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교육문화회관 ‘아름다운 미용 봉사’ 자원봉사회

“엄마 생각, 자식 생각하며 헤어 미용 봉사 나서요”

지역내일 2015-06-12

요양병원이나 군부대에 헤어 미용 봉사를 가면 엄마나 자식 생각이 나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사람들. 파주지역 곳곳에서 헤어 미용 봉사를 펼치고 있는 파주시 교육문화회관 자원봉사회 ‘아름다운 미용 봉사’ 사람들을 만났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파주시 교육문화회관 수강생들 모여 봉사활동
평일 오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민들레병원에서 헤어 미용 봉사를 막 마치고 나온 파주시 교육문화회관 ‘아름다운 미용 봉사’ 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 알코올 중독, 정신 질환 등을 앓는 환자들이 많은 이곳 병원은 이들이 매주 헤어 미용 봉사를 위해 찾는 봉사현장들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몸을 계속 움직이려는 분이나 화를 자제하지 못하고 자꾸 일어서려는 분,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분도 계세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환자 분에게 ‘멋있다’고 자꾸 칭찬해드리며 머리를 손질해드려요.”
파주시 교육문화회관의 ‘아름다운 미용 봉사’ 동아리의 회장 유지원(51)씨의 말이다.
현재 ‘아름다운 미용 봉사’ 동아리 회원들은 매주 한 차례씩 파주지역 내에 있는 요양병원, 정신병원, 군부대 등을 순회하며 헤어 미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30~50대 여성들로 구성된 이들 회원은 가정일 돌보랴, 또 어떤 이들은 경제활동까지 하랴, 하루를 쪼개 써야 할 정도로 바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오전부터 낮 시간 동안 짬을 내 지역 곳곳을 함께 다니고 있다.
회원 대부분은 취·창업을 위해, 혹은 취미를 위해 파주시 교육문화회관에서 헤어 미용 관련 강좌를 들었던 이들이다. 2년여 전, 봉사에 관심이 있는 수강생 몇몇이 모여 ‘아름다운 미용 봉사’란 자원봉사 동아리를 결성해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인원이 늘어 2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누워있는 환자 많은 요양병원, 힘들지만 보람 있어
병원 봉사를 가면 환자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머리를 손질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요양병원의 경우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 와상환자들이 많아 혼자서는 미용기구를 제대로 사용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누운 채로 목을 가누지 못하거나 허리를 다친 이들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2인 1조가 돼 한 사람은 환자의 몸을 부축하고 한 사람은 머리를 손질해야 한다. 이렇게 미용 봉사를 다녀오는 날이면 체력이 바닥나고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다고 하니 그 어려움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봉사하는 날이 다가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체 없이 길을 나선다고 한다.
“몸살이 나면서도 가는 이유가 어르신들이 저희를 굉장히 기다리시기 때문이에요. 오전 10시쯤에 가면 진작부터 휠체어를 타고 나오셔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시죠. 머리를 깨끗이 손질해드리고 말동무도 돼드리니 활기가 생겨 많이들 좋아하세요.”(유지원씨·51세)
“요양병원의 환자분들 몸을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뼈만 앙상해 마음이 짠해요. 저희도 부모님이 계시고 저 자신도 나이가 있다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분들에게 도움이 돼드릴 수 있어 기분이 참 좋아요.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더 가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김경미 씨·47세)
“손길이 그리우셔서 그런지 머리가 짧아 특별히 손질할 필요가 없는 어르신들도 손질해 달라는 분들도 계세요.”(정용미 씨·40세)









빡빡 깎은 군인들 머리 보면 자식 생각 가득


군부대를 가면 마음이 조금 다르다. 자식 같은 군인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 편이 짠하기도 하면서 또 대견하기도 하다. 군부대 안에서는 이발병이 군인들의 머리를 깎아주는데, 아무래도 전문 기술을 가진 회원들이 가서 손질해주는 것을 군인들은 더 선호한단다. 그래서 자신들이 오는 날을 많이 기다리는데, 짧은 머리지만 그 속에서도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는 게 회원들의 설명이다.  
“군인들을 보면 자식 같아요. 저희 아들도 지금 군대 가려고 신체검사를 받은 상태거든요. 요샌 머리를 빡빡 자른 군인을 보면 마음이 안쓰러워 머리 한 번 더 만져보곤 해요. 매주 봉사를 갈 때마다 몸은 힘들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참 가벼워요.”(김경미 씨)
“군부대 갈 땐 자식 생각, 요양병원 갈 땐 엄마 생각하며 가요. 아들이 22살인데 군부대 봉사 가면 군인들이 다 자식 같이 느껴져서 어깨 다독여주고 힘내라고 하고 오곤 해요.”(차경희 씨·46세) 









지역사회,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삶 살고파
이들은 한 번 봉사를 갈 때마다 10명씩 팀을 이뤄서 간다. 한 번 가면 적게는 70명에서부터 많게는 130명 정도의 머리를 손질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나면 혼이 쏙 빠질 정도로 힘이 들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겁다고 한다.
이들은 매주 자신들이 소통하는 SNS에서 그 주의 봉사 지원자를 10명 한정, 선착순으로 받는데 금세 마감이 될 정도로 봉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충만하단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라 그렇다는 것이 유지원 회장의 설명이다.
“봉사도 중독이 되나 봐요. 먹고 사는 일만 아니면 매일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머리를 손질해드리고 그 분들 모습이 훤해진 모습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요. 또 꾸벅 인사까지 하시며 고마워하실 때면 감격스럽기까지 해요.”(유지원 씨)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산다면 멋진 인생인 것 같아요.” (차경희 씨)
자신이 가진 재능의 일부분을 사회와 공유하는 일이 남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에게도 삶의 기쁨으로 다가온다는 이들. 이들의 모습을 지역 곳곳에서 오래도록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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