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을 걷다 - 5구간(계족산성길) : 산성의 도시 대전이여

이어지는 산성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다

지역내일 2015-08-05 (수정 2015-08-05 오후 3:57:46)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한밭벌 둘러싼 12구간 명품 트레킹 코스, 330리를 잇다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대전의 상징인 보문산을 시작으로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도덕봉 빈계산 구봉산 등이 아늑하게 대전을 감싸고 있다.
10여 년 전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산길을 이었다. 대전둘레산길이다. 대전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소중한 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330리(133km)에 걸쳐 예부터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라 불린 대전을 굽어보고 있다. 이 길을 12구간으로 나눴다. 한 구간은 하루 등산에 알맞은 9~13km이다. 각 구간은 등산 시간이나 방향에 따라 계절별로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며 등산객을 맞이한다.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지난 3월 1구간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매달 한 구간씩 대전둘레산길 12구간 걷기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시리즈를 하고 있다.
5구간은 7월 25일(토) 걸었다. 다섯 번째 둘레산길 산행이다. 비룡동 줄골 장승의 배웅을 받으며 시작한 산행은 내내 대청호와 대전시를 양 옆으로 바라보며 계속됐다. 이번 산행에는 통일의병 대전충청본부가 함께 했다.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 5구간(계족산성길) : 산성의 도시 대전이여
이어지는 산성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다


질현성 인근 대청호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이곳은 대전둘레산길 전 구간 중 손꼽히는 전망을 선사한다.

대전에는 단일도시로는 드물게 50여개의 산성이 있다. 한마디로 대전은 산성의 도시다. 그 옛날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매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증거다.
대전둘레산길 5구간은 대전의 산성을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길이다. 한마디로 산성과 함께 하는 길이다. 갈현성, 능성, 질현성과 여섯 곳의 보루를 만날 수 있다. 삼정동산성과 계족산성도 지척에 있다.
전체적으로 등산로가 완만하고 잘 정비돼 있어 가족이 함께 산행하기에도 적당하다. 구간의 중간쯤부터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고 왼쪽으로는 대전시가가 펼쳐진다.





줄골 할머니 장승. 할아버지 장승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줄골장승과 갈현성에 오르다
5구간의 시작은 동신과학고 버스종점이다. 이곳에서 산행을 함께 할 통일의병 대전충청본부 회원들을 만났다. 안내는 대전둘레산길 모임(대둘·cafe.daum.net.djsarang)의 카페지기이자 대표인 이효재씨가 맡기로 했다. 그는 개똥(開東)이라는 닉네임으로 2008년부터 대둘에 참여해 대전둘레산길 마니아들에게는 익숙하다.
동신과고 입구에서 줄골장승까지는 도로변으로 10여분 정도 걸어야 한다. 비룡동 줄골장승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 장승과 할머니 장승이 마주보고 있다. 여기서부터 마을 안길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마을길에서 밭 언저리를 지나 등산로로 접어드는 길은 안내가 잘 안 돼 있는데다 여름철이라서 풀이 우거져 헷갈리기 쉽다.
줄골에서 갈현성까지는 금방이다. 능선을 오르는 발길이 가볍다. 동네 뒷산을 산책하듯이 살짝 올라서면 갈현성이다. 대전기념물 12호이다. 성벽 일부만 남아 역사의 흔적을 전한다.





5구간은 전체적으로 등산로가 완만해 가족산행으로 적당하다.

능성에서 대전을 보다
갈현성을 뒤로 하고 능성으로 향한다.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용운동과 비룡동을 잇는 비룡임도를 지나 약간의 급경사를 오르면 군부대에서 설치한 듯 보이는 훈련시설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어 눈에 거슬린다. 능성을 앞둔 막바지에서 다시 급경사를 만난다. 그러나 그리 길지 않다.
능성은 정상의 조망이 압권이다. 대전시가가 거침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전둘레산길은 이렇듯 곳곳에서 대전시 전경과 대전시 바깥의 자연경관을 보는 눈맛을 선사한다. 능성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건강쉼터가 됐다.





질현성은 대전지역의 산성 중 가장 온전한 형태를 띠고 있다.

아! 대청호
이제 30분 남짓 걸으면 질현성이다. 질현성에 닿기 위해서는 질티고개를 지나 잠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이마에 땀깨나 맺힐 때쯤 질현성의 성벽을 만난다. 질현성은 대전지역의 산성 중 가장 온전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효재씨의 안내로 성 아래쪽으로 내려가 성벽을 마주했다. 눈앞에 백제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 씨의 안내가 없었으면 못 보고 지나칠 광경이다.
질현성에서 뒤처진 일행을 기다려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질현성에서부터는 나뭇가지 사이로 대청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건 서막이다. 질현성에서 25분쯤 걸으면 대청호가 18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봉우리에 닿는다. 이곳은 대전둘레산길 모든 구간에서 손꼽히는 전망이다. 넓고도 멀리까지 보이는 대청호는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이날 같이 간 일행들도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봉황정에서 바라본 대전시 모습. 봉황정의 대전시 전망은 장쾌하다.

쉼의 산, ‘계족산’
이제 본격적으로 계족산을 걷는다. 절고개를 지나 계족산성 갈림길에서 임도삼거리까지 단숨에 걷는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간혹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계족산은 황톳길과 함께 대전시민들에게 쉼을 주는 산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길도 잘 닦여 있어 가족들과 함께 오르기 적당하다.
임도삼거리에서 봉황정까지는 20여분 동안 꾸준히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봉황정의 대전시 전망도 장쾌하다.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은 물론 갑천을 끼고 있는 대전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은 대전팔경 중 하나이다.
글·사진 윤덕중 dayoon@naeil.com




- 5구간 : 동신과고 버스종점-비룡동 줄골장승-갈현성-비룡임도-능성-질티고개-질현성-절고개-성재산-계족산성 갈림길-임도삼거리-봉황정-용화사 주차장(11km)
- 교통편(출발점) 버스 60, 61, 62, 63, 313, 607, 611, 612, 618, 619 / 동신과학고 버스종점 하차
- 교통편(도착점) 버스 311, 611, 614, 701, 711, 급행 2번 / 읍내동 현대아파트(용화사 주차장에서 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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