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_ 경기도청 광교 이전을 둘러싼 쟁점3
도, 신청사 규모 축소…호텔·광장 복합개발시설로 변경/ 광교주민, 공공청사만 들어오는 원안대로 해야
7월30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공공청사만 단독으로 지으려던 계획을 접고 호텔·면세점·오피스텔 등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방식을 밝힌 ‘신청사 건립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11월 조경공사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건물도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광교 주민들은 남 지사의 로드맵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될 경기도청의 광교신청사 이전은 로드맵대로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경기도청 신청사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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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1 - 복합개발과 청사 축소로 빚 내지 않고 신청사 짓는다?
경기도는 남경필 도지사의 로드맵 발표에 따라 ‘복합개발방식’으로 연내 착공을 추진해 21년간 논의돼 온 경기도 신청사가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남 지사는 “빚 내지 않고 건립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전체 행정타운 부지 12만㎡ 가운데 2만6000㎡를 복합 개발해, 토지 매각으로 발생하는 이익금 1500억원을 신청사 건립재원으로 확보한다는 것. 당초 6만㎡였던 신청사 건립 부지도 3만4000㎡으로 줄면서 건립비용을 4270억원에서 3630억원으로 줄여 64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의회에서도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빚을 떠안는 경기도청 이전에 반대하는 권고안을 내기도 했다. 재원 마련을 위한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나온 계획안이다. 복합개발과 청사 축소로 빚을 내지 않고도 신청사를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오완석 도의원은 원래 계획대로 현 청사와 공유재산 매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방채를 발행한 뒤 기존의 도청 건물을 매각해서 갚겠다는 것이 도의 이전 계획이었다.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도의회에서는 다양한 재원 마련 방법을 찾도록 권고했다. 이 중 복합개발시설을 선택해 신청사 부지 매각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 도청 이전 비용이 3500억원 정도 예상되는데 5600억원의 재원마련으로 2100억원의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굳이 부지를 매각해 1500억원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박광온 국회의원 이용국 보좌관도 복합개발을 해야만 경기도청을 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빚을 내지 않고 청사를 옮기기 위해서라는데, 지난해에는 부동산 경기활성화로 세수가 늘어나 충분히 빚 없이도 결심만 서면 청사를 옮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세금을 쓰지 않고 도청사를 지은 도지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복합개발을 계획하는 듯하다.”
■쟁점2 - 45층 복합개발시설에 호텔과 면세점, 그 옆에 초등학교 신설?
경기도의 로드맵에 따른다면 매각된 복합개발시설에는 특급호텔과 면세점, 주상복합건물 등이 들어서게 된다. 1만㎡ 규모의 오피스·문화시설에는 도내 곳곳에 산재한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기존 문화의전당을 대체할 음악당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광교 신청사 부지의 핵심공간으로 5만9500㎡ 규모의 ‘대형 잔디광장’을 내세우고 있다. 청사 부지의 절반을 도민에게 개방해 도심 속 활동적 휴식공간으로 유명한 미국 맨해튼 센트럴파크처럼 만든다는 것이다. 광교신도시 내 초등학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초등학교 1개교를 신설할 계획도 덧붙였다. 남 지사는 “복합개발로 인해 도청역 광장은 365일 24시간 활력이 넘치는 소통과 개방의 혁신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광교 주민들은 남 지사의 복합개발방식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로드맵 발표가 있기 전 7월 25일 광교신도시총연합회와 광교신도시 시민모임 등은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날 모인 광교신도시 주민들은 “도가 말하는 복합개발은 핑계일 뿐이고, 원안대로 행정타운에는 도청과 문화시설 등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의 당초 계획이었던 에콘힐, 비즈니스파크가 무산되고, 수원컨벤션센터의 부지 상당부분도 축소돼 여기에 모두 주상복합이 들어올 예정인데 도청사 부지마저 상업용지로 변경된다는 것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주거 지역에 호텔이 들어서고, 그 옆에 초등학교가 함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광교 이편한 세상 입주민은 “광교 주민들은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내건 명품광교신도시, 행정타운 등을 약속받고 높은 분양가를 감수했는데 계속 엉뚱하게 용도 변경을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복합개발방식에는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용국 보좌관은 “인근 수원컨벤션센터도 줄어들어 주상복합·호텔 등이 들어오는데 이는 중복개발이며, 인근 상가의 재산권 침해를 가져온다. 광교 신도시는 예상보다 주거·상업시설이 많이 늘어난 상태라 중심지인 도청부지에도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주거· 교통·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광교신도시총연합회 오태승 회장도 “기존 설계안에 있던 예비부지 등을 없애고 건설하겠다는 것은 21년 전 노후화되고 포화상태인 도청을 넓은 대로 이전하겠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여유 공간도 없이 상업건물을 다 지어버리면 나중에 포화상태가 되면 또 옮길 것인가?”는 의문을 제기했다.
■쟁점3- 로드맵대로 계획 추진 위해서는 국토부의 계획변경 허가 있어야
경기도는 12월까지 국토부로부터 ‘광교신도시 계획 변경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2016년 상반기에 건축설계를 완료한 후 하반기에 본 공사에 들어가 2020년 완공하는 일정을 세우고 있다. 남 지사는 국토부 등 관련기관과 협의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번 로드맵은 아직 국토부의 승인이 남아 있는 상태라 확정안은 아니다. 변경된 설계안을 바탕으로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완석 도의원은 이에 대해“주민들이 동의를 안 하면 착공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주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만 끌다 착공도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계획 변경은 국토부의 승인과 공동 시행자인 수원시의 동의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이견을 제시했다.
한편, 광교입주민들은 앞으로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로드맵에 대한 주민설명회도 거부하고, 시민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태승 회장은 “로드맵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수정한다고 해도 복합개발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 청사만 들어오는 원안 사수를 위한 서명운동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경기도청 이전, 그 번복의 역사
-1995년 청사 노후에 따른 행정능률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도 종합청사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추진 논의
-1997년 IMF위기로 좌초
-2001년 경기도의회 이전 건립 권고 결의로 재추진
-2005년 경기도청 광교 이전 학정
-2010년 11월 김문수 전 도지사 제1차 도청 광교 이전 계획 보류
-2011년 2월 제1차 도청 광교 이전 계획 보류 철회
-2012년 4월 제2차 도청 광교 이전 보류
-2012년 11월 제2차 도청 광교 이전 계획 보류 철회
-2013년 10월 제3차 도청 광교 이전 중단
-2014년 6월 남경필 현 도지사에 의해 도청사 설계 재개
-2015년 7월 남 지사 ‘신청사 건립사업 로드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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