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일, 임가영양의 교복 재킷에 달린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이 눈길을 끌었다. 자신과 동갑내기인 단원고 학생들이 세상을 뜬 지 1년. 사람들 기억 속에서 세월호가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자청해선 단 리본이다.
‘나를 키운 건 적극성’
규칙과 규범 준수, 정의, 법 앞의 평등... 임양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다. 고1 때부터 자율부원 활동을 하고 고2 때는 선도부 단장까지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율부는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요. 여학생들에게 민감한 교복 치마 길이, 복장 단속 기준을 함께 협의하지요. 고교 시절 통틀어 의미가 컸던 활동입니다.”
80여명이나 되는 자율부원을 통솔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책임감, 리더십도 자연스럽게 깨우쳤다. “단체 캠핑이 기억에 남아요. 각자 텐트며 침낭 같은 캠핑 장비를 잔뜩 준비해 야영을 했는데 추워서 꽤나 고생을 했어요. 그래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밤늦도록 자율부의 방향성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의 공감대를 다 함께 느낀 그날의 경험이 소중합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공명심이 남다르다고 자부하는 그의 꿈은 검사. 외압과 비리에 쉽게 무너지는 대한민국 검사들의 민낯이 실망스럽다며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열혈검사가 되겠다며 당차게 포부를 밝힌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기본 원칙을 꼭 지키는 검사가 될 겁니다.”
‘오는 기회 놓치지 말고 스쳐지나가는 기회까지 꽉 붙잡아야 한다’는 적극적인 신조의 주인공인 임양. 지금껏 화장 한번 해보지 않았을 만큼 원칙주의 성향에다 마이크 잡으면 놓지 않는 재기 발랄함까지 그의 스펙트럼은 폭넓다.
노래로 공부 스트레스 날리다
“취미이자 특기, 그리고 각종 스트레스를 날리는 숨구멍이 음악”이라는 고백처럼 노래는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음색과 성량이 타고난 그는 어린 시절 굵직굵직한 동요대회에서 상을 탔고 중2 때까지 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다.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이 울적해지면 문 걸어 잠그고 큰 소리로 실컷 노래 부르고 나면 숨통이 트이고 마음이 평온해져요. 록, 발라드, 팝송... 장르 불문하고 다 좋아합니다.”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기쁨을 일찌감치 맛본 그는 늘 적극적이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을 두루 만나며 경험의 폭과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시켰다. 특히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서 보낸 1년을 값진 시간으로 꼽는다.
“캐나다 밴쿠버의 학교를 다녔는데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있었어요. 낯선 환경인데다 영어까지 서투니까 잔뜩 위축돼 두 달가량 암울하게 보냈어요. 그러다 마음 고쳐먹고 외국인 친구에게 용기 내 말도 걸어보고 영어 공부도 새롭게 파고들었습니다. 바닥을 맴돌던 영어 점수를 A+까지 끌어올리고 전 과목 상위 1% 학생에게 주는 성적우수상까지 받았습니다.”
캐나다에서의 1년은 용기, 노력, 자신감을 현장에서 배운 다이내믹한 시간이었고 이후 고교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학교 울타리 밖 세상을 틈나는 대로 배우는 중이다.
“비영리단체 GLIS에서 봉사하며 모의 UN 사무국, 총회 회의 운영국 사무차장보 활동을 꾸준히 했어요. 국제 이슈에 대한 의제 설정, 나라간 의견 조율을 가상으로 체험해 봤는데 재미있고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모아 본인의 관점과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을 말로 설득하는 데 흥미와 재미를 발견한 그는 교내외 관련 대회는 빠짐없이 참여했다. 꾸준한 노력 덕분에 송파, 강동, 광진, 성동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모의재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탈만큼 실력이 늘었다.
성적의 자양분은 ‘독서력’
다양한 활동에 두루 참여하면서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로 그는 독서력을 꼽는다. “부모님의 열성 덕분에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이 몸에 배었어요.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20권 이상을 빌려다 읽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책을 통해 다져진 속독 실력, 집중력은 학교 공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자투리 시간도 알뜰하게 활용중이다. “수업 시간 초집중하고 쉬는 시간에는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정리해요. 이렇게 해야 기억에 오래 남아 공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영어는 시험 범위 전체를 통째로 외우며 각 지문의 중심 내용, 키워드, 주요 문법 사항을 꼼꼼히 체크합니다. 수학은 고1 때부터 공을 많이 들인 과목이라 애착이 많죠. 시간 투자를 제일 많이 했는데도 기가 막힌 점수를 받고 좌절했지만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덕분에 수학 점수를 만회했거든요. 수학정석으로 개념을 다지고 다양한 문제를 풀며 감을 유지하는 게 지름길이더군요.” 인생 목표가 뚜렷하고 30대까지 로드맵과 버킷리스트를 빈틈없이 짜놓은 임양은 고3의 고달픈 시간을 책과 함께 우직하게 통과하는 중이다.
오미정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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