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의 맑은 음색은 자연의 소리와 가깝다.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굵은 음색이지만 맑고 청아해 누구나 반하기 마련.
노은1동에는 오카리나로 뭉친 교양 있는 여자들이 있다. 가정주부지만 취미활동으로 음악을 하며 신나는 일상을 만드는 이들이다. 회원들끼리 여행을 다니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끈끈한 정을 쌓고 있다. 연주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외치는 에너지 가득한 노은1동 오카리나반 회원들을 만났다.
오카리나로 쌓은 끈끈한 애정
노은1동 오카리나반은 3년 전 결성했다. 그리 오래된 동아리는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4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지만 무엇을 하든 단합이 잘된다. 회원들은 서로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근하다.
이들을 지도하는 김미경 강사는 “여러 곳을 지도해왔지만 여기처럼 단합이 잘되는 반은 처음”이라고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는 “서로들 회원관리를 하고 함께 챙겨주고 이끌어주니 저는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나이에 관계없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뭐든 잘해보자는 분위기여서 실력도 늘고 늘 웃음이 가득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함께 다니며 쌓은 추억거리가 많기도 많다. 안동, 덕산, 가야산, 내장산, 제천 등 국내는 물론 필리핀 세부까지 함께 다녀왔다. 날씨가 좋고 마음이 동하면 어디든 같이 나선다. 결혼식과 같은 회원 집안에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축가연주도 한다.
이윤진 회장은 “집안 행사가 있으면 음식을 싸와서 함께 나눠먹고 금세 잔칫집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라서 마음이 참 명랑하다”며 “만나서 다른 사람 흉보지 않고 좋은 소리, 즐거운 소리를 내는 모임이라 더 좋다”고 자랑했다.
오카리나 불며 인생의 재미 맛봐
함께 부대끼는 시간이 많다보니 연주호흡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30명이 넘는 회원들이 작은 오카리나를 들고 연주할 때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다. 함께 만드는 소리도 아름답지만 각자 고개를 흔들거나 발로 박자를 맞춰가며 심취한다.
지금이야 오카리나만 있으면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실력파들이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악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들이었다. 오카리나가 어떻게 생긴 악기인지도 잘 모르고 친구 따라 머릿수 채워주러 온 이도 있다. 첫 수업에 와서 악기를 거꾸로 집어 든 이송연씨의 이야기다.
이 씨는 “집안 살림만 하고 공주처럼 살아오다보니 평소에 바깥 활동을 별로 안 좋아했다. 오카리나도 대충 배우다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왔다. 언니들이 분위기를 잘 띄우고 챙겨주며 즐거운 일을 만드니 안 나올 수 없다. 그 덕에 오카리나까지 잘 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동아리 결성 후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 이윤진 회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워낙 음치여서 노래 부르는 걸 안 좋아해요. 오카리나를 배워서 모임 같은데 가면 분위기를 띄워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3개월간 2곡만 배우고 끝내자는 생각이었어요.”
맑고 청아한 소리에 매료되다
송정병씨는 오카리나로 우울증을 극복했다. 악보도 잘 읽지 못했던 그에게는 사실 고비가 있었다. “마음은 함께 하고 싶은데 실력이 안 되다보니 어느 날은 악보위에 눈물이 똑똑 떨어졌어요. 그만 두겠다 마음먹고 딸에게 얘기했더니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하더라고요. 회원들 얼굴 보고 수다 떨러 다녔더니 신기하게도 악보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 뒤로 재미 붙여서 늘 오카리나와 함께 해요. 먹던 우울증 약도 끊었고 건강해졌어요.”
모임의 맏언니 이옥선씨도 작지만 오묘한 소리를 내는 오카리나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이씨는 “호흡량에 따라 진기한 소리를 내고 한 곡으로 여러 색깔의 연주가 가능한 오카리나가 좋다”며 “요양원 봉사나 마을축제에서 오카리나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정기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음 한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윤인우씨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오카리나 소리를 들으면 가슴, 뇌파까지 울린다. 누구든지 배우면 빨리 습득할 수 있어서 성취감이 큰 점도 좋다”고 표현했다.
음악과 마음으로 하나 된 노은1동 오카리나반 회원들. 그녀들이 있는 곳에는 맑고 밝은 음악과 웃음꽃이 항상 함께한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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