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취 그대로 나지막하고 아담한 장안문 주변의 골목들엔 그에 걸맞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가운데서 뜻하지 않게 마주친 갤러리 송아당. 화려함 대신 소박해서 좋고, 격식 대신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하룻밤 쉬어갈 수 있어서 좋다. 고운 한복에 수수한 미소가 매력인 주인장 유숙자 명인의 전통자수공방 겸 게스트하우스가 수원화성에서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전통자수 작품으로 꾸민 인테리어, 볼거리까지 갖춰
거실에 놓인 보료와 병풍, 쿠션, 베개하며, 액자, 출입문 위쪽에 장식된 색색의 명주실 묶음 등 유숙자 명인의 전통자수 작품은 집안 곳곳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었다. 유 명인은 노리개, 지갑, 복주머니 등 생활소품을 꺼내 보이며,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자수를 현대적인 감각과 연결시키려는 작업도 구상 중”이라고 들려줬다.
전통자수공방 ‘송아당’은 2013년에 문을 열었다. 스승의 작고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던 이곳에 둥지를 튼 건 정조대왕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 발품을 팔아 이 집을 찾았고, 이왕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공방 겸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었다.
“지방에서 놀이공원을 가기 위해 수원을 거쳐 가는 가족들도 많고, 교육원에 연수를 받으러 올라오는 사람도 많은데 반해 주변에 마땅히 묵을만한 숙박시설이 없더라고요. 이왕이면 전통자수도 알리면서,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숙박공간을 제공하자 생각했죠.” 멋들어지진 않지만, 유숙자 명인의 깔끔한 성품이 묻어나는 정갈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는 2년여의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어왔다.
전통자수도 알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맺는 소통의 장
몇 권의 방명록 속에서 게스트하우스의 풍경이 충분히 미루어 짐작된다. 외국인 배낭 여행객부터 교육원 연수생, 휴가 나온 군인, 나들이 온 가족 등 저마다 송아당에 머물면서 느꼈던 마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고맙다면서 종이에 ‘5만원’을 적어 팁으로 줬던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는 유 명인은 “거실에 모여서 두런두런 얘기하고, 다과를 나누다 보면 관계가 더욱 끈끈해진다. 한번 왔던 분들이 다시 찾거나, 지인들에게도 소개해줘서 끊이지 않고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머물다 가는 경우엔 노리개나 열쇠고리 등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전통자수를 정말 좋아한다고. 최근엔 한옥을 새로 구입, 전시관 겸 한옥체험게스트하우스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은 유 명인의 바람이 그대로 전해진다. 가까이 수원화성의 숨결 속에 전통자수체험과 숙박이 가능한 곳, 그곳이 ‘송아당’이다.
위치 수원시 팔달구 장안동 89-9번지
문의 010-8337-8685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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