 경우 화요일부터 금요일 전 수업이 커피 관련 수업으로 진행된다.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 운영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1~2학년 과정은 일반계 고등학교 수업을 받고 3학년은 우리 학교에 와서 바리스타 과정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자신의 소속 학교에 등교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서울컨벤션고로 등교해 수업에 참여합니다.”
이들 일반계고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하루 종일 교실에서 앉아서 수업에 집중하는 본교에서의 수업보다 출석률이 훨씬 높은 것에서 이들의 만족도를 알 수 있다.
이 학생들은 서울컨벤션고 학생들과 똑같이 바리스타자격증 시험에 도전,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서울컨벤션고는 한국커피협회가 주관하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률 전국1위를 자랑할 만큼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많은 학생들이 열정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바리스타 과정. 학생들에게 직업과 진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흥미와 적성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리스타입니다. 커피관련 분야의 직업도 커피교육, 재료, 유통, 창업, 쇼핑몰, 컨설팅 등 매우 세분화되어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먹었으면 누구나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기를 바랍니다. 젊었을 때의 다양한 도전은 삶에서의 큰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학생들의 큰 변화는 교사로서의 그에게도 큰 힘이 된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기 지식을 전달받은 학생들의 실력이 늘어나고, 또 바리스타라는 꿈으로 인해 학생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꿈’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그 자체가 그에게는 큰 보람이다.
목표는 세계1위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요즘이지만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국내 국가대표전을 치러 1등을 한 후 각 나라 1등들이 모여 치르는 세계대회인 2015 월드라떼아트 챔피언십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로 아깝게 3위를 차지한 정 바리스타. “2013년 월드라떼아트 챔피언십에서 2위를 하고 2015년엔 3위를 했으니 내년엔 당연히 1위를 하겠죠? 전 원래 ‘2-3-1’ 이 순서를 좋아하거든요.”
농담으로 다짐을 대신하는 그. 대회를 위해 요즘도 여전히 하루에 많은 시간을 자신만의 커피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내셔널바리스타, 사이폰, 로스팅, 테이스터스, 브루잉(브루어스), 라떼아트, 굿스피릿 등의 7종목이 개최되는 세계바리스타대회. 아직 국내에선 세계1위를 차지한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대회다. 정 바리스타의 목표는 물론 세계 1위이다.
“바리스타, 라떼아트, 브루잉 세 종목에 도전을 이어가려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커피문화역사가 짧지만 우리나라의 커피관련 실력은 세계최고라 자부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1위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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