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예술의 중심지 대흥동에 자리 잡은 소산원은 대흥동 대표 멋집 중 하나다. 벽에 걸린 수묵화와 촘촘히 진열된 도자기들 가운데 편안하고 멋스러운 차탁을 앞에 두고 앉으면 차향기와 함께 풍경소리가 들릴 것 같다. 차를 즐기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운치 있는 복합갤러리 같은 느낌이다. 차 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는 소산원의 주 필(48) 관장을 만났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다양한 차를
주 관장은 나이에 비해 무척 맑고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이지만 평소에 차를 많이 마시는 게 동안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7년 동안 일본생활을 하면서 차 문화를 접했다. 귀국 후 직장생활을 접고 돈 벌 욕심보다 문화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소산원을 시작한 것이 13년 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관광기념품차를 여럿 가지고 있는 주 관장은 소산원 운영과 함께 시민대학 강의와 대학 특강 등을 통해 차 문화를 알리고 차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소산원에서 직접 만드는 차의 종류는 30여 가지다. 여기에 정식 통관절차를 거친 다양한 홍차와 보이차 등 수입차를 합쳐 60여 가지의 차를 판매하고 있다.
소산원 한쪽에 살짝 가려진 작업 공간에는 작업을 끝내고 포장을 기다리는 각종 차들과 작업 중인 다양한 차들이 빼곡하다.
주 관장은 “엄밀하게 말하면 차는 차나무의 잎만으로 만든 것이다. 그 외 음료는 대용차라 부르는 게 맞다”며 “차는 현지주의다. 가공되지 않은 차 잎은 열이 많아 이송 중에 변질되기 쉬워 산지에서 만들어야한다. 와인의 떼루아(terroir)처럼 기온, 토양, 강수량, 바람, 일조량 등 환경적 요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소산원에서 만드는 차는 대부분 인근 지역의 것들을 재료로 한다. 논산 수락계곡의 연잎, 함양이나 제천의 뽕잎과 감잎, 대전의 돼지감자, 경북의 우엉, 청양의 맥문동과 구기자 등을 지역 농부들과의 수매계약을 통해 공급받는다. 비염에 좋은 목련꽃봉오리는 주 관장의 개인 농장에서 채취한다.
예로부터 약재로 꽃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산원에서 생산하는 목련차와 국화차, 인동차 등 꽃차는 대부분 개인 농장 것이다. 주 관장은 차 수업을 진행할 때 수강자들에게 취미로 꽃차를 만들기 위해 산을 헤집고 다니며 무분별한 채취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당부한다.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차실(茶室) 생겨야
주 관장은 “가공식품이 밥상을 점령해 가고 있는데 우리 차는 로컬 푸드를 이용한 보건음료다. 발암물질에 해독작용이 뛰어난 우리 차를 숭늉처럼 마셔야 한다. 우리 차를 밥상에 올려야 한다”며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차를 만들어 마시기를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도심 속에 휴식과 힐링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골목마다 차를 즐길 수 있는 차실 혹은 다실이 많이 생겨야 한다. 우리의 전통이 녹아있는 정신적인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많이 생겨야 한다. 우리 차로도 다양한 메뉴개발이 가능하다”며 차 문화 확산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8월 27~29일에는 ‘새 책 줄께 놀러와’ 행사가 소산원과 ‘대전사랑 문고사랑(대전지역 문인 동호회)’ 공동주관으로 소산원에서 열린다.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작가들의 책 나눔과 매일 오후 6~8시에 열리는 도자기, 다기, 생활공예품 등의 경매로 재미를 더한다.
내가 산 보이차가 엉터리 차?
중국 여행에서 사오는 대표적 차 중 하나인 보이차는 미생물 발효차다. 차 잎을 따서 덖고 햇볕에 널고 다시 창고에 차 잎을 쌓아두고 물을 끼얹어 가며 뒤집기를 반복하는데 3개월이 걸리고 필요한 양도 톤 단위다. 믿을 만한 곳에서 가공한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가공처 확인을 못했다 해도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는 엉터리 보이차 판별법에 대해 주 관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차 잎 외에 곰팡이나 이물질이 없어야 한다. 냄새는 마른 볏집 냄새가 난다. 차를 우렸을 때 첫 잔 색깔이 지나치게 짙고 서너 번 우려낸 후 맹탕이 되는 차는 소위 간장차라 불리는 차로 적합하지 않다. 짧은 시간 발효를 진행한 것으로 우리고 난 후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차는 목넘김이 부드러워야 한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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