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표정이 달라졌어요. 여유가 있어 보여요. 학교는 9시에 등교하면 수업시작 전까지 독서시간을 갖는데 두뇌 활성화에 도움이 돼 수업집중력도 향상됐습니다."
황영동 경기 군포시 둔대초등학교 교장은 ''9시 등교'' 시행 후 달라진 학교풍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황 교장은 "학생이나 교사들 대부분이 아침시간을 즐기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했다. 9시 등교 시행 당시 우려됐던 맞벌이 가정의 자녀 등교 문제도 불거지지 않았다. 조기 등교가 불가피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도서관에서 ''세이프존''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취임 이후 지난해 9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한 ''9시 등교''가 학교 현장에 잔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빡빡하기만 했던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다소나마 여유가 생기면서 활기를 되찾고, 수업 집중도나 학교생활 만족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등교시간 교통혼잡 문제와 고등학교 수험생들의 성적 저하에 대한 우려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9시 등교''가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초기에는 학교장 권한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경기도내 초·중·고 2283곳 중 54곳을 제외한 2229곳(97.6%)에서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강원 서울 인천 등으로 확대되면서 전국적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세훈 수원 영통중학교 교장은 "처음에는 아침시간에 과외를 하겠다는 학생도 있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학생들이 아침밥도 먹고 오고 전반적으로 편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학생보다 교사들의 반응이 더 좋다. 정 교장은 "교사들은 여성이 많은데 남편과 아이를 챙겨야 하는 이들에게 아침시간 30~40분은 낮에 2시간을 번 것과 같다"며 "(9시 등교가) 생각보다 잘 정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교육연구원의 ''9시 등교 효과분석(지난해 11월~올해 1월)'' 연구자료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학생 71.6%, 학부모 65.1%, 교사 71%가 9시 등교에 찬성했다. 시행 초기엔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선 비율이 학생 22.6%, 학부모 21.6%, 교사 35.6%로 조사됐다. 학생들의 신체·정신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면시간은 7분(초등학생)~31분(고교생), 아침식사 비율은 8%p 가량 늘었다. 백병부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부 팀장은 "수면시간이 크게 늘진 않았지만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여유를 찾게 됐고 그 효과로 수업집중도, 학교생활만족도가 향상됐다"며 "무엇보다 일찍 등교해 의미 없게 보냈던 시간이 줄었고 중고생은 생체리듬이 향상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교시간이 출근시간과 겹쳐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고 고등학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타 지역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9시 등교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학교들도 이 같은 이유를 들고 있다. 고양 ㅂ고등학교 관계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자면 현행 등교 시간이 적정하고 학교주체 설문조사 결과도 현행 유지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수험생 학부모들은 경기도 등 일부지역만 9시 등교를 시행하는데 따른 성적 저하 등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다른 시도로 빠르게 확산돼 빠르고 바쁘게 사는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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