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가을,
슬슬 베란다 텃밭을 준비해보세요
파주에서 오랜 기간 도시농부로 살며, 최근에는 ‘심는 대로 잘 자라는 텃밭’이란 책을 내놓은 김명희(41)씨. 약한 체력 때문에 대중교통도 삼갈 정도로 유약했던 그가 120평이 넘는 텃밭 농사를 지을 정도로 튼튼해진 것은 바로 이 텃밭 덕분이란다. 우리 안에 성큼 다가온 가을, 도시농부 김명희 씨에게 텃밭 농사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와 도시농부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병충해 덜한 가을, 베란다 텃밭 시작하기 좋아
“보통 봄부터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름이 되면 진딧물이 많이 생기기 시작해 이로 인해 농사를 접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7,8월은 전문가라 하더라도 베란다 텃밭을 포기하는 시기예요. 베란다 텃밭은 병충해가 덜한 가을에 시작하면 좋아요.”
파주에서 도시농부로 살고 있는 김명희(41)씨의 말이다. 흔히 텃밭 농사는 봄에만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베란다 텃밭의 경우에는 가을이 농사를 시작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한다.
“가을은 해가 낮게 떠 실내 깊숙한 곳까지 햇빛이 들어오는 데다, 이른 아침과 밤 기온이 낮아 식물이 웃자라지 않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어요. 또 낮은 기온으로 진딧물이 덜 생기기 때문에 베란다 텃밭을 가꾸기에는 더 없이 좋은 시기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해 씨앗 뿌리고 모종 심으면 가을, 겨울을 거쳐 내년 봄까지 수확하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으니 도전해볼 만하단다. 특히 베란다 텃밭은 초보자라 하더라도 접근이 용이해 작은 것부터 길러보면 텃밭 가꾸는 재미를 들일 수 있다.
좀 있으면 아파트 베란다에 텃밭 만들 준비로 바쁠 김명희 씨는 지금은 거주지 인근 노지텃밭에서 닭도 키우고 농작물도 키우며 도시농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아파트 바로 앞에 5평, 지역 인근에 120평가량의 텃밭 농사를 짓고 있으니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농작물들이 많다.
눈물 주르르, 남편만 기다리던 주부, 텃밭을 발견하다
지금은 텃밭 농작물 키우고 지역 곳곳에서 텃밭 강의까지 펼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그이지만 텃밭을 만나기 전 그의 생활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저질 체력’의 소유자였던 그는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었다고 한다. 대중교통을 타고 어디라도 나갔다 오면 1~2시간 동안은 꼬박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체력이 약해 어딜 다니기도 어려웠고, 이렇게 체력이 약하다 보니 마음까지 약해져 집에 있으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남편바라기’가 돼 남편이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기만을 바랐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자괴감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한 그에게 텃밭을 일궈야겠다는 강한 동기를 부여해준 건 아들이었다. 아기 때부터 아토피를 지녔던 아들의 아토피가 어느 순간 더욱 심해졌는데, 뭔가 방법이 필요했다. 때마침 그 무렵 자신이 살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자리에 텃밭을 일굴 수 있는 자리가 났다는 소식이 들렸고, 김씨는 텃밭을 일구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땅부터 파는 일이었다. 식물을 심기엔 딱딱해져버린 땅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땅을 조금 파고 쉬고, 또 조금 파고 쉬면서 땅 파기만 두 달 여간 했다. 그렇게 해서 가까스로 심은 상추와 고추. 하루에도 몇 번씩 밭에 나와 싹이 올라왔는지 확인했다. 마침내 싹은 땅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텃밭 땅 속에서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텃밭 사랑에 빠져들었어요. 싹이 올라올 때 그 설렘으로 말이죠.”
좌충우돌, 텃밭에서 얻은 건강과 행복
텃밭농사는 그간 그의 생활을 많이 바꿔놓았다. 텃밭작물로 먹을거리를 채운 아들의 아토피는 깨끗이 나았고, 또 저질 체력이어서 대중교통 타기조차 두려웠던 김씨는 이제 대중교통을 타고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해도 아무렇지 않은 체력이 됐다. 지금은 120평이 넘는 텃밭을 땀이 흠뻑 젖도록 농사를 지어도 거뜬하다. 또 집에서 남편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곤 했던 유약한 마음은 텃밭농사와 함께 훌훌 떠나보낸 지 오래로, 지역 곳곳, 텃밭 강의를 하러 다니며 바쁘고 활기차게 살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텃밭’이 있었다.
물론 그간 텃밭 농사를 지으며 좌충우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장마에 고추가 다 죽기도 했고 한 자리에 상추만 너무 많이 심어 다 먹지 못해 곤란한 적도 있었다. “많이 심어봤고 많이 죽여도 봤다”는 그는 도시농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작물이 죽더라도 다 텃밭농사를 배우는 과정 중 하나이니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텃밭 농사에 대해 알게 되니 우리 토종 씨앗에 대한 소중함도 절실히 느끼게 됐다.
“IMF 때 종자회사들이 해외로 많이 넘어갔어요. 우리가 흔히 먹는 청양고추도 해외 로열티를 내고 해외에서 사서 먹고 있죠. 도시농부들끼리 토종 종자 보존을 위해 힘을 많이 기울이고 있어요.”
우리 주변에는 자연과 가까이 하며 사는 삶을 꿈꾸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도시농부가 된다면 그리 먼 일이 아니다. 김명희 씨는 텃밭 가꾸는 일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일단 시작하세요. 옷이 흠뻑 젖도록 텃밭을 일구다보면 건강은 물론 마음의 즐거움도 얻을 수 있어요. 생명을 키우는 일을 하다보면 좋은 기운을 받게 되고, 또 아이들과 함께 하면 산교육도 된답니다.”
>>>김명희 씨에게 듣는 ‘베란다 텃밭’ QnA
올 가을, ‘베란다 텃밭’에 도전해보세요~
병충해가 적은 가을은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기에 제격인 시기이다. 베란다 텃밭은 비교적 접근이 용이해 초보 도시농부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Q. 앞으로 언제부터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면 좋을까요?
9월 중순이나 말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10월부터 시작해 다음해 봄까지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Q. 무엇을 심는 것이 좋은가요?
소량 다품종으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쌈채소 대부분과 알타리 무, 열무, 쪽파, 시금치, 허브 등의 씨앗, 그리고 모종으로는 배추 모종이 적당합니다. 베란다 텃밭에 심는 배추 모종은 쌈용, 샤브샤브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쪽파 씨앗은 겨울에는 구입하기 어려우니 미리 사두세요. 참고로 추위에 약하고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고추, 피망, 파프리카 등의 열매작물은 베란다에서 키우기 어렵습니다.
Q. 작물을 보다 잘 키울 수 있는 팁 한 가지는?
한 곳에 한 가지 작물만 심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작물을 섞어서 함께 심어주면 서로 공생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아 더욱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즉 치커리, 상추, 비타민을 심어주고 딜, 펜넬 등의 허브를 같이 섞어 심어주는 식으로 말이죠.
※ 위 내용은 남향 기준으로 환경에 따라 다소 상이할 수 있다.
‘심는 대로 잘 자라는 텃밭’ (김명희 저/라온북)
도시농부, 김명희 씨가 텃밭 농사를 짓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담았다. 또한 주부로서 가족을 위해 텃밭을 일구며 치유와 행복, 건강을 얻은 이야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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