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작물로 알려진 커피나무를 한국, 그것도 경기도 최북단 문산과 일산에서 이중 하우스와 보온 다겹 커튼만으로 재배하고 있는 정현석(51)씨. 처음 커피나무를 DMZ 근처 문산 농장에서 키운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미친 놈 이라고 했지만 아내 오은희씨는 끝까지 남편을 믿고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었다. 그렇게 부부가 일궈낸 커피농장이 ‘뜨렌비팜’.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행복하다는 동갑내기 부부를 대화동 ‘뜨렌비팜’ 농장에서 만나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사회봉사의 꿈 담은 ‘뜨렌비팜’
뜨렌비팜은 커피나무와 베리나무처럼 키울 거리를 통해 청소년 쉼터의 친구들과 이주가정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착한 기업(사회적기업화)이기도 하다. 또한 뜨렌비팜을 통해 커피나무를 분양받거나 수익을 낼 경우 그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적 기금으로 기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뿐만 아니라 남편 정현석씨는 뜨렌비팜의 운영체인 지역 커뮤니티센터 ‘Hue:’를 통해 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자는 것이 제 경영소신이라고 할까요. 커피농장도 사회봉사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착안한 사업이기도 하고요.” 정현석씨의 이런 봉사마인드는 하루 이틀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그가 품어온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이제 시작이지만 나이 마흔이 되면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던 바람을 ‘뜨렌비팜’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요즘이 더없이 행복하다는 정씨. 그는 보험회사에서 20여년을 근무했던 안정적인 직장인이었지만 취미로 집에서 키우던 커피나무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농사일에 뛰어든 이제 5년차 새내기 농부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믿고 취미에서 업으로
정현석씨가 커피나무를 키우기 시작한 때는 2008년 무렵. 사회복지에 뜻을 두고 있던 차에 사회복지학과로 편입하면서 고양 관내의 청소년 쉼터에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나왔던 것이 계기가 됐다.
“청소년 쉼터가 대부분 기부에만 의존해 운영하다 보니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지요. 또 노인들 문제만 해도 지원만으론 턱도 없는 것이 노인들의 생활이거든요. 기부금 외에 뭔가 수익성이 나는 경제활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실제 그런 것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사업성 있는 분야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지요.”
그러던 차 사회적 기업을 공부하는 이들과 미팅을 하면서 “커피는 밥보다도 더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데 정작 커피나무는 왜 우리나라에서 키우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서울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커피 씨앗을 지원받아 2010년 초봄에 파종을 하게 된다. 그가 커피를 맨 처음 파종한 것은 대형 하우스 안이 아니라 살고 있는 단독주택의 거실에 만든 폭 3m의 미니 하우스였다. 이후 거실뿐만 아니라 방에도 온통 커피나무 개별 화분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집에서 많은 커피나무를 키우는 것은 역부족, 온도와 습도가 높은 환경 탓에 집에서는 한계가 있어 노후를 위해 마련해두었던 문산의 농장에 하우스를 조성해 2012년 6월, 나무들을 옮겨 심었다.
누구나 많이 재배하는 작물보다 아열대 작물에 대한 기대 커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고 꿈꿔왔던 일들을 한다고 하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놔두고 실험적인 농사일에 뛰어든 남편을 보는 아내의 마음도 같았을까? 아내 오은희씨는 “남편은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따뜻한 지방에서만 재배하고 있는 커피나무를 키운다고 할 때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별로 걱정을 안했어요”라며 웃었다.
커피농장과 사회봉사로 바쁜 남편을 묵묵히 내조해온 아내 오씨는 농장일 뿐 아니라 주엽동 레이크타운에 ‘뜨렌비팜’ 화원을 운영하면서 남편을 돕고 있다. “아내가 함께 하지 않았으면 안정적으로 농장을 운영하기 힘들었겠지요”라는 남편 정씨. 말이 없고 표현에 서툰 남편이지만 모두가 미쳤다고 할 때 끝까지 믿고 따라와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에둘러서 이렇게 말한다.
“커피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 커피 열매뿐 아니라 잎과 열매 껍질도 차로 이용할 수 있거든요. 커피체리를 말린 차를 ‘카스카라’라고 하는데 요즘은 좋은 품종의 잘 익은 커피체리는 생두뿐만이 아니라 그 과육을 말린 카스카라도 고가에 판매되고 있어서 커피나무는 소농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커피나무에 대한 관심도 커져 카페나 유치원에서 주문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작은 면적에 수익성이 높은 ‘강소농’으로 인정받은 정씨는 사람과 함께하는 커피나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복지관 내 어르신과 학생 간의 가족 맺기 일환으로 커피나무 6천 그루 무료 나눔 운동을 했다.
커피나무 뿐 아니라 아로니아, 블루베리, 준베리, 골든베리 등 기능성이 검증된 베리 종류 등 다양한 아열대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정씨. 누구나 많이 재배하는 종목은 곧 공급과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남들이 안 된다고 말리는(?) 작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것 아닐까라고 말한다. 그런 남편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 오은희씨. 뜨렌비팜에서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농사꾼 부부다.
커피나무 분양 및 문의 www.ttrenbi.com 010-535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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