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탄방동 아르누보팰리스 1층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손 글씨로 쓴 성경 글귀와 시 구절이 담긴 액자, 머그컵, 감사봉투, 에코백, 소원등, 향초, 방향제, 도장 등 생활용품들이 전시됐다. 바로 대전손글씨연구모임 ‘소통’의 첫 번째 회원전이다.
힐링의 시간, 감성 손 글씨 쓰기
캘리그라피는 우리나라 말로는 ‘서예’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했다.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과 여백의 미가 더해져 의미가 각별하다. 여기에 매료돼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많다. 대전손글씨연구모임에 소속된 13명 회원들의 이야기다.
“평소에 리본, 방향제 등 수공예에 관심이 많고 그림그리기가 취미였던 여성들이 같은 공방에서 캘리그라피를 배우다 모임을 만들었어요.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사범과정까지 이수한 전문가들인데 함께 발전하자고 의기투합했죠. 2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해요. 아트 캘리, 붓 캘리 등 개인분야가 있는데 문화센터나 현장에서 강의하는 선생님들도 계셔서 서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저희 모임의 장점이에요.”
박민화씨가 모임 결성배경을 들려줬다.
9월에 있었던 첫 번째 회원전은 서로 결속력을 다지고 손수 만든 작품을 공개해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을 지도한 김은영씨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회원들의 발전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작품을 만든 노력을 높이 산다. 노력이 100점이라면 인간성은 200점일 만큼 재능 많고 좋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스트레스 해소, 본인 치유에 도움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만의 글씨체로 감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특별한 법칙도 없다. 얽매이지 않고 손 가는대로 자유롭게 쓰면 된다. 쓰다보면 자신만의 글씨체를 창조할 수 있다.
최영인씨는 “육아로 지친 마음을 캘리그라피를 통해 해소했다. 내 글을 통해 상대방이 힐링할 수 있는 점이 캘리의 매력”이라며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글로 쓰는 것이 캘리그라피”라고 얘기했다. 최 씨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과 희생자들의 행복을 담은 노란색 전등을 만들어 ‘잊지 말자’는 의미를 전달하기도 했다.
캘리그라피는 손이 가고 마음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쓰고 싶은 말을 쓰면 된다. 활용과 접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매력이다.
결혼 1년차 새댁 김정옥씨는 “붓 펜으로 느낌을 살리거나 꽃이나 그림을 그려서 글씨와 어울리게 할 수 있다. 프랑스자수, 향초를 배웠는데 캘리그라피와 접목시키니 더 빛이 난다”며 “앞으로도 배우고 익힐 분야가 많다. 향후에는 작은 공방을 열어 수공예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다”고 전했다.
붓 펜 하나면 정서적 교류와 소통 가능
재료 준비가 간단한 점도 좋다. 붓 펜과 종이만 있으면 가능하다. 아크릴 물감이나 먹을 사용하면 좀 더 감각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에 빠지다보면 대체로 전각(수제도장) 배우기가 다음 순서다. 캘리그라피를 도장에 접목해 나만의 인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화씨는 “서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계속 배우게 된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도장을 만든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진선씨는 “사무실 홍보문구를 직접 쓸 생각으로 캘리그라피에 입문했다. 사무실에서 실력 발휘할 수 있어서 좋고 초등학생 아들 숙제까지 도와줄 수 있어 뿌듯하다”며 “우리 회원들이 각자 개성이 있어 함께 하면 배우는 것이 많고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다. 구도나 간단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워 도움이 됐다”고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대전손글씨연구모임의 이름은 ‘소통’이다. 이는 캘리그라피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정서적 교류와 소통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과 서로 소통하고 또 이들과 연결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감성글씨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이들의 소통은 따뜻하고도 아름답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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