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골목에는 그림책 카페가 있어요”
북 카페는 많아도 그림책 카페는 처음이다. 교하 도서관 뒷골목에 자리한 ‘꿈’ 이야기다. 월 1만원에 그림책을 빌려보는 작은 도서관이면서 커피를 마시는 카페이기도 하고 닥종이 인형이 전시된 작은 갤러리인 이곳은 그야말로 동네의 작은 사랑방이다. 비오는 봄날 오후 작은 다락방에 ‘꿈’을 사랑하는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함께 놀고 아이 키우며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며 소곤소곤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그림책만큼이나 흥미로웠다.
그림책 카페가 있는 골목
골목을 지나가던 아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물어본다.
“책 좀 읽어도 돼요?”
갖고 놀던 축구공을 옆에 놓고 다락방에 앉아 책을 읽는 곳. 여기가 그림책 카페 ‘꿈’이다. ‘꿈’을 꾸려가는 이는 인형공예가 황미영씨.
황씨는 출판단지 내에 있던 작은 도서관 ‘꿈꾸는 교실’에서 열린 미술 강좌를 배우러 갔다가 일손을 돕게 됐다. 자연스레 도서관 활동가가 됐고 그림책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됐다. 그러던 차에 ‘꿈꾸는 교실’이 두포리 평화도서관으로 이사하면서 황씨는 교하에 그림책 카페를 열었다. 꿈꾸는 교실보다 공간은 작지만 그곳에서 함께 했던 프로그램을 이어가고자 작은 다락방도 만들었다.
초등 1~2학년을 위한 ‘웃자 놀자 해보자’ 동아리에서는 건축교실, 시장에 가요, 속닥속닥 만화방 등을 진행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시장 탐방 프로그램이었다. 마트에는 없고 시장에서만 파는 물건을 사고 가을에만 나는 것도 사보고 천 원씩 모아 간식도 해결했다.
건축교실은 재활용품으로 마을을 만들었다. 모둠끼리 만든 마을을 모으니 도시가 됐다. 아이들이 살고 싶은 도시에는 수영장, 야구장에 놀이공원까지 있었다. 속닥속닥 만화방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만화책을 가져와서 돌려보고 작은 만화책은 스스로 만들었다. 헤이리에서 만나는 사계절을 주제로 나들이도 했다.
어린이 동아리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어린이 동아리 ‘웃자 놀자 해보자’ 동아리는 벌써 3기를 모집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초등 3~4학년을 위한 독서교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힐링하기’, 4~5학년 대상 역사특강 등이 있다.
그림책 카페 ‘꿈’에는 요즘 청소년이 읽을 만한 책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아이들은 놀듯이 그림책을 읽고, 청소년들은 또래들과 건강한 문화를 즐기고,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동심을 회복하는 곳. 문화가 살아 있는 작은 사랑방이 그림책 카페 ‘꿈’이 바라는 모습이다.
“저희만 해도 어렸을 때 그림책을 많이 못 보고 자라온 세대예요. 요즘 아이들은 책도 다양하고 재밌고 그림도 작품 수준이에요.”
더 좋아진 책을 다양하게 나누고 싶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는 황미영씨. 그러나 동네 주민들이 생각처럼 많이 활용하지 않아 안타깝단다. 손짓을 해서 들어오라고 하면 수그리고 피해가는 아이들도 있다.
“막상 동네 안으로 들어 왔는데 활용을 안 하니 안타깝죠. 책을 안 읽던 아이들한테는 책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부담이 되나 봐요.”
애들을 애들답게 키우려는 곳
도서관에 있을 때도 고학년이 되면 더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고 중학교에 가면 방학 때나 한 번씩 만날 수 있었다는 황씨. 그래도 도서관에서 크는 아이들은 다르다는 걸 오랜 시간 지켜보며 느꼈단다. 공간이 작아서 다 하지는 못해도 동네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간으로 제 역할을 하고 싶어 그림책 카페 ‘꿈’은 날마다 궁리 중이다.
그림책 카페 ‘꿈’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황미영씨가 만든 닥종이 인형 감상이다. 윤석중 동시를 그림책으로 만든<넉점반>의 빨간 치마 꼬마, 언니와 동생의 하루를 그린 <순이와 어린 동생>의 순이가 그림책 속 모습 그대로 서있다.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지현씨는 “그림책 카페 꿈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접하는 풍경이라 좋아요. 저도 화요일마다 그림책을 같이 공부하고 있는데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저마다의 색깔대로 그림책을 만나는 곳 그림책 카페 꿈. 골목에서 공을 차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기를 꿈꾸는 동네 사랑방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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