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을 걷다 - 7구간(금병산 길) : 비단으로 병풍을 두른 금병산
비단 자락 열두 봉우리 대전 북쪽을 감싸다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한밭벌 둘러싼 12구간 명품 트레킹 코스, 330리를 잇다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대전의 상징인 보문산을 시작으로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도덕봉 빈계산 구봉산 등이 아늑하게 대전을 감싸고 있다.
10여 년 전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산길을 이었다. 대전둘레산길이다. 대전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소중한 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330리(133km)에 걸쳐 예부터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라 불린 대전을 굽어보고 있다. 이 길을 12구간으로 나눴다. 한 구간은 하루 등산에 알맞은 9~13km이다. 각 구간은 등산 시간이나 방향에 따라 계절별로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며 등산객을 맞이한다.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지난 3월 1구간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매달 한 구간씩 대전둘레산길 12구간 걷기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시리즈를 하고 있다.
7구간은 봉산동 버스종점에서 시작해 안산동 버스종점까지다. 오봉산과 보덕봉을 지나 금병산에 이르는 산길은 가을과 함께 아름다웠다. ADD철책구간을 거쳐 거칠메기고갯길은 힘들고 아쉬운 구간이다.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 7구간(금병산 길) : 비단으로 병풍을 두른 금병산
대전둘레산길은 오래 전부터 한밭벌에 기대어 삶을 지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길은 사람들의 마을을 잇고 삶을 보듬는다. 그만큼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다. 7구간은 그중에서도 이야깃거리 풍성한 곳이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열두 봉우리 금병산은 고개마다 봉우리마다 이야기를 풀어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7구간은 대전의 북쪽을 감싸고 있는 구간이다. 세종시와 경계를 이루며 비단으로 병풍을 두른 듯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오봉산, 보덕봉, 금병산, 노루봉까지는 그리 높지도 않고 평탄한 산길이라 부담도 없다.
금병산 정상에서는 자운대 벌판과 우산봉, 갑하산, 구봉산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날이 좋으면 멀리 대둔산도 보인다.
갑천을 굽어보다
산행의 시작은 봉산동(구즉) 버스종점이다. 뒷바구니 마을을 품고 있는 산길을 오른다. 나무와 돌로 만든 계단을 잠시 오르면 임도와 능선이 이어진다. 산책하듯 걷다보면 바로 오봉산이다.
오봉산 정상에는 정자가 있어 쉼터로 좋다. 여기선 대전천과 유등천을 만나 금강으로 흘러드는 갑천이 발밑을 휘돈다. 오봉산에서 구룡고개까지는 내리막이다. 이 고개 너머에 구룡동이 푹 파묻혀 있다.
보덕봉은 송강동과 대덕테크노밸리 일대 주민들의 쉼터다. 정자와 운동시설이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이제 용바위고개를 향한다. 산길과 임도를 걷고 잘 손질된 산소들을 지난다. 중간 중간 산길에 떨어진 산밤을 주워 까먹었다. 가을 산행의 또 다른 재미다. 용바위고개를 앞두고는 숨차게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용바위고개에 오르면 노루봉까지는 평탄한 능선이 이어진다.
오봉산에 오르면 대전천과 유등천을 만나 금강으로 흘러드는 갑천이 발아래 굽이돈다.
오봉산 가는 능선. 7구간은 이처럼 노루봉까지는 비교적 평탄하고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전설을 만나다
용바위고개에는 금병산 옥내봉 중턱의 세굴에 사는 이무기 셋이 서로 먼저 승천할 욕심에 싸우다가 천룡의 미움을 받아 용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지금도 승천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무기를 뒤로 하고 금병산을 향한다.
금병산은 비단으로 병풍을 둘렀다는 의미처럼 아름다운 산이다. 364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산자락에 자운대와 수운교 천단을 품고 있는 큰 산이기도 하다. 수운교에서 열두 봉우리마다 이름을 붙이고 표지석을 세워 놓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금병산 정상에 서면 자운대 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눈길을 조금만 멀리하면 앞으로 이어질 둘레산길의 봉우리들이 서 있다. 우산봉과 갑하산이 지척이다. 도덕봉과 금수봉, 빈계산 자락은 조금 더 희미하다. 구봉산 자락도 얼핏 보인다. 날씨 좋은 날이면 더 멀리 대둔산도 눈에 들어온다.
눈호강을 하고 발길을 노루봉으로 돌린다. 노루봉은 금방이다. 노루봉엔 나무꾼이 포수에 쫓긴 노루를 구해주고 명당자리를 안내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5km남짓 ADD철책구간은 대전둘레산길 12구간 중 최고의 난코스다.
노루봉. 이곳에서 ADD철책구간이 시작된다. 철책구간 산행이 부담스러우면 여기서 자운대 상가쪽으로 하산해도 된다.
길고 길다! 이 길.
노루봉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철책구간이 시작되는 곳이다. 철책을 따라 5km 남짓 험한 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노루봉에서 자운대 상가쪽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철책길은 시작부터 가파른 내리막이다. 중간 중간 매 놓은 안전 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한다. 철책 바로 옆으로 곡예 하듯 걸어야 한다. 길도 거칠다. 거리도 짧지 않아 힘들다. 쉴 곳도 마땅치 않다. 대전둘레산길 12구간 중 최악의 구간이라고 할 만하다.
철책구간을 빠져 나와 ADD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조금 걷다가 두만리 마을로 내려온다. 이 길은 이정표가 정확치 않아 헷갈린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도 사유지라 막아놓은 곳도 있어 자칫하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안산동 버스종점까지 가는 길도 평탄치 않다. 거칠메기고개는 분명치 않고 1번 국도는 위험하다. 7구간은 마지막이 험난하다.
글·사진 윤덕중 dayoon@naeil.com
- 7구간 : 봉산동(구즉) 버스종점-오봉산-구룡고개-보덕봉-용바위-대전시계-금병산-노루봉-ADD철책구간-거칠메기고개-안산동 버스종점(12.2km)
- 교통편(출발점) 버스 73, 301, 802, 급행 2번 / 봉산동(구즉) 버스종점 하차
- 교통편(도착점) 버스 101, 109, 116, 119번 / 안산동 버스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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