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있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붓글씨로 더위 잊는 안산서예동아리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지역내일 2015-08-20

망중한(忙中閑)이란 바쁜 가운데에서도 한가로운 때를 즐긴다는 말이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주, 붓글씨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한 서실을 찾았다. 가끔 화선지 넘기는 소리가 들릴 뿐, 빠르고 시끄러운 세상과는 달리 느리고 또 고요했다.
서예가 산영 정천모 작가의 지도를 받으며, 한자 서예에 열중하는 진지한 모습. 글씨를 통한 예술과 글씨를 쓰며 수양하는 자세가 느껴졌다 .
이곳에 모인 회원들은 안산시여성비전센터나 안산문화원 또는 각 지역 문화센터 등을 통해 붓글씨에 입문한 경우가 많다. 취미로 시작한 붓글씨이지만, 자신만의 서체를 찾아 국전을 비롯한 여러 미술전에 당당히 입선한 서예인의 이야기를 모았다.

서예


붓의 힘은 자유분방함
안산서예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김광양(이동?73) 회장은 “서도(書道)란 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다. 또 오래된 글씨를 따라 쓰며 옛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형화 된 펜과는 달리 붓만이 갖는 독특함, 즉 굵고 약함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유분방함을 붓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서법(書法), 서예(書藝), 서도(書道). 모두 붓글씨 쓰는 것을 의미하지만, 글씨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서법은 글씨를 쓰는 법, 서예는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을 의미하지만, 서도는 글씨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수양하는 자세를 배운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과 이 동아리의 막내인 최영순(사동?50) 회원은 2015년 대한민국 국전에서 한문서예부분에서 나란히 입선을 했다. 최 씨는 “기본에 충실하게 서법을 익히고 자신의 글씨를 찾도록 지도해준 선생님과 가족처럼 격려해주고 챙겨준 회원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삶의 여유 얻고 생각이 맑아져
김경란(고잔동?50) 회원은 사군자로 이미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한 경력을 갖고 있다. 사군자에도 한문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어 더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김 씨. 옆 사람에게 혹시 방해가 될까 소곤거리듯 말하는 그는 붓글씨를 쓰며 삶의 여유를 얻고 생각이 맑아졌다고 한다.
“글씨를 쓰면서 급했던 마음도 쉬고 여유를 갖게 되었다. 또 잡념이 많으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몸도 상하게 되는데, 글씨에 집중하면 잡념이 사라져 마음이 맑아서 좋다.”
또 지난 7월에 열린 ‘2015년 단원미술제’ 서예?문인화 부분에 특선을 한 이호상(이동?60) 회원은 한참 열중해 글씨를 쓰는 중이었다. 리포터가 글의 의미를 궁금해 하자 조용히 풀어 설명해 주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덕이 높은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좋은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덕’은 인품에서 나오는데, 글씨를 쓸 때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글씨로 예술 창조하는 ‘서예 작가’
이곳에서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서예가 산영 정천모 작가. 정 작가는 “글씨를 쓰는 일 조차 사라지는 현실에서 복지관이나 문화센터를 통해 붓을 잡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매우 다행”이라며 “특히 안산시는 ‘단원미술제’라는 행사를 통해 서예에 관심이 높아지고, 또 발전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정도면 잘 써졌다.’ 이렇게 생각 할 수 있는 글씨가 있는지 묻자, 정 작가는 “아무리 오래 써도 부족함은 있는 것이다. 글씨는 실용을 위해 쓰지만 서예는 사람들에게 예술을 감상하게 하는 것이다. 글씨 자체만으로 예술을 창조하기 때문에 ‘작가’라는 호칭이 붙는다”라고 설명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이라는 말처럼 서법을 익히고 자신만의 글씨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서예’라는 설명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서법의 역사는 3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서예 시작은 한자가 도입되는 2000여 년 전으로 본다.
해동서성(海東書聖)이라 불리던 신라의 김생의 글씨는 진나라 때의 명필 왕희지의 글씨에 견주며 중국에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독특한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조선시대의 추사체는 당대에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글씨만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글씨를 통해 옛사람을 만나고, 나만의 서체를 찾기 위해 한 획에도 마음을 담아내는 이들. 고요하면서 힘찬 붓의 흐름을 보며 잠시 더위를 잊은 시간이었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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