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한밭벌 둘러싼 12구간 명품 트레킹 코스, 330리를 잇다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대전의 상징인 보문산을 시작으로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도덕봉 빈계산 구봉산 등이 아늑하게 대전을 감싸고 있다.
10여 년 전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산길을 이었다. 대전둘레산길이다. 대전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소중한 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330리(133km)에 걸쳐 예부터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라 불린 대전을 굽어보고 있다. 이 길을 12구간으로 나눴다. 한 구간은 하루 등산에 알맞은 9~13km이다. 각 구간은 등산 시간이나 방향에 따라 계절별로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며 등산객을 맞이한다.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지난 3월 1구간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매달 한 구간씩 대전둘레산길 12구간 걷기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시리즈를 시작한다.
3구간은 5월 31일(일) 걸었다. 세 번째 둘레산길 산행이다.
아무쪼록 대전둘레산길의 아름다움과 길을 타고 면면히 흐르는 대전의 이야기가 대전시민들에게 오롯이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대전둘레산길은 역사와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3구간은 봉화대와 이름 없는 삼국시대의 산성, 옛 고개의 흔적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거리가 제법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어려운 구간으로 꼽힌다. 정기봉과 황골산 부근의 조망이 뛰어나 산행의 어려움을 잠시 잊게 한다.
골냄이고개에서 머들령 가는 능선길. 좌우의 조망과 함께 3구간 최고의 코스다.
정기봉에서 바라본 서대산 모습.
시작의 어려움, ‘정기봉’
3구간은 만인산 휴게소에서 시작한다. 초입은 만인산 자연휴양림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휴양림 산책로로 접어들어 10분 정도 걸으면 태조 태실을 만난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태를 묻은 곳이다. 2구간과 3구간이 만나는 지점이다.
태실을 지나 정기봉을 향한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기 전 산길 한편으로 운동기구들이 늘어서 있다. 운동기구들을 지나면 바로 오르막이다. 정기봉 정상까지 20여분 거친 숨을 내뱉으며 땀을 뚝뚝 흘려야 한다. 짧은 거리지만 중간에 나무 의자가 놓인 쉼터가 두 곳이나 있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선사하는 셈이다.
정기봉(580m)은 대전의 봉우리 중 식장산(598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곳이다. 명성에 걸맞게 주변이 탁 트여 조망이 끝내준다. 이곳엔 봉화대가 있다. 한양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 영남으로 보냈다. 근처에 있는 만인산 봉화대는 호남으로 봉화를 전했다. 예부터 대전이 국토의 중심이었다는 증거다.
정기봉을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나무에 매놓은 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야 한다. 내리막이 있다는 것은 오르막이 기다린다는 얘기. 여기부터 국사봉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만인산 자연휴양림 산책로. 숲이 울창하고 산책로가 잘 가꿔져 가족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등짐장수 쉬어 넘던 ‘머들령’
정기봉을 내려서 골냄이고개를 향한다. 중간에 산악오토바이 4~5대를 만났다. 1시간쯤 걸었을까 골냄이고개다. 골냄이 부락과 금산군 추부면을 잇던 고개다. 골냄이고개를 출발하자마자 오르막 나무 계단이 완전 무너져 내려 있었다. 산악오토바이의 소행이다.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에서는 어김없이 산악오토바이에 의해 등산로가 파헤쳐져 있었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황골산 정상 부근에서부터 마달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멋진 조망을 선사한다. 서대산이 가까이 다가와 있고 멀리 보문산과 대둔산도 보인다. 마달봉이 가까워지며 자동차 소리가 적막을 깬다. 대진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다. 머들령이 지척이라는 신호다.
머들령을 내려가는 돌계단이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역시 산악오토바이의 소행이다.
머들령은 마달봉에 있다고 해서 마달령이라고도 한다. 대전시 동구 삼괴동과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사이에 있는 고개다. 지금은 고개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지만 옛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봇짐을 지고 넘나들던 고개였다. 1949년 정 훈 시인이 ‘머들령’이라는 시집을 발간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고개에는 정 훈 시인의 ‘머들령’이 걸려 있어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3구간 초입에 있는 태조 태실.
3구간에서는 이처럼 보루와 산성의 흔적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황골산 능선에서 바라본 대전방향 조망. 탁 트인 조망이 지친 다리를 잊게 한다.
마을에 경사가 있으면 닭 우는 소리 들리는 ‘닭재’
머들령을 뒤로 하고 1시간 남짓 걸으면 명지봉을 지나 국사봉에 닿는다. 이 구간에서는 성터와 보루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산성과 보루들은 4구간과 5구간을 거치며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국사봉을 오르는 길은 마지막 오르막이다. 지친 다리로 올라야해 쉽지 않다.
국사봉에서 닭재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30분쯤 평지와 내리막을 걷다보면 두 개의 돌탑이 나타난다. 닭재다. 닭재는 동구 삼괴동과 옥천군 군서면을 이어주던 고개다. 고개 밑 덕산마을에 경사가 있으면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근처에 계현산성이 있어 중요한 고개였음을 증명한다. 3구간 날머리는 닭재 아래 삼괴동 덕산마을이다. 6시간 동안 충분히 쉬며 걸었다. 3구간 출발점인 만인산 휴게소와 도착점인 삼괴동 덕산마을에서는 501번 버스로 대전역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 3구간 : 만인산 자연학습원 입구-태조 태실-정기봉-골냄이고개-머들령(대진고속도록 마달령터널)-국사봉-닭재-삼괴동 덕산마을(12.5km)
- 교통편(출발점) 버스 501 / 만인산 휴게소 하차
- 교통편(도착점) 버스 501 / 삼괴동 덕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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