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 최고 - 아마추어 아코디언 연주 동아리 ‘아코디언니’

세 여자 + 젊음 + 아코디언 = ‘뜻이 통하면 달려간다’

지역내일 2015-11-04 (수정 2015-11-04 오후 1:40:19)

아코디언은 다른 악기에 비해 연주하는 사람이 적고 특히 젊은 연주자는 보기 드물어 보통 사람들은 복고풍악기에 가깝게 생각한다. 젊은 세 여자가 의기투합해 만든 ‘아코디언니’는 다소 엉뚱하고도 신선하다. 깊어가는 가을 밤 대흥동 게스트하우스 산호여인숙에서 연습중인 그들을 만나보았다.






대흥동에서 만난 세 여자
아코디언니는 올해 3월 만들어진 아마추어 아코디언 연주 동아리로 회원은 단 세 명이다. 대흥동 산호여인숙을 거점으로 대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문화 활동을 펼치는 서은덕(35)씨가 대흥동의 대안화폐를 사용하는 벼룩시장인 짜투리시장(본지 1001호 참조)에서 아코디언 공연을 선보인 일이 모임결성의 계기가 됐다. 공연을 보고 아코디언에 매력을 느낀 이정은씨와 좌지영씨가 서 씨로부터 아코디언을 배우면서 시작한 동아리다. 시작한지 1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비해 왕성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 사람은 모두 대흥동에서 짜투리시장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또 이미 피아노를 배워 아코디언의 건반에 쉽게 적응했고 악보를 읽을 줄 알아 연습에 무리가 없었다. 호흡도 잘 맞았다. 이런 점들이 시작하자마자 다양한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아코디언은 1인 오케스트라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소리를 내는 점이 특징이다. 악기의 무게는 10킬로그램에 가깝다. 무거운 악기를 어깨에 메고 왼손은 버튼을 오른손은 건반을 누르며 공기통을 움직여야 해서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악기는 아니다.
오랫동안 성당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해온 서은덕씨는 “아코디언은 혼자 연주하거나 연주 실력이 다소 떨어져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심장에 가까운 악기여서인지 연주하다 도취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들이 내게 잘 맞는 악기인 것 같다”고 아코디언의 매력을 설명했다.
좌지영씨는 “낯선 대전생활에 적응하고 생활해나가는데 아코디언 연주로 위안을 얻고 아코디언니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좌 씨는 제주도 출신으로 지난해 9월부터 산호여인숙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성실한 활동가
아코디언니는 결성 직후인 4월 대흥동 짜투리시장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매달 열리는 짜투리시장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때로는 유랑 짜투리시장에도 합류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라북도 완주의 고산미소시장 공연, 대전어린이재활병원건립을 위한 4.19 기적의 기부마라톤 축하공연, 시민연극페스티벌 때 나무씨어터연극협동조합과 함께한 목척교 공연, 지리산둘레길 오지마을 상존티마을의 새참사랑방 운영 축하공연 등 구성원 모두가 ‘뜻이 통하는 일’이라고 동의하면 달려간다. 서은덕씨는 “우리는 예술인이라기보다 성실한 활동가”라고 모임의 성격을 설명했다.
아코디언니의 활동원칙은 ‘뜻이 통하면 함께 한다’는 것과 ‘모든 결정은 만장일치’다. 매달 한 번 이상 있는 잦은 공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운영에 관한 모든 일에 누구 하나라도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코디언니 구성원 모두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나무씨어터연극협동조합과 합동 공연이었던 대동복지관 아리랑 영화 상영이다. 대부분 80대인 노인 분들을 모시고 오래된 흑백영화인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손님과 어머니’(1961년 작)를 상영했다. 소리를 지우고 현장에서 배우들은 목소리 연기를, 아코디언니는 백그라운드 음악을 연주했다. 할머니들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화면과 생생한 현장 음향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공연팀들이 받은 감동도 컸다.
공연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공연 기회가 주어지기도하지만  때로는 찾아가기도 하고 필요한 공연은 기획해서 만들기도 한다. 아코디언니는 연주능력에 비해 기획력이 더 크다고 자평한다. 다양한 장르와 합동 공연, 특히 배우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즐거움이 크다. 이정은씨는 “공연으로 돈을 벌면 차를 구입해서 여행을 다니며 여행기를 써서 책을 내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아코디언니는 11월 21일 소극장 핫도그에서 5년에 걸친 산호여인숙의 활동을 돌아보는 ‘여인숙에 온 그대 무엇을 하려는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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