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반포 569돌을 맞았다. 올 한글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뉴스거리가 풍성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유자의 “1000억 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발언이 기사화되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뜨거웠다. 때마침 발간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 복제품이 25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출간 10여 일만에 1800부나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놀랍다.
대전지역의 김승권씨(55, 도서출판 한울벗 대표)도 훈민정음 해례본을 자연의 이치로 새롭게 해석한 책을 출간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자연의 원리 찾다가 한글에 이르다
김승권씨는 한글학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훈민정음 해례본을 해석한 책을 냈다. 그 과정이 참 독특하다. 그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채식온라인카페를 운영하는 운영자이다.
김 씨는 20대 내내 만성두통과 중증의 축농증, 만성두통, 난시 등에 시달렸다. 해결책으로 채식을 실천하면서 건강도 찾게 되었고 그에 대한 공부와 사업도 했다. 자신이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자연의 원리를 알리는 글을 쓰고자 책을 썼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을 가리키는 말의 근원을 찾다보니 훈민정음 해례본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5년 동안 훈민정음 해례본의 자료를 찾아 연구했다. 자연의 이치로 풀어보니 기존학자들이 해석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다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훈민정음 해례본 해설서’를 먼저 출간하게 되었다.
훈민정음은 철저하게 자연의 원리를 따라 만들었다는 것이 김 씨의 시각이다.
해례에서 말하는 ‘태극에서 동정(動靜)이 있은 후 음양이 생겨난다’고 한 것은 태극도를 그대로 읽은 것과 같다. 글자 역시 태극에서 동(動)하는 하늘소리(ㆍ)와 정(靜)하는 땅의 소리(ㅡ)가 있은 후에 음양의 소리인 ㅗ, ㅏ, ㅜ, ㅓ 등이 생겨난다. 그런 과정을 중심에 존재하는 사람이 다시 반복하여 생기는 소리가 ㅛ, ㅑ, ㅠ, ㅕ이다. 이렇게 물질이 생기고 사람이 등장하는 과정 그대로 중성 모음이 만들어진다. 중성모음이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초성과 종성이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모든 요소가 갖추어진 세상이 만들어지면 이를 바탕으로 사람이 뜻을 펼쳐 이루어가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
김승권씨는 “선인들은 이러한 이치를 파악하여 만물 변화의 원리를 역리라고 하며, 인간 완성의 원리를 성리라고 하여 학문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러한 원리의 정수를 담아 만든 훈민정음은 정말 백성을 가르치는 최고의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한글 단어 하나에 담긴 삶의 철학
김 씨는 또한 “한글단어 하나마다 자연의 이치가 살아 있다”며 “한글의 의미만으로 살아가도 자연의 원리를 지키며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하루를 나타내는 말의 뜻을 풀어 보면, 먼저 날이 밝아 세상의 것이 보임으로서 ‘새로운 벽’이 생기는 시간이 ‘새벽’이다. 다음 ‘아침’은 하루의 활동을 위해서 ‘힘을 앗아’와야 하는 앗+힘, 발음을 하면 양기를 올리는 소리이다. ‘낮’은 양기가 올라갔음으로 ‘낮아지게 되는 때’라는 뜻으로 발음도 낮아진다. 낮아지는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 거둘 수 있다. 낮아져서 활동을 해서 거둘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저녁’은 ‘저로 향하는 (방향을 뜻하는)녁’으로 낮춘 자신으로 하루를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밤’은 흩어진 모든 것을 ‘바로 잡아’가는 시간이다. 밤에는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밤이 없어서 밖으로 나갈 줄만 아는데, 자연의 원리는 자기로 돌아가는 것이라 풀이했다.
김 씨는 “‘훈민(訓民)’이라는 이름에는 그 글자의 원리 속에 백성을 일깨우는 가르침이 녹아 있다. 그런데 날마다 쓰면서도 이를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의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은 마치 백지수표를 군불 때는 용도로 써버리는 것과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훈민정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창제원리를 통해 자기 자신이 삶의 주인공인 것을 알고 삶의 질까지 올리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곧 출간될 ‘자연의 원리’ 집필에 몰두하며, 언제든 훈민정음에 관련된 강의 요청이 있다면 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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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리포터 gd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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