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의 재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재능을 사회에 펼치지 않고 묵혀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술적인 재능을 지닌 이들이 이 재능을 나 홀로 갖고 있지 않고 사회 곳곳,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나누며 봉사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술이홀 재능나눔예술봉사단’이 그들이다. 가을 하늘이 청명했던 주말 오후, 파주시 율곡습지공원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모인 이곳 단원들을 만나봤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예술 공연으로 봉사활동 펼치는 단체
“내게 주어진 재능을 나 혼자만 갖고 있으면 재능이 아니지요. 남이 갖지 못한 걸 가졌으면 그것을 남과 나눠야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술이홀 재능나눔예술봉사단, 고영란(50) 단원의 말이다. 고씨의 말대로 술이홀 재능나눔예술봉사단에는 자신이 지닌 재능을 그대로 묵혀두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내보일 마음이 돼 있는 이들이 많다. 이곳 단원들은 평소 지역 내 요양원이나 노인복지관, 장애인 시설 등에 찾아가 노래나 풍물공연 등을 펼치며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단체는 현재 파주에 근거지를 두고 주로 파주와 고양에서 예술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간혹 지역 행사가 있을 때에도 주저 없이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파주시 율곡 습지공원에서 펼쳐진 ‘파평 코스모스축제’에서도 이들은 픙물과 노래 공연으로 흥겨운 무대를 마련했다.
현재 50여명 가량의 회원이 몸담고 있는 이 단체는 파주시민이 단원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고 고양시민도 일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회원의 연령대는 50대, 60대, 70대까지 고루 분포돼 있으며 음악을 좋아하고 흥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 분위기가 밝은 편이다. 봉사에의 열의가 높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은 매주 봉사하거나 주 3회씩 봉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매주 금촌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모임을 가지며 노래, 한국무용, 민요, 풍물 등 공연 연습을 한다. 초보자들에 대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나 선배들이 지도하고 있다.
내가 지닌 재능으로 봉사하며 감사함 느껴
예술봉사단 단원 중에는 예술과 관련해 전문성을 가진 이들도 포함돼 있지만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많다. 지길웅(73) 술이홀 재능나눔예술봉사단 단장은 예전부터 동네에서 노래 좋아하고 잘 부르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자비를 들여 지역 경로당에 노래방 기계를 사서 놓고 지역 노인들에게 노래를 불러줬을 정도로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재능을 살려 현재 주 3회 정도 요양병원 등에서 노래 봉사를 하고 있다. “남는 시간에 봉사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요양병원에 봉사를 가보면 저보다 젊은 사람들이 누워있는 경우를 보곤 해요. 봉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보람된 일이에요.”
공무원인 이이성57)씨는 매주 주말을 이용해 요양원이나 복지관 등에서 노래 봉사를 펼치고 있다. 그는 봉사 현장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얻는 것이 많다고 했다.
“요양원에 가보면 자식들이 처음에는 자주 오다가 1년이 넘어가면 잘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요양원 어르신들이 외지에서 사람들이 오면 자식처럼 생각해 반갑게 맞아주세요. 같이 놀아만 드려도 좋아하시죠. 봉사를 하면 마음이 많이 정화돼는 느낌이랄까. 그런 걸 많이 느껴요. 봉사를 하면 다른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씨는 평소 봉사에 대한 생각은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
“시간이 있을 때에는 누구나 봉사를 할 수 있어요. 봉사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이미 봉사를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내가 봉사를 받아야 할 입장이 될 수 있거든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남 돌아볼 여유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재능은 혼자 갖고 있을 때보다 남과 나눌 때 빛이 난다고 말하는 이들. 이 가을, 내게 지닌 재능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봉사란 여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 단원 모집 : 010-9921-9562, 민요·노래·한국무용 등 초보자 지원 가능
◇ 단원들과의 만남
“치매 할머니가 내 노래 듣고 반응할 때 보람됐어요”
백구두가 멋스럽게 어울리는 지길웅 단장. 그는 흥 많고 노래 잘 부르기로 동네에서도 소문이 난 사람이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주 3회 정도 요양원이나 경로원 등에서 노래 봉사를 펼치고 있는 지 단장. 봉사하며 보람된 경험이야 많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내가 부르는 흘러간 노래를 듣고 치매 할머니가 언뜻언뜻 입을 여는 모습을 봤을 때 가장 기분이 좋고 보람됐다”고 전했다.
지길웅(73) 단장
“재능, 그냥 갖고 있지 말고 나누세요”
민요를 멋들어지게 뽑아내는 고영란 씨는 민요 전수자로 지역 내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 현재는 지역 곳곳에서 강의를 하며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요양병원 등에서 노래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재능은 혼자 갖고 있기보다는 다른 이들과 나눠야 빛이 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큰 명예를 추구하기보다는 가정에 소홀하지 않고 내 본업에도 충실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재능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란(50)씨
“초등학생 딸과 봉사 시작하며 봉사에 눈 떴어요”
초등학생 딸과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을 가서 봉사를 한 이후 봉사에 대해 눈을 뜬 이이성 씨. 초등학생이었던 딸은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돼 아버지와 함께 봉사를 갈 일이 있으면 열 일 제쳐놓고 나서는 봉사 동반자가 됐다. 지역 곳곳 노래 봉사를 펼치며 봉사의 즐거움과 보람을 몸소 느끼고 있는 이씨. 매주 토요일마다 별 다른 일이 없으면 봉사에 나서는 그는 많은 이들이 시간을 쪼개서라도 봉사에 동참해 봉사의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라고 있다.
이이성(57)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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