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기도 공예품 대전 입선 (섬유부문) 규방공예 조각보, 재료 본견 실크, 크기 1380X1350
2012년 경기도 공예품 대전 추천작 선정 (섬유부문) 규방공예 조각보, 재료 옥사 1800조각, 크기: 1000X2000
16년 전 어느 날 성숙희씨는 TV에서 한복 짓는 사람을 보았다. 눈길을 끈 것은 출연자가 아닌, 뒤에 걸려 있는 모시 가리개였다. 진행자는 그것을 조각보라고 했다.
“아, 조각보!”
그 길로 광화문 교보문고로 뛰어 갔다. 일본에서 출판돼 우리나라로 역수입 된 조각보 책 한권을 어렵게 구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규방공예가가 되었다. 독학으로 배웠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색 배열과 감각은 그의 어머니 곽송림 여사에게 물려받은 것이라 했다.
조각보에서 만난 어머니의 흔적
파주에 들어서려면 그 집 땅 밟지 않고는 못 지나간다고 할 만큼 부자였던 집에서 성숙희씨는 육남매의 첫 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증조할아버지가 전대에 뭉텅이 돈을 넣어 허리에 차고 어깨에 두르고 한복에 두루마기를 입고 나가시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성씨는 58년 생으로 파주 문산여고를 졸업했고 파일럿 남편을 만나 두 아들을 낳았다. 크게 내세울 것 없어도 남부럽지는 않은 삶이었다.
그러다 삶에 힘든 고비를 겪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우연히 조각보가 눈에 띄었다.
밥상 덮는 밥상보, 옷 더러워지지 말라고 길게 잘라 수를 놔서 덮던 옷 보. 그걸 짓던 어머니. 어머니의 뒷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성숙희씨의 어머니 곽송림 여사는 스물 셋에 시집와 시부모에 시할머니 시할아버지 시동생까지 줄줄이 모시고 살았다. 시집오니 막내 시누가 기어 다니는 집에서 6남매를 낳아 키우는 동안 해 먹인 밥이며 지어 입힌 옷이 오죽 많았을까.
바빠서 한 번 안아주지도 못했지만 성숙희씨는 어머니가 좋았다. 그 시절 다른 어르신들처럼 한복만 입는 증조할아버지 옷을 짓고 꿰매고 다릴 때도 늘 어머니 곁에 있었다.
독학으로 배운 규방공예
성숙희씨에게 조각보는 곧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소중한 문화유산, 규방공예를 허투루 배우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에 드는 천 한 장을 구하기 위해 광장시장이며 동대문을 온통 뒤지고 다니는 건 흔한 일이었다. 그래도 찾는 색이 없으면 직접 천에 물을 들이기도 했다.
바느질도 자로 잰 듯 똑바로 해야 만족했다. 오배자 염색에 빨간 색 실로 쌈솔 바느질한 조각보는 삐뚤어진 바늘 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덜덜해도 완벽한 편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위로 다 찢어버려요. 도자기 만드는 이들이 그릇 깨는 걸 이해하겠어. 저걸 남 주지 왜 깨트리나 그랬는데 내 이름으로 잘못 만든 게 누구에게 가는 게 창피한 거죠.”
동양자수와 조각보 연결해 우리 멋 알리고파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기위해 바늘을 든 그를 세상은 규방공예가로 불러주었다. 2009년 규방문화 공예전을 시작으로 2011년 대한민국 남북통일 세계 공예전 금상, 2012년 경기도 공예품대전 추천작 선정과 대한민국 국제기로 미술대전 금상, 세계평화미술대전, 제1회 규방공예 공모전, 파주미술협회 헤이리 전시, 2013년 경기도 공예품 대전과 전국 규방공예 공모전, 2014년 경기도공예품 대전 등 여러 전시를 통해 인정받았다.
특히 가로 세로 3.5cm로 옥사 천을 1800조각 이어 만든 대형 조각보는 그의 통 크면서도 꼼꼼한 성품을 가늠하게 하는 대작이다.
“전통공예 조각보를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오방정색에서 비롯된 우리 색의 매력은 세계에서 이미 인정하고 있지요. 앞으로는 동양자수와 접목된 조각보 작업을 통해 후손에게 우리의 아름다움을 이어주고 싶어요.”
성숙희씨는 지금도 바느질을 손에 놓지 않고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다. 틈틈이 전통공예를 배우러 찾아오는 이들에게 조각보를 전수하고 있으며 블로그로 찾아오는 이들의 질문에 답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블로그 ‘비단꽃향기’ http://blog.naver.com/sung8274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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