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탄생은 가족 모두의 기쁨이자 축복이다. 하지만 출산의 기쁨도 잠시 초보엄마의 신고식은 호되기만 하다. 매일 밤낮으로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려 안아주다 보면 팔도 아프고 허리와 골반에도 무리가 온다. 아이를 돌보느라 정작 산모 자신은 몸을 돌볼 여력이 없다.
출산은 엄마가 되는 중요한 관문이다. 하지만 출산보다 여성에게 더 중요한 것은 산후조리이다. 출산 후 산후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뼈마디가 시리고 온몸이 저리는 고통으로 평생 고생할 수도 있다. 일명 산후풍이라고 하는 증상이다. 출산한 산모는 온몸의 뼈와 관절, 자궁이나 골반 상태가 매우 허약하고 기능도 떨어져있는 상태다. 또한 이 시기에는 몸의 회복이 더디고 기혈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한의원 김용진 한의사는 “임신과 출산을 치르는 동안 산모의 몸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쌓인 어혈을 풀어주고 기와 혈을 보충함으로써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원래의 몸 상태를 되찾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찬 공기 노출을 피해야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 한다’는 말처럼 엄마의 산후 조리는 아기의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젊어서는 몸에 무리가 없어 넘어갔다 해도 산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나이 들어 고생하는 사례를 종종 보곤 한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 출산을 경험한 박미래(37세)씨는 한 달 쉬고 곧바로 직장에 복귀한 산모다. 그는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다보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온몸이 쑤시고 손발이 냉하고 시리다.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항상 후회한다”고 하소연했다.
산후풍은 평소 기운이 약하고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여성이 출산을 했을 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산후풍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몸이 회복되기 전에 찬 기운에 노출되거나 자궁 안의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한 경우에도 산후풍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정신적, 육체적인 과로나 산모의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제왕절개 수술로 출혈이 심할 때도 발생하기 쉽다.
산후풍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가락이나 손목, 발목, 허리 등의 관절부분이 시리거나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통증은 전신에 나타나기도 한다. 온몸이 쑤시고 결리며 뼈마디가 시리다. 또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만큼 피곤하고 두통, 현기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찬 기운을 접했을 때 더욱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불안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우울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노산일 경우 체내의 칼슘이 부족해 신경통이나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산후풍, 빠른 치료가 관건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몸에 노폐물이 쌓이고 수분이 정체되어 부종이 생기기 쉽다. 산후 부종은 산후비만의 원인이 된다. 또한 출산으로 인한 빈혈, 영양부족에 따른 탈모 증상이 나타난다. 산후 골반 통증도 출산 후 동반되는 후유증이다.
삼성한의원에서는 산모의 체질과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산후풍 증상을 치료한다. 산후풍의 원인이 되는 어혈 제거와 기혈순환을 돕기 위한 침치료를 진행한다. 또한 뜸치료는 가슴 답답한 증상을 완화하고 몸 안에 온기를 불어넣어 통증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이다.
어깨 뭉침이나 골반통증을 동반하는 산후풍의 경우 추나요법을 통해 비틀어진 뼈와 골반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교정하고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도로 허약해진 산모의 몸을 회복시키고 기혈을 보충하기 위해 산후 보약은 필수다. 한약은 손상된 자궁 내막의 세포를 재생하는 작용과 함께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데도 효과적이다. 산모의 회복속도나 몸 상태를 고려해 한약은 출산 후 최대한 빨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한방 치료와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약해진 관절과 근육을 단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철분과 칼슘, 인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되 산후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간식은 피한다.
김 한의사는 “산후풍은 잘 관리하고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이다.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수록 치료기간도 단축되고 후유증도 적다”고 조언했다.
홍기숙 리포터 hongkisook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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